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이초 1년]③ …
"법과 현실 아직 멀어…교육감 의견서 받더라도 검찰 조사 받기도"
"가장 큰 변화는 교사 자신의 변화…안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필요"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 앞두고 마련된 추모 공간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를 사흘 앞둔 15일 오전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서울시교육청 직원이 추모 메시지를 걸고 있다. 2024.7.15 [email protected]
(서울·세종=연합뉴스) 김수현 서혜림 기자 =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유명을 달리한 후 1년이 지났지만, 교사들은 현장의 힘든 상황이 여전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고인과 같은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악성 민원, 학부모 응대 등 부가적인 업무를 덜 수 있는 인력과 재정 기반도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17일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은 연합뉴스에 "법과 제도가 바뀌었는데 아직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아직도 아동학대로 교사가 신고되면 검찰로 송치되고 조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18일 서울 서이초에서 신규 교사가 숨진 채 발견돼 사회에 충격을 줬다.
고인은 학기 초부터 학급 내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의 생활지도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교직 사회에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국회에서는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원지위법, 아동학대처벌법 등 "교권보호 5법"을 개정했고, 교육부에서도 교육활동 보호 법령 및 매뉴얼을 시행하는 등 제도 개선이 있었다.
가령 교원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교육감은 정당한 생활지도 여부인지 의견을 제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교육감 의견을 받게 되면 기소 의견으로 송치되는 경우는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신고당했을 경우 수사가 끝날 때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점이 여전하다고 현장 교사들은 전한다.
김 본부장은 "법과 제도는 현실과 아직 멀리 있다"며 "경찰에서 교육감 의견서를 받더라도 경찰에서 검찰로 수사를 넘기는 경우에는 교사가 검찰 조사까지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복지법에 "정서적 학대"의 범위를 구체화하고, 교원지위법에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남발한 학부모에 대한 처벌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어두움을 밝히는 후배들의 마음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2023.9.4 [email protected]
법과 제도가 마련된 만큼 학교 현장에서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예를 들어 교권보호위원회를 교육청에서 주관하는데, 교육청은 인력과 예산이 없어 위원회 개최가 지연된다"며 "교권침해 학생을 분리한다는데, 그 학생을 담당할 사람, 공간, 프로그램, 예산이 부족해 제도가 구현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아동학대 신고로 처벌될 수 있는 두려움 이외에도 악성 민원 관련 행정 업무 등 학교에서의 각종 부가적 업무에서도 교사가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박 교수는 "대학은 교수보다 더 많은 직원이 있어 행정업무를 모두 수행하고 각 과에도 조교가 있다"며 "학교는 인력이 부족해 교사들이 많은 시간을 학생 교육과 직결되지 않는 업무를 하며 에너지를 허비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수도 줄어들 것이긴 하지만 학교의 기능은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교사의 역량을 키울 수 있게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교사들이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성두 서울교대 교수는 "지난 1년 동안 제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요란하게 이슈는 떠들었지만, 실제로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제가 생각할 때 가장 큰 변화는 교사 자신의 변화"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그동안에는 교사들이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다른 이에게 말하지 않고 참는 것을 미덕처럼 생각했지만, 이제는 남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며 "안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교사, 학생, 학부모로 구성된 교육 공동체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학교 갈등에서) 부모와 학생을 악마화하면서 갈등이 부각된 면도 있다"며 "학교는 사법기관과 달리 공동체적 속성이 있는 곳이다. 갈등을 내부적으로 조정하고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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