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면허 레이 운전 분투기(3시간)
저는 면허는 있지만 운전을 좋아하지 않는 걸 넘어서 굉장히 두려워합니다. 특히 도심지 복잡한 골목길이나 도로 생각하면 손이 덜덜 떨릴 정도입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차 사라는 압박도 다 씹고 버텼을 정도로 운전을 두려워하지만....
이상하게 한 1, 2년에 한 번 쯤은 운전이 격하게 땡길 때가 있습니다. 왠지 운전이 하고싶고, 근자감 뿜뿜 들 때. 그럴 땐 쏘카를 빌리지요. 문제는 그 결과가 항상 안좋았단 거?
처음엔 아반떼를 빌렸습니다. 오토차를 처음 몰아보는데다 버튼 시동 켜는 법을 몰라서 대여 20분만에 겨우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벌벌 떨면서 몰다가 차선도 제대로 못바꿔서 이상한 골목 들어갔다가 벽에 사이드미러를 대차게 긁어버렸습니다... 다행히 보험을 제일 비싼 걸 들어놔서 자부담금 5만원으로 해치웠죠.
그로부터 약 2년 후, 두 번째로 차를 빌렸습니다. 이번엔 K3. 당시 숙소의 짐을 빼서 본가에 갖다놓는 계획이었습니다. 호기롭게 빌려서 차를 빼서 나온 순간... 난폭한 부산의 도로에 겁에 질려서 벌벌 떨면서 겨우겨우 숙소까지 가서 룸메 형한테 매달려 운전을 맡겼습니다(...).
그로부터 약 1년 후 오늘! 다시 또 자신감이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과거를 교훈삼아 레이를 빌리기로 합니다. 제일 문제가 차폭감이 없는 건데, 경차는 작으니까 몰기 쉬울 거라는 판단. 그리고 또 싸니까요.
물론 자신감은 차 타고 시동 걸자마자 사라지고 다시 벌벌 떨면서 겨우겨우 주차장을 내려왔습니다....
뭐 잡설은 여기까지고, 대충 레이(가솔린) 타면서 느낀 점을 간단히 말해보자면
1. 차 내부가 겁나 넓다.
겉으로 보기엔 작은데 정작 열면 장난아니게 큽니다. 박스카라 그런지 체감상 중형 세단급으로 넓어보임. 예전 아버지 차로 마티즈, 모닝을 탔었는데 비교가 안됩니다. 경차라는 게 체감이 안 될 정도로 넓고 쾌적함. 조수석 쪽은 B필러도 없이 활짝 열려서 짐 싣기도 GOAT.
2. 그럼에도 작고 운전하기 편하다.
제 운전실력의 가장 큰 문제가 차폭감이 약하단 겁니다. 좁은 골목 통과할 때 계산 잘못해서 사이드미러 꺾은 전적도 있고, 아버지 차 벽에 긁기도 많이 긁었습니다. 차선도 제대로 못맞춰서 차선 유지에 온 신경을 다 쏟아붓는 수준. 근데 레이는 차가 작아서 신경 안쓰고 좀 튀어도 차선 안에 있더라고요. 주차할 때도 마찬가지고. 차선유지 강박 하나 벗어났다고 시야가 확 넓어져서 훨씬 수월한 운전이 가능했습니다. 답은 "경차"다.
3. 나쁘지 않은 힘
여태 경차 탄 경험에 비추어 제일 걱정했던 건 역시 힘 딸리는 거였습니다. 박스카라 공기역학적으로도 불리하고. 근데 생각보다 힘이 나쁘지 않네요? 제 운전 습관 자체가 급가속, 급정거 안하고 천천히 가속하는, 이른바 할배운전 스타일이라 그런지 딱히 불편은 못느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7, 80키로까지 스무스하게 올라가는데 시내 주행에서 이정도면 차고 넘치죠. 물론 출발 시 초기 가속은 엔진 RPM 확 올라가긴 하는데 그 정도야 뭐. 단지 차선 변경할 때 확 가속 못하는 건 아쉽긴 합니다. 우리나라 도로 사정 상 차선변경은 천천히 못하니까... 그 약하다는 가솔린도 이정돈데 레이 EV는 얼마나 좋을지 궁금하네요.
4. 제발 차선변경 양보좀...
사실 레이 문제는 아니고 우리나라 도로의 고질적인 문제죠. 전 말로만 많이 들었는데, 진짜로 깜빡이 키니까 뒷차들이 광폭화해서 달려듭니다(...) 아니 진짜 너무한 거 아닙니까... 그래서 차선 변경 못하고 다른 방향으로 삥 돌아간 게 한 두 번이 아님... 그리고 그 여파인지 차선변경 하시는 분들도 깜빡이 안켜고 대가리부터 들이밀더라고요. 이해는 하는데 진짜 식겁했습니다. 아니 깜빡이 켜면 속도 줄이고 양보해줄텐데 그렇게 급하게 들어오시면... 레이가 정상적인 도로 환경에선 괜찮은데 이런 하드코어한 급가속이 필요한 상황에 대응이 힘든 건 좀 아쉬웠습니다...
