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영혼 뒤바뀐 모녀의 좌…
오해 풀며 사랑 깨닫는 사춘기 딸과 갱년기 엄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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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중학생 딸과 사사건 건 부딪치는 갱년기 엄마가 있다. 14살 중학교 1학년생 강윤슬과 윤슬의 엄마인 1980년생 44살 최수일이다. 딸과 엄마는 서로의 생각과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엄마는 나를 사랑하기나 한 걸까. 이 말썽꾸러기 딸은 왜 이렇게 내 속을 못 썩여 안달이 난 걸까.
그러던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엄마와 딸의 몸이 바뀌어 있는 게 아닌가. 설상가상으로 윤슬은 엄마가 중학생 때인 1993년으로 가 있고, 엄마 최수일은 현재인 2023년 사춘기 딸의 몸에 빙의됐다. 그리고 이들은 일주일간 상대방의 삶을 말 그대로 뼛속 깊이 체험하게 된다.
"82년생 김지영" 등을 쓴 조남주 작가의 신작 청소년소설 "네가 되어 줄게"의 대강의 줄거리다.
"네가 되어 줄게"는 작가가 "귤의 맛"에 이어 4년 만에 펴낸 작품으로 그의 두 번째 청소년소설이다.
작가는 타임슬립과 영혼 교환이라는 대중매체에서 익숙한 설정을 활용해 두 모녀가 서로의 처지와 생각을 이해하고 깊은 사랑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능수능란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솜씨로 그려냈다.
윤슬에게 엄마는 항상 자기가 져 주는 것처럼 말하지만, 딸의 나쁜 버릇과 예전 실수를 끝도 없이 끄집어내는 사람이다.
"엄마는 뭐 어렸을 때 안 그랬어?" "응 엄마는 안 그랬어. 말대꾸하지도 대답 안 하지도 않았어. 짜증 난다고 엄마 말 듣지도 않고 문 쾅 닫고 들어가는 거 한 번도 한 적 없어."
그런데 과연 정말 그랬을까.
마라탕과 회색 후드, 파스텔색 형광펜을 좋아하는 윤슬은 그렇게 엄마와 사사건건 부딪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서태지와 이상은을 좋아하는 1993년의 중학생이 된다.
윤슬은 갱년기 엄마의 속을 알 수 없지만 사춘기의 엄마 속은 더 알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리고선 30년 전 엄마의 학창 시절 고달프고 불합리한 상황들을 나름대로 돌파해나간다. 엄마 최수일 역시 딸이 공부하던 교실에서 딸의 몸에 들어가 자신의 학창 시절과는 판이해진 교육환경에 분투하며 딸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성격, 습관, 취미는 물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까지 닮은 구석 하나 없던 엄마와 딸은 그렇게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도 몰랐던 진짜 모습을 발견하면서 서로에게 쌓였던 오해를 조금씩 풀어나간다.
두 사람이 진짜 정체를 숨기며 주변 사람들과 일으키는 유머러스한 상황을 읽다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1993년과 30년을 뛰어넘은 2023년의 학교를 배경으로 당시 청소년들과 요즘 청소년들의 생활상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랑은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뻔한 진실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자녀와 함께 읽어도 좋겠다. 19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성인 독자라면 추억을 곱씹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문학동네. 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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