[연예] 韓여름영화 100만명 …
고만고만 매력·작아진 파이 나눠먹기…"인사이드 아웃 2" 뒷심도 영향
31일 개봉 조정석 코미디 "파일럿" 흥행 기대…강적 "데드풀과 울버린" 넘어야
영화 '하이재킹', '핸섬가이즈' 포스터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키다리스튜디오, 뉴(NEW)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극장가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철을 노리고 개봉한 한국 영화들이 잇따라 관객 100만명대 중반 수준에서 허덕이면서 이렇다 할 흥행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
개봉 대기 중인 "파일럿" 등 네 편의 한국 영화가 다음 달부터 이런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까지 개봉한 한국 상업 영화 중 누적 관객 수 200만명을 넘긴 작품은 전무하다.
"하이재킹"(약 170만명), "핸섬가이즈"(140만명), "탈주"(160만명) 세 편이 모두 비슷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핸섬가이즈"는 손익분기점(110만명)을 넘겼고 "탈주"가 최근 박스오피스 1위에 복귀하며 손익분기점(200만명)에 가까워지고는 있지만, 흥행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관객 수다. "하이재킹"은 평일 관객 수가 1만명대로 하락해 극장 매출로 손익분기점(300만명)을 달성할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올여름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제작비(185억원)가 투입된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이 작품은 고(故) 이선균의 유작이자 대규모 재난 영화로 주목받았으나 개봉 후 일주일 동안 약 50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관객 운집 속도도 빠르게 떨어져 박스오피스 5위까지 하락했다.
과거와 비교하면 올여름 극장가는 유난히 흥행작 탄생에 어려움을 겪는 양상이다.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고 "역대급"으로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고 평가받는 작년 여름만 해도 "밀수"(514만명)와 "콘크리트 유토피아"(384만명)가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영화 '탈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포스터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계에서는 극장 산업이 가뜩이나 쪼그라든 상황에서 거의 매주 새로운 작품이 개봉하면서 관객을 나눠 갖게 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하이재킹"(개봉일 6월 21일), "핸섬가이즈"(6월 26일), "탈주"(7월 3일), "탈출"(7월 12일) 등은 짧게는 5일, 길게는 9일 만에 연달아 개봉했다. 한 작품이 관객몰이하기가 무섭게 새로운 영화가 극장에 걸린 셈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이제는 극장가 성수기·비수기 개념이 희미해지면서 여름에 영화관을 찾는 관객 수 자체가 줄었다"며 "이렇게 작아진 파이를 두고 여러 작품이 나눠 먹기를 하는 바람에 흥행작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객을 잡아끌 만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200만 깔딱고개"의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작년 여름에는 "밀수"가 김혜수·염정아를 투톱으로 내세운 범죄극으로,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이전에는 극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종말 이후의 세계를 다룬 작품)로 관객에게 각인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올여름 영화는 남성 배우 2명을 내세운 액션물과 코미디로 장르가 한정돼 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지금 한국 영화 라인업을 보면 아주 별로일 것 같은 작품도, 아주 보고 싶을 만한 작품도 없는 게 특징"이라며 "배우들은 모두 자주 봐온 사람들이고 스토리도 많이 봐온 내용이라 관객이 "극장에서 꼭 봐야겠다"고 생각할 만한 요소가 없다"고 평가했다.
"인사이드 아웃 2"라는 막강한 흥행작과 경쟁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 개봉 시점보다 앞선 지난달 12일 극장에 걸렸으나 최근까지도 뒷심을 발휘하며 누적 관객 수 80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영화 '파일럿'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달 31일 개봉하는 조정석 주연의 코미디 영화 "파일럿"이 이런 흐름을 깨고 올여름 첫 한국 영화 흥행작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인사이드 아웃 2"를 포함한 기존 작품들의 흥행 동력이 떨어질 시점에 개봉하는 데다, 개봉일까지 또 다른 한국 신작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은 "파일럿"에 유리한 대목이다. 최근 시사회에서 대체로 호평받았다는 점도 흥행 청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일주일 먼저 개봉하는 마블 스튜디오 신작 "데드풀과 울버린"은 흥행을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이 작품이 개봉 첫 주 얼마나 많은 관객을 모으고 화제성을 낳는지에 따라 "파일럿"의 오프닝 스코어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두 영화는 최근 며칠간 예매율 1위 자리를 놓고 접전을 벌이는 중이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마블이 요즘 하락세이긴 해도 데드풀과 울버린이 한 편에 나온다는 점이 오랜 마블 팬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다"며 "최근 "데드풀과 울버린" 팀이 내한하기 전 공개한 푸티지(본편 일부를 편집한 영상) 상영회에서도 영화계 관계자들로부터 아주 좋은 평가를 들었다"고 전했다.
"파일럿"이 "데드풀과 울버린"을 꺾는다 해도 쉽사리 흥행 독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다음 달에도 여러 편의 한국 영화가 경쟁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전도연·임지연·지창욱 주연의 "리볼버"(8월 7일)를 시작으로 이선균·조정석 주연의 "행복의 나라"·혜리 주연의 "빅토리"(8월 14일) 등이 줄줄이 개봉할 예정이다.
윤성은 평론가는 ""파일럿"으로서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배우 조정석의 매력이 극대화된 영화라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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