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日사도광산 등재여부 가…
일제 조선인 징용현장…일본 "에도시대 한정" vs 한국 "전체역사 반영"
7월말 세계유산위 회의에서 등재여부 결정…한일 막판까지 총력 외교전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사도광산 갱도
(사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아이카와 금은산에서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갱도. 구불구불하고 좁은 에도시대 갱도와 달리 비교적 넓게 매끈하게 뚫려 있다.
사도광산에는 2천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조선인이 태평양전쟁 기간 일제에 의해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노역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사도광산의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을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문가 심사 결과가 이번 주에 나올 전망이다.
3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문화유산 등재 심사를 담당하는 유네스코의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의 권고 결과가 이르면 오는 7일(현지시간)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원국 대상으로 배포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이코모스는 등재 심사 대상 유산에 대해 서류심사와 현장실사 등을 거쳐 그 결론으로 등재 권고·보류·반려·등재 불가 4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결정한다.
이 권고내용은 오는 7월 말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사도광산의 최종 등재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근거로 활용된다.
등재 결정은 21개 WHC 위원국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성립된다는 규정이 있지만,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것이 관례다. 통상 이코모스의 권고안이 WHC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사도광산의 등재 대상 기간이다.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 약 2천명(추정)이 가혹한 노역을 강요받은 현장이지만, 일본 정부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1603∼1868)로 한정해 근대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다.
한국 정부는 강제노역 시기인 일제강점기를 포함해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가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2015년 군함도 때와 "판박이"다.
일본은 당시 1940년대 조선인 강제징용 현장인 군함도를 포함한 "메이지시대 산업혁명 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대상 시기를 1850∼1910년으로 설정해 강제동원 논란을 피해 가려 했다.
당시 이코모스는 "등재" 의견과 함께 일본 측에 강제동원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할 것을 함께 권고했고, 이러한 의견은 WHC 결정 때도 반영됐다.
한국 정부는 이번에도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가 반영돼야 한다는 점이 이코모스 권고 내용에 반영되도록 힘쓰고 있다.
등재 심사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이코모스는 물론 WHC 회원국을 두루 접촉해 설명자료를 전달하고 우리 입장을 적극 개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당사국인 일본을 상대로는 사도광산 등재를 추진한 2022년부터 우리 입장을 전달하고 이 문제를 꾸준히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3월엔 외교부 내에 사도광산 등재 문제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도 꾸려 외교력을 집중해왔다.
일본 정부도 관련국에 로비 활동을 진행하는 등 사도광산 등재를 위한 여론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일본 모두 현재 WHC 위원국이다.
한국과 일본은 이코모스의 결정이 나온 뒤 7월 등재 결정 여부가 가려질 때까지 양자 간 협의를 비롯해 총력 외교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코모스가 어떤 권고를 내리는지는 물론 일본에 전체 역사를 반영할 것을 요구하는지 등에 따라 한일 양국의 외교적 입지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의 사도광산 등재 시도는 이번이 두번째다.
2022년 2월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냈으나, 서류상 미비점을 지적받아 이를 보완한 신청서를 지난해 1월에 다시 제출했다.
사도광산 등재 문제가 한일관계에 변수가 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일본이 강제동원 역사를 뺀 등재를 고집한다면 일본에 대한 국내 여론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한일 양국은 이 문제가 지난해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제시로 이어져 온 관계 개선 흐름에 지장이 되면 안 된다는 공감대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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