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온 중국차?
요즘 BYD가 국내 진출을 준비하며 이런저런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물론 잘 안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하지만 이렇게 거창하게 직접진출 하는 게 아니라, 의외로 우리 주변에 중국차가 스멀스멀 들어오고 있다는 걸 아시나요? 직접진출과는 다르게 간접적으로 들어와서 겉으로는 전혀 티가 안나서 체감하기 힘들 뿐입니다.
우선 가장 유명한 건 테슬라입니다. 모델3 등이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 돼서 국내로 들어오고 있죠.
그 다음은 볼보와 폴스타입니다. 볼보는 스웨덴 브랜드이지만 지리 자동차에 인수된 후 중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볼보 차도 대부분은 중국 공장에서 들어오고, 폴스타는 아예 볼보와 지리가 50%씩 합작해서 투자해서 세웠고 역시 중국 쪽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생산하는 브랜드죠. 스웨덴 이미지를 업고 한국에서도 고오급 브랜드로 순항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최근 현대 쏘나타 택시 모델도 있습니다. 국내에선 가성비다 안나서 베이징 현대 생산 차량을 국내에 들여오고 있죠.
여기까지 읽으신 분은 "에이, 중국 자체 브랜드가 아니고 해외 브랜드 중국 생산 차량이잖아. 그게 무슨 중국차야. 그럼 미국 공장에서 나온 현대차는 미국차야?" 같은 말씀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어느정도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동차의 국적이란 참으로 심오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오늘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따로 있으니 바로 "르노 그랑 콜레오스"입니다.
하필 불미스러운 일에 엮여서 다른 쪽으로 불타고 있는 르노지만, 어쨌든 르노는 얼마 전 4년만에 신차를 공개하고 제대로 팔아보겠다고 칼을 갈고 있습니다. 그게 르노 그랑 콜레오스 입니다. QM6의 후속으로 엄청나게 공을 들인 "오로라 프로젝트"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거의 르노 코리아의 사활을 건 모델이에요.
그런데 이 차, 베이스가 중국차인 건 아시나요? 이 차는 앞서 얘기가 나왔던 지리자동차의 "싱유에 L"이라는 차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차입니다. 싱유에 L을 가져와서 외관을 좀 커스텀하고 내놓는 차인데 핵심인 플랫폼, 엔진 등은 그대로 싱유에 L을 가져온 것이죠. 그래서 일부에서는 "중국산 택갈이"라는 조롱을 듣기도 합니다.
물론 이게 온전히 중국 기술의 차냐?라고 한다면 좀 애매합니다. 파워트레인 같은 플랫폼은 볼보 플랫폼이거든요(지리가 볼보 인수한 이후로 이런 식으로 볼보 기술을 겁나 잘 써먹습니다). 그래서 그랑 콜레오스도 볼보 플랫폼으로 홍보하고요.
그런데 그 안에 들어가는 엔진이 중국산으로 보입니다. 정확한 정보는 공개가 안 돼 찾기가 힘들지만, 밝혀진 제원이 싱유에 L의 그것과 100% 일치하는 것으로 볼 때 사실상 엔진까지 그대로 가져왔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물론 가솔린은 볼보 걸 가져왔다고는 하는데, 하이브리드는 지리 게 들어간 게 거의 확실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지리 하이브리드 엔진 자체가 볼보나 르노의 기술을 써서 개발했다는 카더라도 돌지만 명확한 사실은 확인이 어렵더군요.
어찌됐든 너무 신기하지 않습니까? 한국에서, 다국적 기업 르노가, 자동차의 심장을 중국 걸로 가져다 써서 판다는 게?
과거 현대가 미쓰비시를 가져와 조립해서 갖다 팔고, 삼성이 닛산 차를 가져다 조립해 팔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지금도 동남아 국산차라는 것들 보면 엔진과 파워트레인 등 핵심 부품은 일본 거 들어가거든요. 그런 느낌입니다.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중국차의 위상, 기술력이 올라왔다는 점에서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아니, 전기차도 아니고 (하이브리드지만) 내연기관을??? 중국 내연기관은 아무래도 아직까진 부족하다는 이미지였는데 이번에 르노에서 가져온 걸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아, 중국차가 내연기관에서도 이만큼 올라왔구나.
물론 지리자동차는 예외적인 케이스긴 합니다. 볼보를 먹은 이후 기술력이 떡상했고 볼보 기술도 그대로 쓸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엔진 및 제품을 설계한 건 지리의 역량이라는 거겠죠.
르노 뿐만 아니라 KGM의 토레스 EVX나 코란도 EV도 BYD 배터리가 들어가고 현기차에서도 일부 차종은 중국 CATL 배터리가 들어가기도 합니다. 전기차에서 배터리와 모터가 핵심이란 걸 생각하면 겉으론 한국차지만 속으론 중국차라고 볼 여지도 있는 거지요. 물론 현기야 배터리를 바꾸면 그만이지만 KGM은 앞으로 계속 중국 배터리와 기술에 의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자동차의 국적이란 정말 복잡한 것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도 "그래서 부품 좀 갖다 썼다고 그게 왜 중국차임?" 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자동차는 워낙 많은 부품이 들어가고 복잡해서 국적을 따지기 어려우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중국차의 불모지라는 인식과 다르게 점점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겉으로야 국산이나 외제차의 껍데기를 뒤집어 썼지만, 점점 그 안의 배터리, 엔진 등 핵심 부품이 점점 중국산으로 채워지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고객의 특성 상 중국 브랜드의 직접 진출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우회적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중국차를 이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전 이게 나쁘다고만은 보지 않고요. 소비자에겐 다양한 선택지와 경쟁이 필요하니까요.
사실 전기버스에선 이미 일어난 일이라 특별할 것도 없지만 승용차 시장마저 이렇다는 게 신기하지 않습니까?
어쩌면 10년 뒤엔 저도 중국차나 사실상 중국차인 차를 타게될지도 모르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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