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공의 상관…
서울의대 교수들 "정부 귀닫아 전면휴진 할수밖에…철회조건 전공의 처분취소 등"
"끝까지 안 들어주면 항복선언하고 환자에게 복귀…이후 의료붕괴, 정부 책임"
"일단 이번주 진료 조정하고, 다음주 일정은 주 후반 결정"
전공의 박단 위원장, 임현택 의협 회장 향해 "무책임" 비판 목소리
집회에서 구호 외치는 교수-전공의-의대생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교수들이 "이미 의료 붕괴가 시작됐는데 정부가 귀를 막고 도대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마지막 카드는 전면휴진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 정책 강행에 반발해 "무기한 전면 휴진"을 선언한 첫날인 17일 서울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집회를 열고 이같이 휴진 이유를 밝혔다.
방재승 비대위 투쟁위원장은 "교수들이 전공의와 의대생만을 위하는 게 아니"라며 "이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한국 의료는 붕괴된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에 3개월간 정부와 국민에 수도 없이 말씀드렸지만, 정부가 국민의 귀를 닫게 만들고 의견을 묵살했다"고 항변했다.
이어 "의료 붕괴는 이미 시작됐고 우리는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볼 것이다. 정부가 끝까지 안 들어주면 휴진을 철회하고 항복 선언을 해야 하겠지만 이후 의료 붕괴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방 투쟁위원장은 그러면서 ▲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완전취소 ▲ 현장 의견 반영이 가능한 상설 의·정 협의체 ▲ 2025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정부가 이를 위한 가시적 조치를 취한다면 휴진을 철회하고 대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집회에서 발언한 강성범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진료에만 충실한 교수가 정의인가"라고 지적하며 "자식 같은 전공의와 학생들이 밖에 나간 지 4개월이나 되어 가는데, 그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병원에 남아 환자 치료나 계속하는 것은 천륜을 저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운 벗고 발표 듣는 서울대병원 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비대위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동안 400명이 넘는 이 병원 교수들이 입원·외래·수술 일정을 조정했다. 이에 따라 수술 건수는 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들이 있었을 때의 수술 건수(수술장 기준)를 100%라고 봤을 때 이전까지의 수술 건수는 60% 정도였고, 이번 주는 30%로 조절이 됐다"고 밝혔다.
비대위 조사에 따르면 휴진에 직접적으로 참여한다고 답한 교수는 529명이다. 이는 진료에 참여하는 전체 교수(967명)의 54.7%에 해당한다.
강 위원장은 다만 "이번 주 동안의 외래와 수술 일정이 조정되긴 했지만, 서울대병원은 열려 있고 교수들은 근무 중"이라며 "응급환자는 병원에 오시면 진료를 받으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일단 일주일보다 더 (휴진) 일정을 조절할 계획이 없다"며 "무기한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일주일 동안만 휴진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진료 일정이 일주일 단위로 변경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다음 주 일정은 아직 변경되지 않았고 이번 주 후반에 파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집회 현장에는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와 김민호 서울의대 학생회장을 포함해 다수의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참석했다.
박재일 전공의 대표는 "젊은 의사로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돈을 더 많이 벌고 이익을 취할 수 있는 미래가 아니다"라며 "서울대병원 전공의 상당수는 대학병원에 남아 교수가 되어 의료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왜곡되지 않은, 기울어지지 않은 의료 현장에서 일하며 국민에게 더 나은 의료 혜택을 드리는 것인데 열악한 환경을 버티지 못하고 떠난 의사들의 행동이 개인적 일탈로만 취급받고 있다"며 정부에 "상황과 문제에 대한 인식, 장기적인 해결 계획과 면밀한 수준의 논의, 그에 대한 설명과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 이어 비대위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는 "전문가의 전문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전문가 집단의 소양 부족, 도덕적 해이 등으로 전문가 집단이 몰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의료 사고 시의 의사 형사처벌을 예로 들며 "형사처벌은 의료 사고 시 환자에게 사과를 하게 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하지 않게 만든다"며 "의사 집단에 자율규제 권한을 부여해 좋은 의료를 구축하고 사회적 신뢰를 얻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포지엄 패널 토론 순서에서는 침묵과 무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박단 위원장,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비판하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는 박단 위원장을 향해 "지휘자가 명확한 책임을 지고 리드를 하고 작전 지시를 해야 하는데, 백일 넘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말하며 "아무리 개인의 자유 형식이라도 사회적 책무가 있다. 노예 해방을 외치고 나왔다면 거꾸로 어떻게 하면 돌아올 것인지 시스템을 요구하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임현택 회장에 대해서는 "실천력 있는 행동 대신 무대책에 가까운 책임 없는 행동을 하며 박단 위원장과 말싸움이나 하는데 이런 한심한 시간이 너무 안타깝다"며 "그만둘 생각은 없나"고 질타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