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5타 차 역전승 허인…
2차 연장 끝 우승…"두 번째 샷 드라이버는 재밌는 퍼포먼스"
"영구 시드가 최종 목표"…KPGA 투어 코스 난도 작심 비판도
가족과 함께 기뻐하는 허인회
[KPG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허인회는 30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비즈플레이·원더클럽오픈(총상금 7억원) 4라운드 18번 홀(파5)을 파로 마치고 "2등이면 잘했지"라며 자신을 다독였다.
당시 허인회는 15번 홀을 치르는 장유빈에게 한 타 차로 뒤진 단독 2위였다.
허인회는 별다른 기대 없이 차에서 남은 경기를 지켜봤고, 장유빈이 17번 홀(파4)에서도 한 타 차 우위를 지켜내는 걸 보고 더욱 단념했다.
차에서 경기가 끝나길 기다리며 저녁 메뉴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런데 장유빈이 18번 홀에서 47.5㎝ 파 퍼트를 놓치면서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어졌고, 허인회는 부랴부랴 필드로 복귀해야 했다.
이후 허인회는 2차 연장전 끝에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그는 3라운드까지만 해도 장유빈에게 5타 차 뒤진 공동 9위였다.
우승 세리머니 하는 허인회
[KPG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상식을 마친 허인회는 "18번 홀에서 버디를 하면 연장에 가거나 우승을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파를 했다"며 "집에 가려고 정리한 뒤 골프장을 반쯤 벗어나 있는 상태로 차 안에서 스코어를 봤다"고 말했다.
허인회는 "단독 2등으로도 이미 기분이 좋았던 상태였다. (장유빈이) 17번 홀에서 파를 하길래 저녁 뭐 먹을까 찾아보다가 협회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주차장에서 왔다"고 돌아봤다.
18번 홀에서 치른 1차 연장전 두 번째 샷에서 드라이버를 선택한 것을 두고는 "퍼포먼스"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헤드가 작은 미니 드라이버인데, 우드를 쳐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저다운 플레이가 아닌가 싶었다. 재밌는 퍼포먼스가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물론 그 결정은 퍼포먼스에만 그치지 않고 버디로 이어졌고 2차 연장전 우승의 밑바탕이 됐다.
트로피에 입 맞추는 허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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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회는 "제가 시즌 초반에 성적이 안 나다가 후반에 시동이 걸리는 게 있어서 올해는 첫 대회부터 마지막 대회인 것처럼 집중한 것이 좋았던 것 같다"며 "매 대회 20∼30등 안에 들 수 있는 실력을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최종 목표는 영구 시드를 받는 것이다. (그러려면) 20승을 해야 해서 갈 길이 멀다. 그다음 목표는 시니어 투어에 가서 우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허인회는 이로써 통산 6승을 쌓았다.
그는 2021년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 땐 당시 캐디였던 아내 육은채 씨에게 공을 돌렸고, 작년 9월 iMBank 오픈에서 5승째를 수확한 뒤엔 아들을 "복덩이"로 치켜세웠다.
이번에도 허인회는 "(육)은채야 고생 많이 했어"라고 말한 뒤 아들에겐 "너 낳고 두 번째 우승이야. 아빠 이런 사람이니까 너도 건강하게 잘 자라야 한다. 사랑해"라고 말했다.
이번엔 부친을 향해서도 "아버지 덕분에 훈련도 열심히 하고 멋진 선수가 됐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라고 외쳤다.
인터뷰하는 허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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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허인회는 "이 얘기는 꼭 하고 싶었다"면서 KPGA 투어 대회의 코스 난도가 최근 몇 년간 낮아졌다고 작심 발언했다.
허인회는 "평균적인 난도가 10년 전이 더 어려웠던 것 같다. (전장이) 많이 당겨졌다는 느낌을 몇 년 전부터 많이 받았다"며 "무슨 이유인진 모르겠지만, 코스를 짧게 해 쉽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3번 홀에서 드라이버를 쳐서 투온이 안 되는 홀은 이때까지 쳐본 코스 중에 단 한 홀도 없다"면서 "(대회 코스를 설계할 때) 우리나라 남자 프로 수준을 높게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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