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D-1, 잠 안 와서 써보는 잡담
1.
음…….정말 시간이 빨리 가네요.
공군 합격 통보 받고 [정말 군대 가는구나] 생각 든 것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고
종강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것 같은데…
내 머리는 빡빡 깎여있고 슬슬 짐 챙길 시간이 다가오네요.
군대 안에서도 시간이 이처럼 빨리 갔으면 좋겠습니다만은…[국방부 시계는 더럽게 안 간다]라는 격언도 있고, 21개월이라는 시간 자체가 짧은 건 아니다 보니까 꽤 길긴 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느리긴 해도 멈추진 않을 테니까..언젠가는 지나가겠죠?
2.
사실 처음 합격 통지서(=입영 통지서) 받았을 때만 해도 얼떨떨한 감정이 컸습니다.
헌혈도 하고, 봉사도 하고, 토익/한능검 등 가산점이란 가산점은 죄다 채웠음에도 4월/5월 지원에서 연달아 떨어졌어서 그런가..아무리 7월 기수가 비수기라지만, 면접이 끝나고서도 안심은 전혀 안 됐고 결국 최종 합격 통지서를 받고서야 아 됐구나..라는 안심 반, 진짜 가는구나..라는 불안 반이었죠.
3.
진짜 실감이 난 건 70-80년대 검정고무신 기철이마냥 머리를 빡빡 밀고 거울을 봤을 때였습니다. 평소랑 달라진 헤어스타일이 충격적이었죠. 그래도 머리숱이 많아서(?) 흐뭇하더라구요.
그리고 여동생이 제 머리 보고 배꼽잡으면서 떼굴떼굴 굴렀을때도 참 기묘했네요. 물론 저도 거울 보면서 웃음을 참을 수 없었으니까, 이해는 한다만은…너무 웃는거 아니니…
4.
입대 2주 전쯤부터 제 기분은 업과 다운을 밥 먹듯이 오갔습니다.
[어차피 가야하는거, 그냥 갔다오지 뭐. 저 선배들도 멀쩡하게 갔다왔는데, 내가 못 하겠어?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일거 아냐. 그래도 요새 폰도 주고 옛날처럼 가혹행위 미치도록 하지도 않고 돈도 한 3천 모아서 나올 수 있으니까 괜찮지 않아?]
라는 생각과
[하..그래도 군대가 군대인데.. 공군이 그나마 낫다지만 그래도 훈련소는 엄청 빡세다던데 내가 견딜 수 있을까? 3달 더 복무하는건 지금 생각할 겨를도 없고.. 올해 7월은 비도 왕창 오고 엄청 덥다던데…아 가기 싫다…]
하는 생각이 계속 오가니까, 참 그렇더라구요. 그냥 빨리 입소를 해버려야 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도 들 정도로요 크크크
5.
참..우리나라 군대가 원래 사건사고가 많이 터지지만, 제가 들어갈 때 유독 뭔가 더 터지는 느낌이 드네요.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고, 모 신교대 수류탄 폭발 사고, 등등….
그래서 그런가 제가 입대한다니까 어른들이 입 모아 말씀하시는게
[무사히 갔다와라] [건강이 최고다] [중간만 가라] 등등이었네요. 항상 제 몸과 마음 건강 신경쓰고 아프거나 힘들면 버티지 말고 열외 신청해야겠습니다. 물론 훈련소 분위기 자체가 그러기 힘든 분위기고 조교 역시 그렇겠지만… 그래도 군대 이후에도 이 몸뚱이 갖고 70년은 더 살아야 하니까요. 아껴먹어야죠…
6.
고3때도 참 시간이 안 갔지만 결국 수능날이 왔긴 왔듯이, 21개월이 길긴 길겠지만…그래도 하루하루 보내다 보면 [어느새 훈련소 수료?!], [어느새 일병?!], [어느새 상병?!], [어느새 병장?!], [어느새 말년?!], [어느새 전역?!]과 같은 순간들이..저에게도 찾아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전역 전날에 오늘 제가 피지알에 쓴 글 되돌아보면 참 웃길 것 같네요 크크…그땐 그랬지 하면서
아무쪼록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무사히 다녀오겠습니다! 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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