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르포] 은밀하게 강력…
해군 도산안창호급 2번함 안무함, 적 잠수함·수상함에 어뢰 공격 훈련
소형함보다 생활 여건 개선…작전 나가면 가족·세상과 단절 "애환"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출항하는 안무함
[해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잠수함은 탐지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현대전에서도 보이지 않는 물밑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다가 숨겨뒀던 강력한 한 방을 날려 전세와 판도를 바꾸는 무기체계다.
어뢰처럼 함정을 상대로 하는 중·소형 무기뿐 아니라 지상의 고가치 표적을 노리는 대형 탄도미사일, 즉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쏠 수 있는 SLBM 잠수함이라면 하나의 무기를 넘어 국가 차원의 전략적 자산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전략적 자산인 해군 도산안창호급(3천t급) 잠수함 2번함 안무함(SS-085)이 잠항 및 타격 훈련을 언론에 공개했다. 3천t급 잠수함의 실제 잠항 및 타격 훈련 공개는 이번이 최초다.
잠항 준비 위해 해치를 닫는 안무함 승조원
[해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잠항, 잠수함이 가장 취약한 순간
지난 11일 오전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서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태운 안무함이 출항했다.
둥근 창밖으로 산호초를 바라보게 되는 관광용 잠수함과 달리 외부가 보이지 않는 군용 잠수함 안에서는 몸이 기우는 느낌으로 배의 움직임을 짐작만 할 수 있었다.
수상함은 파도를 헤치고 나가도록 배 아랫부분이 좁아지는 역삼각형 형태인 반면 잠수함은 원통 모양이다. 그래서 수상에서는 마치 오뚜기처럼 항해하느라 파도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일단 잠수하면 태풍이 쳐도 고요하다고 했다.
잠항은 함장이 잠수함의 가장 높은 곳인 함교에서 주변 외부 상황을 살펴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해치를 통해 전투지휘실로 내려온 뒤에야 절차가 개시된다.
적의 공세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서 잠수함이 가장 취약해지는 순간이 잠항 때이므로 함내 분위기가 사뭇 팽팽해진다.
함장 지시에 따라 "총원, 잠항 위치!" 구령이 함내에 울려 퍼졌다. 함교 위로 삐죽 솟아 있던 기둥인 통신용 마스트가 잠항을 위해 함내로 수납됐다. 보고가 생명인 군에서 통신 수단을 없애는 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기 위한 과정 중 하나다.
잠수함은 함수와 함미의 부력 탱크에 물을 채워 선체를 무겁게 한 다음 잠수한다. 물을 채운다는 뜻인 "충수!" 구령의 복명복창이 이뤄졌다.
전진하면서 선체를 아래위로 움직여 선체의 불필요한 잔여 공기를 빼는 이른바 "돌핀 기동"이 이어지니 몸이 왔다갔다했다. 잔여 공기가 있으면 배출되면서 터지는 공기 방울 소리가 음파탐지기 "소나"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잠항 완료!" 구령과 함께 잠항 도중에는 각자 현 위치를 고수하던 승조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훈련이 개시됐다.
안무함을 조종하는 승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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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사 준비 끝!"…"좋아! 카운트다운 후 발사!"
"先見, 先決, 先打"(선견, 선결, 선타)
안무함 전투지휘실 벽에 붙은 글귀다. 먼저 보고, 먼저 결심하여, 먼저 타격한다는 것.
이날 훈련은 적의 SLBM 탑재 잠수함이 기지에서 벗어나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침투해 해상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가상 상황이 안무함에 부여돼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됐다.
적의 예상 기동 경로에서 경계 작전을 벌이던 안무함은 특정한 수중 소음을 탐지하고 분석해 적 잠수함을 파악했다.
"알림. 현 시각 적 SLBM 탑재 잠수함이 접촉됐음. 총원 전투배치!" 지시가 선내 방송으로 전파됐다.
적 잠수함의 NLL 이남 진입이 확인되자 안무함은 어뢰 공격을 준비했다.
"1번 어뢰 발사 준비 끝!"이라는 음탐관의 보고에 함장은 "좋아, 카운트다운 후 발사!"라고 지시했다.
긴박한 상황 보고 때마다 지휘관이 답하면서 외치는 "좋아"라는 구령은 보고된 내용을 인지했고, 그 내용이 정확해 승인하며, 상황을 모두가 공유하겠다는 의미다.
음탐관이 발사 버튼을 눌러 어뢰가 발사됐다. 어뢰가 발신하는 소나 음파가 적함에 맞고 반사돼 돌아올 때 들리는 "핑" 소리는 주기가 점차 짧아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적함에 명중한 어뢰의 신호가 끊겼다는 의미다.