5. 갓길 주차는 없어져야 할 문화
사실 운전 다른 건 다 괜찮은데 골목길 양옆에 갓길 쭈루룩 주차 돼 있는 곳이 제일 힘듭니다... 차폭감 없는 건 그래도 차선 보면서 맞추는 편인데 갓길 주차 돼 있으면 차선 활용을 못해서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 길도 좁아지고. 그리고 그런 골목엔 항상 반대편에서 오는 차와 무단횡단하는 보행자가 겹쳐서 지옥같았습니다... 주차장 부족한 현실이 어쩔 수 없는 건 아는데 진짜 초보운전 입장에서 힘듭니다. 저번에 사이드미러 꺾였을 때도 똑같은 상황에서였고. 그나마 작은 레이라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6.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운전 실력?
차폭에 대한 부담 줄어드니까 생각보다 운전이 그렇게 무섭지 않더라고요? 면허학원에서 암것도 안가르쳐줬다고 욕하고 다녔는데 생각보다 운전 습관이 잘 박혀 있던 게 느껴져서 왠지 미안했습니다. 그냥 성향 상 안전운전 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은근 자전거 타던 게 운전할 때도 도움 되더라고요. 방지턱 앞 두고 속도 줄이는 요령이라든지 신호나 교차로에서 본능적으로 다른 차, 사람 경계하면서 속도 줄인다든지. 전혀 다른 것 같아도 이동수단을 모는 기초는 공유하는구나 싶어서 재밌었습니다.
암튼 머... 사실상 처음으로 성공적인 운전을 끝내서 뿌듯하네요. 이번에 얻은 교훈은 차는 무조건 경차라는 거? 차를 살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사면 무조건 경차 살겁니다. 차급? 자존심? 그딴 허례허식 전혀 관심 없음. 무조건 운전하기 편한 거...
암튼 운전 욕구 채웠으니 한동안은 또 차 생각 없이 살 수 있겠죠??? 요며칠 차 땡겨서 중고차 계속 알아보고 스쿠터도 막 찾아봤는데 좀 줄어든 게 느껴집니다 흐흐. 차는 나중에 필요해지면 사야죠. 돈 먹는 하마라.
뭐 그렇습니다. 여러분도 안전운전 하십셔!
이상하게 한 1, 2년에 한 번 쯤은 운전이 격하게 땡길 때가 있습니다. 왠지 운전이 하고싶고, 근자감 뿜뿜 들 때. 그럴 땐 쏘카를 빌리지요. 문제는 그 결과가 항상 안좋았단 거?
처음엔 아반떼를 빌렸습니다. 오토차를 처음 몰아보는데다 버튼 시동 켜는 법을 몰라서 대여 20분만에 겨우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벌벌 떨면서 몰다가 차선도 제대로 못바꿔서 이상한 골목 들어갔다가 벽에 사이드미러를 대차게 긁어버렸습니다... 다행히 보험을 제일 비싼 걸 들어놔서 자부담금 5만원으로 해치웠죠.
그로부터 약 2년 후, 두 번째로 차를 빌렸습니다. 이번엔 K3. 당시 숙소의 짐을 빼서 본가에 갖다놓는 계획이었습니다. 호기롭게 빌려서 차를 빼서 나온 순간... 난폭한 부산의 도로에 겁에 질려서 벌벌 떨면서 겨우겨우 숙소까지 가서 룸메 형한테 매달려 운전을 맡겼습니다(...).
그로부터 약 1년 후 오늘! 다시 또 자신감이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과거를 교훈삼아 레이를 빌리기로 합니다. 제일 문제가 차폭감이 없는 건데, 경차는 작으니까 몰기 쉬울 거라는 판단. 그리고 또 싸니까요.
물론 자신감은 차 타고 시동 걸자마자 사라지고 다시 벌벌 떨면서 겨우겨우 주차장을 내려왔습니다....
뭐 잡설은 여기까지고, 대충 레이(가솔린) 타면서 느낀 점을 간단히 말해보자면
1. 차 내부가 겁나 넓다.
겉으로 보기엔 작은데 정작 열면 장난아니게 큽니다. 박스카라 그런지 체감상 중형 세단급으로 넓어보임. 예전 아버지 차로 마티즈, 모닝을 탔었는데 비교가 안됩니다. 경차라는 게 체감이 안 될 정도로 넓고 쾌적함. 조수석 쪽은 B필러도 없이 활짝 열려서 짐 싣기도 GOAT.
