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美주도 서방…
중국·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 등 물밑 교역으로 서방 압박 우회
WSJ "민주주의 적들 하나로 묶는 글로벌 그림자 경제 탄생"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 쇼핑가에서 러시아 상품을 쇼핑하는 사람들[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미국은 서방의 제재와 수출 통제를 통해 적들에 대한 제압에 나섰으나 의도와 달리 중국 주도의 "회피의 축"(Axis of Evasion)을 만들어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서방의 제재와 수출 통제는 미국의 적들을 제압하고 달러의 힘을 활용해 군사력에 따른 유혈 사태 없이 폭압적인 정부들을 굴복시키려 했지만 의도치 않은 결과를 냈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미국의 적수인 중국을 중심으로 민주주의의 주요 적들을 하나로 묶는 "글로벌 그림자 경제"를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북한, 중국 및 기타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전례 없는 금융 및 무역 규제는 서방의 상품 및 시장에 대한 접근을 억누르면서 이들 나라 경제는 압박받았다.
그러나 서방 관리들의 발언이나 관세 자료를 보면 애초 의도에 어긋난 결과가 나왔다.
중국은 무역 관계 강화로 대응하면서 미국 주도의 이러한 노력을 점점 더 좌절시키고 있다.
이제 제재 대상 국가들은 드론과 미사일에서부터 금, 석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거래하면서 미국과의 금융 전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규모의 경제를 갖게 됐다.
전직 미국 국방 관리로 현재 싱크탱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WINEP) 선임 연구원인 데이나 스트라울은 "중국은 현재의 세계 질서를 재편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전략적 경쟁자"라고 평가했다.
중국을 포함한 이들 그룹은 교역상의 필요가 일치한다.
한 예로, 중국은 주요 산유국들인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로부터 대폭 할인된 가격의 석유를 공급받았다. 이는 지난해에 하루 1천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구입한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 중국에는 횡재랄 수 있다.
석유를 파는 이들 세 나라도 이에 따른 수입을 확보, 제재 대상 상품을 중국으로부터 구매할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킴벌리 도너번은 "중국으로부터 얻는 석유 수입은 이란과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고 있으며 서방의 제재를 약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도너번은 또 이들 그룹을 "회피의 축"이라고 칭하고는, 이들 무역에 중국의 통화 및 결제 시스템을 사용한다면 서방 관계 당국들의 금융 데이터 접근을 제한하고 제재 집행 능력을 약화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러시아가 민수용 및 군사용으로 모두 사용되는 서방 제품에 대한 접근권을 잃게 되자 대체 역할을 맡았다.
중국 국영 방산업체 폴리 테크놀로지스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미국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 국영 군용 및 민간용 헬기 제조사(Ulan-Ude Aviation Plant)에 20여개의 화물을 보낸 것으로 세관 자료에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이란에는 경제적, 전략적 기회를 제공했다. 러시아에 군사용 드론을 판매하고 관련 생산시설을 설립할 기회를 얻어 군사력에 대한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고 귀중한 전시 데이터도 확보하게 됐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능력과 의지를 발휘해 러시아가 전쟁을 계속하고 자체 방산 역량을 재건하도록 도와, 전례 없는 무역과 금융의 발전을 촉진했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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