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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건너, 편의점 앞, 일방통행로 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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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새어나오는 한숨이 겨워서 아직 많이 남은 연차를 소진한다는 핑계로 어제는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몇 번을 오가는 길목, 여느 때처럼 야근을 했다면 내가 걷고 있을 그 시간 사고에 쓸린 자리는 온종일 카메라로 어수선하면서도 대체로 숙연하였습니다. 
제 있을 자리를 못 찾고 선 저 삐딱한 깃발이 거슬리다가도, 서로 수고했노라며 주고 받았다면 훨씬 좋았을 자양강장제 몇 병과 잔에 따르지 못한 소주가 잠시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오늘따라 유난하게 정차한 택시들을 단속하는 구청 사람들과 보행신호가 들어온 다음에도 뒤 없이 내달리는 모래색 미니가 우리는 여전하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사흘 전과 비슷하게 다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살아가겠지만, 종종 오가던 1층 은행에 행여 낯선 얼굴이 보이거든 또 한 번 생각날 것 같습니다. 
사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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