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문헌 종로구청장 …
청와대 개방으로 고궁-인사동-종묘-대학로까지…보행 중심 문화벨트·아트투어
"오버 투어리즘" 주민 몸살에 북촌 특별관리지역 지정 추진…방문시간 등 제한
"주거환경 개선에 과감한 규제완화" 건의 계획…"복지허브" 종로복지재단 출범
정문헌 종로구청장
[종로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김기훈 기자 = "종로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이끈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모든 분야의 1번지죠."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청 집무실에서 만난 정문헌(58) 종로구청장은 "정치는 물론 교육과 문화에서도 종로는 대한민국 1번지였다"며 종로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제17·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통일비서관을 지낸 그가 2년 전 종로구청장 출마를 결심한 것은 "종로의 자부심" 때문이었다.
종로에서 태어나 초·중·고 학창 시절을 보낸 정 구청장은 삼청동 프랑스문화원에서 몇백원을 주고 외화를 보며 "문화적 소양"이 스며든 까까머리 시절과 재수학원이 즐비했던 옛 종로 풍경을 생생히 떠올렸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종로 일대 학원들이 떠나고 대통령 집무실도 용산으로 이전했지만, 종로의 역사성과 문화적 상징성만큼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와대 개방을 계기로 평창·부암동-청와대-고궁-송현동-인사동-종묘-대학로로 이어지는 문화관광 자산들이 하나로 이어지며 종로가 문화 1번지로서 정체성이 더 큰 의미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정 구청장은 "구슬도 꿰어야 보배"란 말처럼 "종로 곳곳에 남은 문화적 자산을 엮어내 문화·관광 벨트로 묶고, 스토리를 얹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광객들이 종로 곳곳을 걸어서 누비며 관광할 수 있는 보행 중심의 문화벨트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문화벨트 조성은 구체적으로 "점-선-면"의 3단계로 추진된다. 점 단위 사업 발굴, 선 단위 연계사업 추진, 면 단위 상품 개발로 이어지는데, 구는 2단계 사업으로 각 거점을 잇는 "종로 모던 길 사운드워크"를 개발해 스마트폰으로 오디오 가이드 프로그램을 제공 중이다.
정문헌 종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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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로는 지역의 문화 인프라를 활용해 도시 전체를 문화예술공간으로 연계한 종로 아트투어 프로그램을 기획·실행할 예정이다.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열린 공원 조성을 위해 탑골공원 정상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역사성 회복"이다. 1919년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유서 깊은 곳이지만 그간 낡은 도심 공원의 이미지에 가려져 왔다.
정 구청장은 "올해는 3·1 운동이 일어난 지 105주년이 되는 해로 탑골공원의 원래 모습을 되찾기 위해 1980년대 설치된 현재의 담장 일부를 해체했다"며 "단계적으로 원형을 회복하고, 단절된 도심 공원을 시민을 위한 열린 공원으로 조성해 돌려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광도시 서울"에서도 대표적 명소인 종로에 드리운 그림자도 있다.
북촌 등 생활권 곳곳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소음과 쓰레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에 대해 정 구청장은 "주민 정주권 보호가 필요한 북촌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구는 올해 10월부터 관광객의 방문 시간을 제한적으로 설정하는 "마을방문시간 운영구역"을 설정해 시범운영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관광버스 통행 제한구역"도 지정해 관리할 방침이다.
또 북한산 등 천혜의 자연환경과 경복궁 등 문화유산이 오히려 구의 개발을 가로막는 족쇄가 되기도 했다.
정 구청장은 "종로는 오랜 기간 자연경관지구, 고도지구 등 용도지구 지정으로 과도한 건축 규제와 제한을 받아왔다"며 "지역균형발전과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지역 현황을 반영한 현실적이고 유연한 높이 관리 기준 설정을 서울시에 건의해왔다"고 설명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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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서울시는 올해 1월 신(新)고도지구 구상안 발표를 통해 구기평창지구(20→24m), 경복궁 고도지구(16→18m) 등의 고도 제한을 완화했다.
하지만 정 구청장은 아직 미흡하다며 더 적극적인 행정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그는 "건폐율·높이 등 건축규제 완화로 주거 정비 활성화를 유도하고자 한다"며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통해 전용주거지역, 도시계획시설, 지구단위계획 등 중복규제지역에 대한 자연경관지구 해제를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민 의식이 성숙해지면서 성곽 주변이라든지 인왕산 자락이 난개발되면 자산 가치도 떨어진다는 것을 주민들도 잘 알고 있다"며 "의식 수준 향상에 발맞춰 규제를 풀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9월 출범 예정인 종로복지재단과 관련해서는 1인 가구 증가·복지 사각지대 등 다양한 지역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해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는 "복지 허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임기 반환점을 돈 정 구청장은 구정의 핵심 개념인 "종로 모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정 구청장은 "종로 모던은 세계의 본(本)이 되는 우리식의 고도(高度) 현대화 구현이라는 뜻"이라며 "우리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좌표이자 방향성을 설정하는 상위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걸 왜 하지?"라고 할 때 결국 "종로 모던"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정문헌 종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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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종로 모던의 궁극적 목표는 서로 도와 함께 번영하는 공존공영(共存共榮)"이라며 "작년에 이어 올해는 구민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사업이 궤도에 오르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청사 건립과 관련해서는 "2027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공정을 진행 중"이라며 종로의 정체성을 담고 역사와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청사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과거 국회의원과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낸 경험에 대해서는 "구정 운영에 필요한 원칙과 신념을 정립하는 데 큰 자산이 되고 있다"며 "국정 실무 경험과 의정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각 분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구청장의 역할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주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정 구청장은 "주민들이 지자체와 국가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본인들이 생각하는 바를 다 이루는 게 지자체에 이바지하고 국가에 이바지하는 것"이라며 "주민들이 뜻하는 일들을 다 이루도록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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