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불나면 어떡하려고…소방…
낮은 구조물·좁은 진입로…전용기 의원 "조속히 조치해야"
아치형 구조물이 낮아 소방차 진입 어려운 서울 중구 A 초등학교
[촬영 홍준석]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안 그래도 초·중·고등학교가 붙어있어 늘 붐비다 보니 불이 나면 위험한데, 소방차가 들어올 길조차 없으니 큰일이죠."
서울 중구에 있는 A 초등학교. 이 학교 건물로 이어지는 남문과 서문은 나무계단 길과 맞닿아 있어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하다.
같은 학교법인 소속인 B 중학교, C 고등학교와 함께 쓰는 정문으로는 소방차가 들어갈 수 있지만 정문에 들어서면 나타나는 높이 3m 남짓의 아치형 구조물이 진입을 막는다.
초중고교 학생만 약 1천200명이라 만에 하나 학생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에 불이 났다가는 큰 피해가 나기 십상이다.
A 초등학교와 B 중학교는 작년 9∼12월 교육부와 소방청 합동 조사 결과 화재 시 소방차 진입이 어렵다고 평가받은 곳이다.
학부모 김모(46)씨는 "학생들 안전을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소방차 '진입 불가' 판정 받은 전남 소재 한 초등학교 분교의 진입로
[전용기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7일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교육부와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처럼 불이 났을 때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학교는 작년 기준 전국에 13개교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2개교(A 초등학교·B 중학교), 강원 2개교, 충북 4개교, 전북 1개교, 전남 4개교다.
정문을 따라 설치된 화단 때문에 진입이 어려운 학교, 필로티 구조나 비막이 통로 때문에 소방 장비가 통과할 수 없는 학교, 진입로가 좁은 학교 등 유형은 다양하다.
이 13개 학교에서 화재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적은 없지만 매년 학교에서 나는 화재만 100건이 넘는다는 점에서 교내 소방 안전 확보는 중요 과제로 꼽힌다.
학교 화재는 2020년 125건, 2021년 113건, 2022년 104건, 작년 106건, 올해는 6월 13일까지 46건 발생했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소방 장비가 교문을 통과했더라도 건물 배치 때문에 화재 지점까지 들어갈 수 없는 경우도 있다"며 "교육당국과 소방당국이 협업해 안전을 고려한 학교 건물설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부회장은 "이미 지어진 학교의 경우 층별로 소화전을 설치하고 소화전 활용 교육훈련을 해야 한다"며 "어린 학생의 경우 사고 상황에서 대응력이 부족할 수 있는 만큼 학교 안전은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교육부와 소방청은 2023∼2027년에 걸쳐 1년에 20%씩 5년간 소방차 진입로 확보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전용기 의원은 "위급상황 시 길이 좁거나 장애물이 있어 소방차가 학교에 못 들어가는 경우가 없도록 조속히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낮은 비막이 통로 때문에 소방차 진입 어려운 충북 소재 고등학교의 모습
[전용기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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