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공의 1만여명 사직처…
주요 병원, 무응답 전공의에 사직처리 통보…"빅5" 레지던트 사직률 38.1%
이날까지 수련환경평가위에 확정된 "결원 규모" 제출해야
정부 "하반기 전공의 모집" 강행하지만…전공의들 강력 반발에 성공 여부 불투명
전공의들은 어디로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전공의들이 끝내 돌아오지 않으면서 수련병원들이 전공의 1만여명의 사직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 수련병원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위한 결원 규모를 확정하기 위해서라도 복귀 의사를 표하지 않는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이제는 수리해야 한다.
"빅5" 병원 등 주요 수련병원은 이미 응답하지 않는 전공의들에게 사직처리를 통보하는 등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전공의 단체는 사직 절차를 밟는 수련병원장들을 향해 권력에 굴복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뒤 고발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전공의 사직 처리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병원들 "무응답" 전공의 사직 처리…빅5 병원 등 속속 통보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련병원들은 정부 요청에 따라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를 마치고, 결원 규모를 확정해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에 제출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2일 시작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각 수련병원에 이날까지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를 완료해달라고 요구했다.
복수의 의료 관계자들은 무응답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는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본다.
각 병원의 전공의 정원은 한정돼 있으므로 사직 처리가 완료돼야만 결원 규모를 확정해 수평위에 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각 병원에 배정된 전공의 정원(TO)은 정해져 있으므로 사직 처리가 되지 않으면 더 뽑을 수가 없다"며 "사직 처리와 (결원 규모에 대한) TO 신청은 함께 진행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빅5 병원 등은 무응답 전공의들을 사직 처리하기로 하고 연차 등에 맞춰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
레지던트 2∼4년차는 사직으로, 올해 3월 새롭게 수련을 시작해야 했던 "막내 전공의" 인턴과 레지던트 1년차는 임용 취소로 처리하는 양상이다.
사직 처리를 위한 통보도 진행됐다.
서울대병원은 전날 무응답 전공의들에게 "사직에 관한 합의서"를 보내면서 이번에도 응답하지 않으면 이달 15일 자로 사직 처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성모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중앙의료원 역시 무응답 전공의들에게 전날 자정까지 복귀·사직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이달 15일 자로 사직 처리된다고 다시 한번 공지했으며, 그대로 이행하기로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사직 의사를 표했거나 아예 응답하지 않은 전공의들에게 이날 일괄 사직 처리를 안내하는 문자를 보냈다.
다른 병원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들 역시 지난주에 전공의들에게 예고했던 대로 사직 처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당시 병원들은 전공의들에게 뚜렷한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일괄 사직 처리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현재 레지던트 사직률은 전공의들의 의사를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 211곳의 레지던트 사직률은 12.4%다.
전날 기준 사직 레지던트는 1만506명 중 1천302명이었다. 15일 75명에서 1천207명 증가했다. 정부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다음 날인 지난달 5일에는 4명에 불과했으나, 한 달 보름 새 1천278명 늘었다.
빅5 병원 레지던트 사직률은 전날 기준 38.1%로, 1천922명 중 732명이 사직했다.
지난 15일 사직자 수는 16명이었으나, 하루 새 716명 늘어나 732명이 됐다. 지난달 5일에는 빅5 병원 소속 레지던트 사직자 수가 "0명"이었으나 가파르게 늘었다.
일부 병원은 여전히 절차를 진행 중이어서 사직률은 급격히 올라갈 전망이다. 정부는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후 열리는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사직처리 마감…복귀 움직임 미미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의대 교수 등 반발 지속…전공의 단체 "병원장 상대로 법적 대응"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를 둘러싼 의료계의 반발은 여전하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 의대 교수들은 "각 병원이 사직서 처리와 수리 시점 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소속 전공의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전공의들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면서, 수련병원장들을 향해 전공의들을 보호하는 책임을 다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병원장들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의 꼼수를 따르다가 소속 전공의를 수련병원에서 더 멀어지게 함으로써 필수의료 몰락으로 이어지는 패착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하라"고 덧붙였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병원이 일괄 사직을 강행한다면 스승인 교수들과 전공의들과의 사제 관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비대위는 전날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에 보낸 서신에서 "전공의들의 거취는 전공의 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하며, 사직을 희망할 경우 2월 29일로 처리해야 한다"며 "정부의 지시대로 6월 4일 이후 일괄 사직이 처리될 경우 다수의 교수가 사직하겠다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응답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는 미래 의료 주역들의 인권을 짓밟는 처사"라며 "일괄 사직을 강행한다면 앞으로 우리는 전공의들과의 사제관계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합리한 정책과 위헌적 행정 명령에도 불구하고 거대 권력에 굴복한 병원장들에게 유감의 말씀을 전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전공의를 병원의 소모품으로 치부하며 노동력을 착취하려는 병원장들의 행태가 개탄스럽다"며 "대전협 비대위는 퇴직금 지급 지연, 타 기관 취업 방해 등 전공의들의 노동권을 침해한 병원장에 대해 형사 고발, 민사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며, 사직한 전공의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병원 내부에서는 사직 처리 등 관련 절차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전공의들과 연락조차 닿지 않는 데다 정부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예고했고, 장기간 이어진 전공의들의 업무공백으로 각 병원도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막판까지 내부 논의와 조율을 거쳐야겠지만 정부가 제시한 시한에 맞추려면 결국 사직 처리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며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각 수련병원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강행하더라도 전공의들과 의대 교수들의 반발이 이렇게 큰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전공의 모집에 제대로 응할지는 불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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