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저출생 대책] 추락하…
정부, "비상한 각오" 다짐…저출생 대응, 정책 최우선 순위로
백화점식 대책 탈피해 "호평"…"컨트롤타워" 제 기능 발휘가 관건
"청년정책 부족하다" 지적…대책 실현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 마련 "난제"
청년 결혼에 부정적 이유는 '자금 부족'(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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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권지현 기자 = 국가 "소멸"이 거론될 만큼 저출생 현상이 심화하자 정부가 출산율 반등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정책을 펴기로 했다.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낮은 출산율에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실패하면서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범국가적 역량을 결집한다는 방침이다.
인구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관련 부처를 신설하는 한편, 재원 마련을 위한 특별회계와 예산 사전심의제 도입 등을 검토한다.
정부의 새 저출생 대책을 두고 기존의 "백화점식" 정책에서 탈피했다는 호평이 나오지만,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이 세워지지 않고 청년 정책이 약해진 점 등은 아쉬움으로 꼽힌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장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역대 저출생 정책 "미흡" 반성…저출생 대응 정책 "최우선"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19일 오후 내놓은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은 역대 정부가 내놓은 저출생 대책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우선 지구상 가장 낮은 출생률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효과성이 떨어져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저출생을 먼 미래가 아닌 현재의 문제로 보고, 정부 차원의 강력한 컨트롤타워와 정책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초저출생을 타개하고자 비상한 각오로 범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기로 했다.
정책 목표는 이번 정부의 임기 안에 출생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지난해 기준 0.72명)로 떨어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을 2030년까지 1.0명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국가의 존립이 달린 만큼 정부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저고위를 "인구비상대책회의"(위원장 대통령)로 전환해 매월 회의를 연다.
필요하면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 경제계, 언론계, 종교계 등과 연석회의도 연다.
남성 육아휴직 증가세 (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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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30대 미혼 청년, 기혼 부부 등으로 구성된 국민 모니터링단을 신설해 정책 수요자들의 의견을 듣고,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임기 안에 합계출산율을 반등시키고자 저출생 대응 사업의 지출 효율화를 목표로 기획재정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을 포함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성과와 연계해 예산도 짠다.
지난달 문을 연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인구정책평가센터의 평가를 통해 성과가 떨어지는 사업은 구조조정한다.
이와 함께 정부 부처로 "저출생대응기획부"(가칭)을 만들고, 인구 위기 대응만을 위한 예산인 특별회계 신설도 검토한다.
특히 대통령실은 산하에 저출생대응기획부를 담당할 저출생수석실을 신설해 전문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각 지자체의 적극적인 저출생 대응을 지원하고자 합계출산율이 높은 지자체에 보통교부세 재원을 더 많이 주고, 부동산교부세는 교부 기준에 출산·돌봄 등 저출생 항목을 신설한다.
또 연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일·가정 양립 지원 등 저출생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금의 허용 범위를 넓힌다.
결혼출산 부동산 (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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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 수요자에게 직접 의견 들었다"…백화점식 대책 탈피해 "호평"
저고위는 이번 대책을 마련하면서 워킹맘(일하는 엄마), 다둥이 아빠, 난임모 등의 의견을 직접 들었다는 점에서 과거 대책과는 다르다고 자평했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정책 수요자와 공급자 간담회를 열었고, 현장 방문 외에 국민 인식 조사 등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파악했다"며 "정책 내용의 측면에서도 지금까지는 모든 정책의 90% 가까이가 양육에 집중됐는데, 이번에는 새로 추가되거나 확대되는 사업의 80%를 일·가정 양립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구조적 문제를 저출생 관점에서 대응하는 게 미흡했는데, (이번에는) 관계부처와 함께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사교육비를 줄이고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이번 대책을 두고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기존 대책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호평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총론적으로 보면 군더더기를 걷어내 여태까지와 다른 점이 확연히 보인다"며 "옛날에는 백화점식으로 나열해서 각 부처 사업을 모아 찍어냈다면, 이번에는 핵심 사업만 뽑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예산에도 많이 신경 쓴 것 같고, 새로 생길 부처의 경우 앞으로 펼칠 정책의 청사진이나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며 "예전에는 각 부처에서 책임을 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여러 사업을 쥐고 가겠다는 의지가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저출생 대응 과정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볼 수 있는 일·가정 양립과 사회적 교육·돌봄 체계 확대가 들어간 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신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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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 신설 긍정적이지만 "컨트롤타워 역할 지켜봐야"…"재원 마련"도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존에 위원회에 불과하던 저출생 대응 조직을 "부처"로 키운다는 점에서 향후 관련 대책이 추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부처 하나만으로는 복잡한 저출생 대책을 효과적으로 이끌기에는 모자라므로 뚜렷한 지휘 체계가 갖춰줘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고위는 공무원들이 다른 부처에서 파견와서 1∼2년 있다가 가는 그런 조직이었는데, 저출생대응기획부는 보건복지부처럼 하나의 부처가 되므로 사업 예산을 갖고 정책을 담당하게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부처 신설만으로는 저출생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마련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 교수는 "주택 문제는 저출산에서 빠질 수 없는 영역인데 이는 국토교통부에서 해야 하는 것으로, 다른 정책들도 마찬가지"라며 "저출생대응기획부 부처 신설로 정책이 더 힘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부처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기존의 백화점식 대책의 한계에서 벗어난 점은 환영할 만하지만, 미래의 부모가 될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부족하다는 점과 외국인 가사 관리사 활성화 등 각론에 관해서는 아쉬움이 나온다.
이상림 책임연구원은 "청년 정책이 많이 누락됐다"며 "예전에는 결혼하지 않은 청년들도 정책의 대상이 됐고, 이들을 끌어오려는 노력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기혼자만을 대상으로 흘러가는 모습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임기 내"라는 단기간에 출산율을 반등시키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조급해하는 느낌도 든다"며 "아이가 많이 태어나는 곳에는 다 이유가 있는데, 합계출산율이 높은 지자체에 더 많은 재원을 배분하는 건 인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비판했다.
또 "지자체를 사업의 파트너가 아닌 따라오는 하나의 객체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정부-지자체 간 파트너십은 구조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재훈 교수는 "일·가정 양립 분야에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한 유연·탄력근무 확대라는 정책의 변화가 보완돼야 할 듯하다"며 "돌봄 분야에서는 아이 돌보미 공급 규모를 늘려야 하는 과제가 있는데, 외국인 가사 도우미 비중 확대 필요성은 어린 자녀 돌봄 분야에서 앞으로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육아휴직급여를 250만원으로 올리는 등 수많은 정책을 이끌 재원을 어디서 어떻게 끌어올지도 문제다.
10조원 규모의 특별회계를 신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주 부위원장은 "특별회계와 관련해서는 특별회계를 둬야 되지 않나 하는 정도 논의하는 것"이라며 "그 속에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까지 포함을 시킬지, 그리고 재원을 어디까지 할 건지는 아직도 관련 부처 간에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도 "아무래도 새로운 정책들을 더 하려면 예산이 더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예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예산이 나올 곳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걸로 안다"며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는 만큼 공교육에 들어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을 활용해 저출생 대책에 쓰일 예산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에 따르면 학생 1인당 교육교부금은 2020년 830만원에서 2070년 7천390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교육계는 "세수 펑크"로 인해 지방교육청이 받을 교부금마저 부족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맞선다.
지난해 60조원에 달하는 세수가 부족한 탓에 11조원에 육박하는 교부금이 배분되지 못해 각 지역 교육청이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이러한 상황을 생각하면 교육교부금을 저출생 재원으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반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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