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위장연구소 차려 배터리…
국수본 상반기 단속 결과…국가핵심기술 6건 포함·대부분 중국행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찰청 제공]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지난 2020년 중국의 한 배터리 기업 A사는 국내에 설립된 지사를 통해 서울 소재 유명 대학교에 연구소 겸 사무실을 차렸다.
A사는 높은 연봉과 한국 근무라는 조건을 내걸고 국내 대기업에 근무하던 기술 전문 임직원들을 영입했다. 이후 해당 대기업이 보유하던 전기차 배터리 기술 등 국가핵심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갔다.
이런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인 서울경찰청은 A사가 위장 연구소 형태의 자회사를 세워 핵심기술을 부정 취득했다고 보고 기술 유출에 관여한 대기업 전직 임직원과 A사 법인 등 총 8명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올해 1월 검찰에 넘겼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올해 상반기 이와 같은 기술유출 범죄를 단속해 해외 기술유출 12건을 포함한 총 47건을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전체(국내외) 기술유출 송치 건수는 50건에서 47건으로 줄었으나 해외 기술유출 송치 건수는 8건에서 12건으로 증가했다.
연도별 해외 기술유출 적발 사건은 2021년 9건, 2022년 12건, 2023년 22건으로 증가 추세다.
전체 기술유출 사건에서 해외 기술유출 사건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0.1%에서 2022년 11.5%, 2023년 14.7%, 올 상반기 25.5%로 확대됐다.
이에 대해 국수본은 "작년부터 해외 기술유출 범죄 대응을 중심으로 업무 방향을 전환해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라며 "관내 산업단지 등 각 지역 특성에 맞춰 수사팀별 전담기술을 지정했으며 검거 실적뿐만 아니라 외근 활동 실적도 함께 평가하는 등 수사팀의 외근 활동을 독려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해외 기술유출 사건 가운데 첩보 수집 등 인지 사건 비중은 2021년 34.8%에서 2022년 39.4%, 2023년 43.0%로 상승했다.
올 상반기 해외로 반출됐거나 반출이 시도된 기술에는 반도체, 배터리 등 국가핵심기술 6건도 포함됐다.
해외 유출국은 중국이 1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미국 1건, 이란 1건이었다.
올 상반기 송치된 전체 기술유출 사건을 죄종별로 구분하면 부정경쟁방지법이 33건(70.3%)으로 가장 많았고 산업기술보호법 9건(19.1%), 형법(배임) 4건(8.5%) 등이 뒤를 이었다.
유출된 기술 유형은 국내 유출 사건의 경우 기계(8건·23%), 정보통신(6건·17%) 순이었으며 해외 유출은 반도체(4건·34%), 디스플레이(3건·25%) 순으로 나타나 차이를 보였다.
유출 수법은 전형적 방법인 전자 우편(13건·29%)과 USB(9건·19%)를 비롯해 외장 하드(8건·17%), 클라우드(5건·11%) 등으로 파악됐다. 피해 기업은 중소기업(38건·80.9%), 유출 주체는 내부인(38건·80.9%)이 많았다.
국수본은 올 상반기 기술유출 사건 2건에서 총 4억7천만원의 범죄수익을 환수했다.
우선 보유하고 있던 협력업체의 엔진부품 설계도면(국가핵심기술)을 부정 사용해 엔진부품을 제작·판매한 피의자들을 지난 5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송치하는 과정에서 부품 판매 대금 약 8천900만원을 특정해 기소 전 추징 보전했다.
또한 중국 경쟁업체로 이직 후 사용할 목적으로 자신이 소속된 업체의 연료공급장치(국가핵심기술) 관련 기술자료를 빼돌린 연구원을 지난달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기면서 피의자가 중국 업체로부터 받은 급여·수당·성과급·체류비 약 3억8천만원을 특정해 기소 전 추징 보전했다.
국수본 관계자는 "기술유출 피해를 봤거나 주변에서 의심 사례를 목격했다면 국번 없이 "113" 또는 경찰청 홈페이지(www.police.go.kr)에 개설된 "온라인 113 신고센터"로 신고하거나 시도경찰청 산업기술보호수사팀을 방문해 상담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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