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의정갈등으로 간호사 &…
전공의 이탈 속 경영 악화 대형병원들 신규 간호사 채용 "잠정 중단"
간호대생 취업난에 휴학까지 고려…"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져"
나이팅게일 선서식하는 간호대 학생들(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의 불똥이 간호대 졸업반 학생들에게 튀었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으로 경영난에 빠진 병원들이 신규 간호사 채용을 잠정 중단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 중 올해 상반기 간호사를 채용하는 곳은 1곳에 그쳤다.
일부 간호대 4학년생들은 취업난에 졸업을 미루고 "휴학"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병원들, 경영난에 간호사 채용 "전면 중단"…빅5도 연내 채용 미지수
16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중 올해 상반기에 신규 간호사 채용을 진행 중인 곳은 중앙대병원뿐이다.
보건복지부는 예비 간호사들이 여러 병원에 중복으로 채용돼 일부 병원에 인력 공백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22곳을 대상으로 "동기간 면접제"를 실시하겠다고 지난 1월 밝혔다.
간호사 채용 시기를 맞춰 7월에 18곳, 10월에 4곳의 상급종합병원이 동시에 최종면접을 보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전공의 이탈로 병원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무기한 의사 집단 휴진 현실화하나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동네 병의원과 대학병원을 가리지 않고 '전면 휴진'이 확산하는 가운데 14일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2024.6.14 [email protected]
복지부 관계자는 "기존 간호사들도 무급휴직을 보낼 정도로 사정이 나빠서 병원들이 신규 간호사 채용을 계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채용 의사를 명확히 밝힌 병원은 상반기 중앙대병원 1곳, 하반기 원광대병원 1곳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반기에 신규 간호사를 채용하지 않은 병원들이 하반기에 채용 공고를 낼지는 예단할 수 없다"며 "만약 하반기에 채용을 실시한다면 원래 계획대로 10월에 모아서 할 수 있도록 안을 만들어 보겠다"라고 덧붙였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올해 2월 간호사 국가고시 합격자 발표 후 2월 말부터 순차적으로 신입 간호사 발령이 났어야 했는데 전공의 사태로 이들조차 발령이 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 보니 간호대 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내년도 채용 공고는 아예 올라오지도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의 사정은 더 암담하다.
이들 병원은 거의 매년 세자릿수 규모의 신규 간호사 채용을 해왔지만, 올해 안에 내년도 신입 간호사 채용 공고를 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빅5 병원 중 한 곳의 관계자는 "2025년도 신규 간호사 채용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며 "정부는 7월과 10월 동시 채용하겠다고 했지만,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하는 건 아니지 않나. 병원 사정이 너무 어려워서 언제 채용 공고를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환자 손은 누가 잡나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의정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14일 대구 한 2차 병원에서 보호자가 환자의 손을 잡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8일 집단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분만병의원협회와 대한아동병원협회에 이어 대학병원의 뇌전증 전문 교수들이 집단 휴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집단 휴진 불참 의사단체가 잇따르고 있다. 2024.6.14 [email protected]
◇ "절망"한 간호대생들 휴학까지 고려…"정부-의사 싸움에 우리만…"
간호대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휴학까지 고려하고 있다. 취업이 되지 않은 상태로 대학을 졸업하느니,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게 덜 불안하고 향후 취업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간호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간호사를 준비하는 모임(간준모)"에는 "휴학할까 싶어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간호대 예비졸업생으로 추정되는 한 회원은 "4(학년)-2(학기) 남았는데 휴학할까 싶어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리면서 "대학병원들 올해 채용 계획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 절망했다. 이러려고 4년 열심히 했나 싶으면서 갑자기 번아웃이 와서 너무 우울하다. 차라리 1년 건너뛸까 싶다. 내년 취업시장 정상화된다는 보장이 없어서 고민이다"라고 적었다.
이 게시물에는 "교수님들은 휴학 추천하시더라. 지금 상황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 "많은 분이 휴학을 고민 중이라 휴학 인원도 꽤 될 것 같다"는 등의 공감 답글이 여럿 달렸다.
분당서울대병원에 붙은 노조 대자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의대 교수들의 집단 휴진 예고로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서울대, 세브란스 전체 휴진이라는데 어떻게 되려나요"라는 내용의 게시글에는 "점점 휴진하는 병원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니 이번 취업이 정말 더 힘들어질 것 같아요", "이렇게 되면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점점 사라져서 너무 깜깜하네요" 등의 답글이 달렸다.
서울권 간호대 4학년 학생은 연합뉴스에 "4년간 간호사가 되기 위해 많이 노력했지만, 간호사 신규 채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정말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 증원으로 비롯된 병원 사태로 죄 없는 간호대 학생들은 눈물만 난다"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정부와 의사들의 싸움에 우리 예비 간호사들은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졸업하면 내년 (졸업 예정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신규 채용에 지원할 수 없어서 4학년 2학기에 휴학을 하고 내년에 신규 간호사 채용에 지원하겠다는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