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휴진 앞둔 서울대 교수…
전체 휴진 앞두고 기자회견서 "환자들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
정부에 "상시적 의정협의체" 구성 촉구…"신뢰와 존중 보여달라"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4일 오후 서울의대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강희경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4.6.14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환자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죄송하다는 입장을 표하고, 중증·희귀질환 진료는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수들은 의료사태 해결과 전공의 복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조하면서, 정부를 향해 신뢰와 존중의 태도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14일 오후 서울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비대위는 "먼저 중증·희귀질환 환자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마지막 몸부림으로 전체 휴진을 결의했으나, 정부를 향한 이런 부르짖음이 서울대병원을 믿어온 중증·희귀질환 환자들께 절망의 소리가 될 것이라는 걸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저희가 말씀드린 전체 휴진이란 다른 병의원에서도 진료가 가능하거나, 진료를 미뤄도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환자들의 외래 진료와 수술 중단을 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대병원의 진료가 지금 필요한 중증·희귀질환 환자들께는 휴진 기간에도 차질 없이 진료가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그간 서울대병원이 상급종합병원인데도 1, 2차 병원과 경쟁하며 경증 환자를 진료해왔으나 이번 휴진을 계기로 달라지겠다고도 예고했다.
이들은 "이번 전체 휴진을 시작으로 서울대병원은 중증·희귀질환 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진정한 최상급종합병원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며 "이런 변화로 병원의 수익이 감소한다면 이는 바로 우리나라 현재 수가체계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발언하는 강희경 비대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14일 오후 서울의대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강희경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4.6.14 [email protected]
비대위는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지만,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투석실 등 필수적인 분야 진료는 지속한다. 입원 환자에 대한 진료도 유지한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병원 안에서도 소아 환자를 보는 등 진료를 미룰 수 없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실제로 진료실이 완전히 닫히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불편을 겪을 수 있는 환자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들의 규모를 아직 파악하진 못했으나, 현재 적잖은 교수들이 진료를 변경 중이라고 밝혔다. 사정상 진료를 변경하지 못하더라도 비대위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도 전했다.
비대위 언론팀장을 맡은 오승원 교수는 "비대위에 진료 예약 변경을 요청하신 교수님들이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두 곳에서 200명 정도이고, 교수님들이 직접 진료를 변경하신 경우도 있다"며 "참여율에 대해서는 좀 더 정리되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환자 때문에 진료를 닫진 못하지만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는 교수님들도 있다"며 "(휴진에) 참여하고 싶지만 환자 때문에 못 하실 경우 (비대위) 성명에 사인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날 오후에 벌써 200명이 서명해주셨다"고 덧붙였다.
무기한 의사 집단 휴진 현실화하나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동네 병의원과 대학병원을 가리지 않고 '전면 휴진'이 확산하는 가운데 14일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과 내원객이 이동하고 있다. 2024.6.14 [email protected]
비대위는 서울대병원 동료이자 노동자인 의료연대본부 조합원들에겐 협조를 당부했다.
비대위는 "휴진 결정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의료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공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헤아려달라"며 "함께 환자를 돌보는 동료로서, 국립대병원 노동자로서 올바른 의료체계를 만들고자 하는 교수들의 노력에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서울대병원 노조가 속한 의료연대본부는 의대 교수 등 의사들을 향해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휴진으로 인한 진료 예약 변경 업무도 맡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를 향해서는 전공의들의 수련 환경을 개선하고, 의료계와의 협의체를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비대위는 "전공의 수련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하고, 수가체계를 개선해 부당한 노동 환경과 허술한 수련 환경이 아닌 전문의 중심의 교육수련병원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어 "의사들을 향해 다양한 명령을 동원하는 대신 긴 안목으로 정권과 공무원의 임기와는 무관하게 의료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 정부가 모여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상시적 의정협의체"의 구성과 운영을 서둘러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협의체의 논의 결과가 실제로 반영될 수 있는 법적 보장, 정책 집행을 위한 안정적 재원이 함께 명시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의료계와 정책 결정권자가 아무런 조건을 내세우지 않고 먼저 만나도 좋겠다"고 했다.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장기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의사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달라고도 요구했다.
비대위는 "1년짜리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현실성 없는 설익은 정책을 쏟아내는 대신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해 현장을 아는 전문가와 상의해달라"며 "각종 규제로 의료계를 옥죄는 대신 의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해달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번 휴진 결정이 "밥그릇" 때문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며, 진심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강 위원장은 "저희가 밥그릇을 위해 (휴진)하는 게 아니다"며 "전면 휴진을 결의하게 된 배경에는 전공의들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고, 근본적으로는 전공의들이 사직할 자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초에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없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며 "어떤 직역이든 기본권을 존중받아야 하고, 직업 선택의 자유는 누구나 보장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있어야만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강 위원장은 "행정명령 취소만 가지고 전공의들이 돌아오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지만, 존중받고 신뢰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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