안무함은 전황 평가를 위해 부상하다가 적 수상함이 접근하는 것을 포착하고는 긴급 잠항한 뒤 수상함을 재확인하고 어뢰를 발사해 격침하는 상황도 훈련했다.
이어 적의 육상 핵심 표적 타격 임무에 들어가 수중에서 은밀히 기동하다가 SLBM을 발사, 적 전략 목표 지역을 타격하는 내용의 훈련까지 마쳤다.
안무함 음탐기를 운용하는 승조원
[해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압력선체 속에서 세상과 단절…"있는데 없는" 여군
잠수함은 보안을 강조하는 군대에서도 가장 비밀스러운 공간 중 하나다. 전원 직업군인인 승조원 50여 명의 함내 생활은 어떨까.
국내 잠수함 생활 여건은 도산안창호급으로 오면서 비약적으로 개선됐다. 과거 장보고급과 손원일급은 도산안창호급 절반 이하의 비좁은 공간에서 열악한 생활이 불가피했다.
안무함에는 승조원 수와 비슷한 개수의 침상이 있다. 24시간 교대 근무가 이어지는 잠수함 특성상 전원이 개인 침상을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땅 위의 누군가에겐 당연할지라도 잠수함에서는 장족의 발전이다.
잠수함 실내는 전보다 커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좁고 낮다. 조금만 무신경하게 움직여도 부딪힐 장비들이 빼곡하다. 의외로 승조원 키의 상한선은 없고 하한선만 있는데, 화재 등 유사시 천장에 매달린 공기 호스에 비상 호흡기를 연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무함 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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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조원의 삶은 잠수함만큼이나 은밀해야 한다. 잠항 중 승조원은 가족과도 연락할 수 없다. 급작스러운 변고 등을 지상에서 긴급 통신으로 전달해줄 뿐 개인적 용무로 먼저 연락할 수는 없다. 승조원들이 소지하는 스마트폰은 통신용이 아닌 영화나 음악 감상 등 용도다.
화장실은 소음과의 전쟁터다. 소음 방지를 위해 용무 후 변기 아래 페달을 밟아 사출구를 개방한 다음 샤워기로 물을 뿌려 수동 세척해야 한다. 딸깍 레버로 "쏴∼"하며 내려가는 물소리 따위는 없다.
해군 관계자는 "좁은 공간에서 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뒤처리를 잘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압력선체 속 밀폐된 생활에서 몇 안 되는 즐거움은 먹는 일에 있다. 안무함의 조리 요원 2명이 차려낸다는 음식엔 돼지국밥까지 있었다.
물론 수 주에 달하는 최대 작전 가능 기간보다 신선 야채 보관 가능 기간이 짧으니 조리 요원들 고민은 작지 않을 것이다.
해군은 3천t급 잠수함을 도입하면서 처음으로 여군을 잠수함에 태웠다. 안무함에는 전투정보관 성주빈 대위와 부사관 3명 등 여군 4명이 있고 이들은 침상 3개짜리 침실을 공유한다.
성 대위는 "우리 잠수함에는 여군이 없다. 승조원이 있을 뿐"이라며 "여군이라서 잠수함 생활이 어떻다든지 하는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안무함 전투정보관 성주빈 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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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략적 비수" 안무함…SLBM으로 전쟁 억제
안무함을 비롯한 3천t급 잠수함은 군이 "전략적 비수"(匕首)라 부른다. 적이 선제 기습으로 우리 군 전력을 타격한 이후에도 물속에 있던 안무함에 의해 보복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선사하는바 그 존재만으로 전쟁을 억제한다.
마치 신전 혹은 궁전의 기둥처럼 육중한 모습으로 안무함 내에 우뚝 선 6개의 수직발사관(VLS)에서 발사될 SLBM이 그 억제력의 요체다.
안무함이 운용하는 SLBM은 수백㎞ 이상 사거리를 가능케 하는 대용량 연료, 한 발로도 막강한 파괴력을 내는 대형 탄두 등으로 상당히 커 어뢰를 쏘기 위한 소구경의 짧은 수평 또는 경사 발사관에 집어넣을 수 없다.
대부분 주요 군사 선진국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VLS를 장착하고 핵탄두 SLBM을 운용하는데, 핵이 없는 한국은 디젤 잠수함에서 SLBM을 실전 운용하는 세계 유일 국가다.
부산 앞바다의 3천t급 잠수함 안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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