2. 그럼에도 작고 운전하기 편하다.
제 운전실력의 가장 큰 문제가 차폭감이 약하단 겁니다. 좁은 골목 통과할 때 계산 잘못해서 사이드미러 꺾은 전적도 있고, 아버지 차 벽에 긁기도 많이 긁었습니다. 차선도 제대로 못맞춰서 차선 유지에 온 신경을 다 쏟아붓는 수준. 근데 레이는 차가 작아서 신경 안쓰고 좀 튀어도 차선 안에 있더라고요. 주차할 때도 마찬가지고. 차선유지 강박 하나 벗어났다고 시야가 확 넓어져서 훨씬 수월한 운전이 가능했습니다. 답은 "경차"다.
3. 나쁘지 않은 힘
여태 경차 탄 경험에 비추어 제일 걱정했던 건 역시 힘 딸리는 거였습니다. 박스카라 공기역학적으로도 불리하고. 근데 생각보다 힘이 나쁘지 않네요? 제 운전 습관 자체가 급가속, 급정거 안하고 천천히 가속하는, 이른바 할배운전 스타일이라 그런지 딱히 불편은 못느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7, 80키로까지 스무스하게 올라가는데 시내 주행에서 이정도면 차고 넘치죠. 물론 출발 시 초기 가속은 엔진 RPM 확 올라가긴 하는데 그 정도야 뭐. 단지 차선 변경할 때 확 가속 못하는 건 아쉽긴 합니다. 우리나라 도로 사정 상 차선변경은 천천히 못하니까... 그 약하다는 가솔린도 이정돈데 레이 EV는 얼마나 좋을지 궁금하네요.
4. 제발 차선변경 양보좀...
사실 레이 문제는 아니고 우리나라 도로의 고질적인 문제죠. 전 말로만 많이 들었는데, 진짜로 깜빡이 키니까 뒷차들이 광폭화해서 달려듭니다(...) 아니 진짜 너무한 거 아닙니까... 그래서 차선 변경 못하고 다른 방향으로 삥 돌아간 게 한 두 번이 아님... 그리고 그 여파인지 차선변경 하시는 분들도 깜빡이 안켜고 대가리부터 들이밀더라고요. 이해는 하는데 진짜 식겁했습니다. 아니 깜빡이 켜면 속도 줄이고 양보해줄텐데 그렇게 급하게 들어오시면... 레이가 정상적인 도로 환경에선 괜찮은데 이런 하드코어한 급가속이 필요한 상황에 대응이 힘든 건 좀 아쉬웠습니다...
5. 갓길 주차는 없어져야 할 문화
사실 운전 다른 건 다 괜찮은데 골목길 양옆에 갓길 쭈루룩 주차 돼 있는 곳이 제일 힘듭니다... 차폭감 없는 건 그래도 차선 보면서 맞추는 편인데 갓길 주차 돼 있으면 차선 활용을 못해서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 길도 좁아지고. 그리고 그런 골목엔 항상 반대편에서 오는 차와 무단횡단하는 보행자가 겹쳐서 지옥같았습니다... 주차장 부족한 현실이 어쩔 수 없는 건 아는데 진짜 초보운전 입장에서 힘듭니다. 저번에 사이드미러 꺾였을 때도 똑같은 상황에서였고. 그나마 작은 레이라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6.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운전 실력?
차폭에 대한 부담 줄어드니까 생각보다 운전이 그렇게 무섭지 않더라고요? 면허학원에서 암것도 안가르쳐줬다고 욕하고 다녔는데 생각보다 운전 습관이 잘 박혀 있던 게 느껴져서 왠지 미안했습니다. 그냥 성향 상 안전운전 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은근 자전거 타던 게 운전할 때도 도움 되더라고요. 방지턱 앞 두고 속도 줄이는 요령이라든지 신호나 교차로에서 본능적으로 다른 차, 사람 경계하면서 속도 줄인다든지. 전혀 다른 것 같아도 이동수단을 모는 기초는 공유하는구나 싶어서 재밌었습니다.
암튼 머... 사실상 처음으로 성공적인 운전을 끝내서 뿌듯하네요. 이번에 얻은 교훈은 차는 무조건 경차라는 거? 차를 살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사면 무조건 경차 살겁니다. 차급? 자존심? 그딴 허례허식 전혀 관심 없음. 무조건 운전하기 편한 거...
암튼 운전 욕구 채웠으니 한동안은 또 차 생각 없이 살 수 있겠죠??? 요며칠 차 땡겨서 중고차 계속 알아보고 스쿠터도 막 찾아봤는데 좀 줄어든 게 느껴집니다 흐흐. 차는 나중에 필요해지면 사야죠. 돈 먹는 하마라.
뭐 그렇습니다. 여러분도 안전운전 하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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