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
KEI 국민인식조사…응답자 64% "기후변화가 제일 중요"
61% "이미 기후변화 영향"…83.1% "불안감 들어"
기후 헌법소원 마지막 공개변론일인 5월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후소송 원고 단체 및 공동 대리인단 공동 기자회견에 최종 진술자인 한제아 어린이가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우리나라가 직면한 환경문제 중 기후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사람이 급증했다.
규제와 처벌이 환경문제를 해결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람도 많아졌다.
규제를 풀고 대신 "자발성"에 기대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현 정부 정책 기조와 반대된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은 9일 "2023 국민환경인식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작년 9월 21~28일 웹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만 19~69세 성인남녀 3천898명이 조사에 참여해 3천88명이 완료했다.
조사에서 응답자 69.0%가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이 비율은 2018년 74.2%까지 오른 뒤 70%대를 유지하다가 이번에 60%대로 내려앉았다.
연령별로는 20~40대보다는 50대, 50대보다는 60대가 환경문제 관심도가 높았다. 저소득층보다는 고소득층, 미혼자보다는 기혼자, 정치 성향이 보수인 사람보다는 진보인 사람이 환경문제에 더 관심을 보였다.
통상 이런 조사에서는 여성의 환경문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성별에 따른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친환경적 행동을 우선한다"라는 응답자는 61.7%였는데 행동과 관련해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응답률이 높았다.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를 꼽아달란 질문에 기후변화를 선택한 응답자가 63.9%로 가장 많았다.
[한국환경연구원 보고서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기후변화가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 1위에 오른 것은 2020년 관련 질문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기후변화가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라는 응답자는 매해 10%포인트씩 늘었다.
2022년과 2021년 기후변화가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라는 응답자는 각각 48.2%와 39.8%에 그쳤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는 추상적 개념이라 사람들 머릿속에 자리 잡기 어려운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그만큼 기후변화로 발생한 일들의 심각성을 크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라며 "작년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고 폭염, 식재료 가격 폭등, 개화 시기 변화 등 크고 작은 문제가 유난히 많이 발생했기에 응답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기후변화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지를 묻자 응답자 61.1%가 "이미 영향받고 있다"라고 답했다.
"10년 내"를 선택한 응답자는 16.0%였고 "20년 내"·"50년 내"·"100년 내"를 고른 응답자는 13.6%·6.9%·1.8%였다. "전혀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자는 0.6%에 불과했다.
또한 가장 시급히 해결할 환경문제로 "기후변화 피해와 대응"을 꼽은 응답자가 45.8%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기후변화 피해와 대응이 가장 시급하다는 응답자 비율은 1년 새 22.7%포인트나 높아졌다.
응답자들은 기후변화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것으로 "평균기온 상승"(68.8%·3개 선택)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폭염과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66.0%), 해수면 상승(52.2%), 온실가스 증가(44.5%)를 많이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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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에서 기후변화가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88.4%에 달했지만, "나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라고 한 응답자는 58.0%에 그쳐 아직은 기후변화를 "개인의 문제"로까지 받아들이진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둘 사이 격차가 줄고 있고, 특히 기후변화가 본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묻는 항목엔 "매우 중요하다"고 한 응답자가 28.2%, "중요하다"라는 응답자가 54.5%로 82.7%가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기후변화가 자신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중요문제라고는 여긴다는 얘기다.
응답자 91.1%는 미래세대가 기후변화에 피해를 볼 것으로 봤다.
동물/식물종에 대해선 피해를 볼 것이라는 응답자 비율이 90.7%였고 저소득 국가 국민은 87.4%, 우리나라 국민은 85.7%였다.
"이웃과 친구 등 내 공동체"가 기후변화 때문에 피해를 당할 것이란 응답자는 78.1%였다. 가족과 자신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응답자도 77.6%와 75.3%로 70%대에 머물렀다.
[한국환경연구원 보고서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진은 "심리적 거리감" 때문에 응답자들이 가까운 대상보다는 먼 대상을 기후변화 피해자로 꼽은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어떤 대상이 기후변화에 피해를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기후위기나 환경재난 등 기후변화 심각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 "불안감이 든다"라는 응답(3개 선택)자가 83.1%로 최다였고 "미안함"(55.7%), "무력감"(42.9%), "분노"(36.1%)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은 "환경보전 책임 주체"로 중앙정부(42.7%)를 가장 많이 꼽았다.
국민(26.2%)과 기업(22.4%)을 꼽은 응답자는 정부의 절반 정도였다.
주체별 환경보전 노력을 5점 만점으로 평가했을 때 기업과 중앙정부는 2.4점과 2.46점으로 낮은 편이었고, 시민단체가 2.97점으로 제일 높았다.
환경문제를 해결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 1위는 "환경규제 강화"가 응답자 18.1%의 지지를 받아 1위에 올랐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1년 새 8.1%포인트나 높아졌다.
효과적인 방법 2위는 "환경 피해 유발에 따른 처벌 강화"(17.7%)였다. 이 방법을 택한 응답자 비율도 1년 사이 1.9%포인트 높아졌다. 환경문제 해결에 "강제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환경연구원 보고서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응답자 52.4%는 "경제성장이 다소 둔화해도 환경보전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가 자기 생각에 가깝다고 밝혔다. 경제성장이 우선이라는 응답자는 18.5%로, 둘 사이 격차는 33.9%포인트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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