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노사 공방 &…
최저임금위 4차 회의서 내년도엔 안하기로…"추후 논의 진전 가능"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 예년처럼 "시급+월 환산액 병기"
얘기듣는 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세종=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4.6.13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특수형태근로(특고)나 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수준을 따로 정하는 방안이 내년도엔 도입되지 않는다.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는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을 별도로 설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최저임금위는 회의 후 보도자료를 통해 "도급제 등의 경우에 대한 최저임금액 결정 특례를 두고 심도 있게 논의한 결과 별도로 정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최저임금법 5조 3항에는 임금이 도급제 형태로 정해져 있어 시급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면 대통령령으로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노동계는 이 조항을 토대로 특고·플랫폼 노동자 등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을 별도로 정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별도 설정은 최저임금위가 아닌 정부가 정할 사안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지난 3차 전제회의에서 노동부가 최저임금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판단을 밝히자 경영계는 이번 회의에서 법제처 유권해석을 받아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서로 다른 곳 바라보는 최저임금위
(세종=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할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가 열린 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2024.6.13 [email protected]
노사는 이날 공익위원의 "중재안"을 수용했다.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법 5조 3항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와 관련해 구체적인 유형·특성·규모 등 실태 자료를 노동계에서 준비해주시면 올해 최저임금 심의를 종료한 후 논의가 진전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또 "노동계가 요청하는 특고와 플랫폼 (노동자) 등 근로자가 아닌 노무제공자 최저임금 적용확대는 제도개선 이슈로 최저임금위가 아닌 실질적 권한을 지닌 국회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하길 권유한다"라고 했다.
법적으로 근로자성이 인정된 도급제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에 대해 의견을 나눠 제시한 것이다.
노동계는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별도 설정"을 경영계가 강력히 주장하는 "최저임금 구분 적용"과 같은 수준 안건으로 만들었다는 데 의의를 둘 것으로 보인다.
다음 최저임금 전체회의에서는 업종별로 최저임금 수준을 달리하는 차등 적용을 두고 노사가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필요성을 주장하며 이에 대한 노동계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업종별 차등 적용을 도입하는 경우 구분이 적용된 업종 최저임금을 기본보다 높게 정하는 "가산방식"이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 위원은 "상대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을 기본 최저임금으로 보고 높은 임금을 가산 임금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불능력이 취약한 기업은 낮은 최저임금을 지불하고 여력이 충분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므로 형평성 원칙에 부합한다"라면서 "기업의 지급 능력이 취약해지는 것은 경영진과 근로자의 낮은 생산성이 합쳐진 결과인데 기업에만 직원 생계비 보전을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차등 적용 대상이 되는 업종에 낙인이 찍히고 이는 구인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엔 "기우에 불과하다"라면서 "대다수 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구인난보다 최저임금 고율 인상에 따른 폐업을 더 걱정한다"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
(세종=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제4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4.6.13 [email protected]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은 강하게 반대했다.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기준"이라면서 "어떤 이유로도 헌법과 최저임금법 취지를 훼손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삼겹살 1인분 가격이 2만원을 넘기는 등 물가가 안정되지 않고 있다"라면서 "생계가 나아지지 않는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 삶의 질 개선과 생활 안정을 위해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이 보름 남짓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라면서 "업종별 차별 적용과 같이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심의는 최소화하고 최저임금 수준 논의가 본격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를 예년처럼 "시간급으로 정하되, 월 환산액(월 209시간 근로 기준)을 병기"하기로 표결 없이 정해졌다.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을 "시간·일·주 또는 월" 단위로 정한다고 규정하기에 매년 최저임금위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어떤 단위로 정할지 정해야 한다.
최저임금 심의 기간이 역대 최장이었던 작년에도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는 2차 전체회의 때 정해졌는데 올해는 4차 회의에 와서야 결정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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