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신상훈 WKBL 총재…
20년 전 신한은행 여자농구단 창단 주역…7구단 창단도 추진
7월 임기 시작, 서울 각 구청 3대3 농구팀 창단 등으로 저변 확대
신상훈 WKBL 총재 내정자
[촬영= 김동찬]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어깨가 무겁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의 책임감을 느낍니다."
7월부터 3년 임기의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총재 업무를 시작하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가 "예전에 제가 여자농구에 있을 때와 많이 달라졌지만 제 인생 마지막 봉사라고 여기고 열심히 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5월 WKBL 제10대 총재로 선출된 신상훈 총재 내정자는 경제계에서도 내로라하는 거물급 인사지만 농구와 인연도 많은 편이다.
신한은행장을 맡고 있던 2004년에 현대 여자농구단을 인수해 2007년 여름리그부터 2011-2012시즌까지 리그 6연패를 달성하는 "레알 신한"의 시작을 만든 주인공이 바로 신상훈 총재 내정자다.
13일 연합뉴스와 만난 신상훈 총재 내정자는 스타 발굴과 저변 확대를 임기 중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내걸었다.
신상훈 총재 내정자는 "최근 이상백배 대학 농구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에 80점 차 이상으로 패한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일본은 고등학교 팀이 3천개가 넘는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20개도 안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당장 일본을 이기겠다는 것은 무리한 얘기고 우리도 일본처럼 30년, 40년을 보고 장기적으로 체육 정책이나 교육 정책부터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총재 내정자는 "서울에 25개 구가 있는데 이 구청 단위로 우선 3대3 농구를 시작해서 은퇴 선수들을 코치로 쓰면서 여자 농구를 즐기는 인구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또 축구의 경우 TV 예능 프로그램 "골때녀"(골때리는 그녀들) 영향으로 직접 축구를 하는 여성 인구가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 여자 농구에서도 비슷한 플랫폼이 가능한지도 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서울에 대학팀 창단으로 여자농구를 시작할 저변을 넓힐 요인도 적극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신상훈 WKBL 신임 총재
[WKB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7번째 프로 구단 역시 여자농구계에 숙원이기도 하다.
현재 인기가 높은 여자 프로배구는 7개 팀이 경쟁하고 있고, 프로 출범 전인 여자 핸드볼의 경우 8개 팀이 있는 것과 비교하면 6개 팀 체제인 여자 프로농구 규모는 조금 더 커질 여지가 있는 셈이다.
신 총재 내정자는 "임기를 시작하면 5월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받은 iM뱅크(대구은행)나 이달 초에 새 체육관 착공식을 한 전북 전주시 등을 대상으로 새로운 팀 창단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여자농구 저변이 약해 7 구단이 어렵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아시아쿼터나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등을 고려하면 7 구단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주요 은행들이 모두 참가하고 있는 리그 특성과 경제계에 오래 몸담았던 신 총재 내정자의 탄탄한 인맥 등을 활용하면 은행권 팀의 추가 창단을 기대할 만하다는 것이 여자농구계의 분위기다.
양적인 성장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향상 역시 신 총재 내정자가 역점을 두어야 할 부분이다.
신 총재 내정자는 "리그 흥행을 위해서는 역시 스타 선수가 필요하다"며 "지금 인기가 높은 여자 배구나 미국 여자 농구를 보면 스타 선수의 역할이 크다는 사실을 많이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은 역시 기량"이라며 "기량을 끌어올리려면 철저한 훈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총재 내정자는 "신한은행장으로 있으면서 당시 연고지였던 경기도 안산 선수단 숙소에 연습 코트를 설치해 선수들 자유투 성공률을 측정, 선수들에게 인센티브를 줬다"며 "축구 손흥민, 골프 박민지를 봐도 피나는 연습만이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1948년생인 신 총재 내정자는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 보이는 건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남들 하는 대로 헬스클럽도 나가고, 산에도 자주 가려고 한다. 골프도 가끔 하지만 거리가 예전에 비해 점점 짧아져서 고민"이라고 웃으며 "이번에 총재가 되고 나니 주위에서는 "예전처럼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몸 생각하며 적당히 하라"는 조언을 해오더라"고 지인들의 반응을 전했다.
은행장이나 금융지주 대표이사 시절 워낙 의욕적으로 업무에 임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챙기는 그의 업무 스타일을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더라는 것이다.
하지만 신 총재 내정자는 "요즘 임기 시작을 앞두고 여러 분들을 만나며 조언을 구하고 있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할 일이 많을 것 같다"며 "농구공이 다른 구기 종목에 비해 공이 가장 큰 만큼 큰 꿈을 갖고, 그 꿈을 실현하도록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고 여자농구 팬들에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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