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논&설] 이혼소송과 …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논설위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위자료로 20억원을, 재산분할로 1조3천808억원을 지급하라는 2심 법원 판단은 이혼소송과 관련해 나온 역대 국내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 판결이다.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지만, 1988년 재벌 아들과 대통령 딸 간의 결혼으로 이목을 집중했던 두 사람의 혼인은 다시 또다른 이유로 주목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세계 갑부들의 이혼에는 깜짝 놀랄 거액의 재산분할이 이뤄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2019년 부인 매켄지와의 결별은 "40조짜리 이혼"으로 불렸다. 베이조스는 당시 자신의 아마존 지분 가운데 25%를 매켄지에게 넘기는 조건에 합의하고 이혼했다. 매켄지가 보유하게 된 아마존 지분은 당시 가치로만 356억 달러(당시 약 40조5천억원) 규모였다. 매켄지는 일약 세계에서 재산이 4번째로 가장 많은 여성 부호 반열에 올랐다.
제프 베이조스(좌) 아마존 창업자와 전 부인 매켄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베이조스 아내였던 매켄지 스콧(본명)은 이혼 후 받은 합의금의 대부분을 기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실제로 지금까지 1천900여개 단체에 165억달러(약 22조원)를 기부했다는 보도가 올해 봄 나오기도 했다. 이혼 사유는 확인되진 않았지만, 당시 미국 연예매체 등에선 베이조스의 불륜설을 잇따라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 부부의 이혼도 재산분할액으로는 역대급이다. 결혼 27년 만인 2021년 8월 공식적으로 갈라선 게이츠와 부인 멀린다는 당시 약 1천520억달러(당시 환율기준 약 175조원)에 달하는 게이츠의 재산을 분할하는 데 동의했으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빌 게이츠가 이혼 과정에서 멀린다에게 56억달러(당시 약 6조4천176억원) 규모의 주식을 양도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혼 후 3년이 된 최근 멀린다는 자선재단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떠나 본인이 주도하는 자선사업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빌 게이츠와의 합의에 따라 125억달러(약 17조575억원)를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2015년 당시 빌 게이츠(좌)와 멀린다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서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은 1998년 31년의 결혼 생활을 이혼으로 마무리했다. 이혼 조건은 상세히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재산분할액이 17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영화배우 멜 깁슨(4억2천500만 달러),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1억 달러),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1억6천800만 달러), 타이거 우즈(1억1천만 달러) 등 미국의 유명인, 스타들의 이혼 합의금도 엄청났다. 중국에서는 2020년 캉타이생물의 두웨이민 회장이 이혼하면서 전 부인에게 회사 주식 32억달러(당시 약 3조9천억원) 상당을 양도했다는 블룸버그통신 보도가 있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에서 민법에 재산분할 청구권을 명시한 조문이 신설된 것은 1990년이다. 이후 일반 가정의 이혼소송에서 전업주부들의 재산 기여도와 몫이 폭넓게 인정받는 사례가 늘었다. 사회적으로 높아지는 가사노동의 가치를 법원도 인정해 왔다는 의미다. 요즘은 보통 가정의 이혼소송시 남편과 부인의 재산분할 비율이 적지 않은 경우 5대5 정도씩은 된다고 한다. 다만 기업인의 경우 기업 규모와 성장에 대한 배우자의 기여도를 재판부에 따라 감안하면서 재판분할액 비율이 조금씩은 조정돼 왔다. 그런데 재벌 회장이나 오너가의 이혼소송시 해당 기업의 주식은 분할 대상에서 최근 대부분 제외돼 왔는데, 이번 2심 판결은 이를 깨뜨린 의미가 있다고 한다.
최태원-노소영 "1조3천800억원 이혼"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유지될지 여부와 별개로 이번 항소심 법원 판단은 헌법이 보호하는 혼인의 의미와 당사자들의 책무, 원만한 결별과 치유를 생각해 보게 하는 화두를 던졌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이혼 소송이 일반인들에게 부부의 의미를 다시 한번 떠올려보는 계기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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