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탄소중립 달…
국내외 전문가들 "화학적 조성 규제서 성능 규제로"
한국 KS규정, 원료 종류·배합비 엄격 제한…"혼합재 기준 완화 필요"
(빈=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시멘트 산업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시멘트의 화학적 성분 구성을 규제하는 기존 규격 기준에서 벗어나 성능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피터 호디노트 전 유럽시멘트협회장은 지난 2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한국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전 세계 시멘트 업계는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클링커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찾고 있지만, 지금의 시멘트 규격 기준은 새로운 물질의 도입을 허락하지 않는다"면서 "미국처럼 시멘트 규격 기준을 제조 기준이 아닌 성능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대부분은 시멘트 반제품인 클링커를 만들기 위해 석회석을 쓰면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클링커 사용을 줄이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탄소 저감법"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진만 시멘트그린뉴딜위원회 위원장
[한국시멘트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진만 시멘트그린뉴딜위원회 위원장(공주대 건축학부 교수) 역시 "시멘트의 성능뿐 아니라 원료 배합까지 구속하는 KS 규정 때문에 국내 시멘트 산업의 기술 발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경직된 현재의 시멘트 관련 KS를 보다 포괄적이며 탄소 중립적인 표준으로 정비해가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미국이 2020년 제정한 새로운 시멘트 규격은 시멘트 원료의 화학적 조성에 관한 제한 없이 강도 등 성능 기준만 나열하고 있다.
유럽 역시 시멘트 제조 시 다양한 원료를 쓸 수 있도록 하면서 각각의 원료 배합 비율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기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시멘트 관련 KS 규정은 사용할 수 있는 원료의 종류와 배합 비율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KS 규정에 따르면 시멘트 제조 시 쓸 수 있는 혼합재는 고로슬래그, 포졸란, 플라이애시, 석회석 미분말 등 4종이며, 이들 혼합재가 전체 시멘트 구성성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보통 포틀랜드 시멘트 기준)로 제한된다.
반면 유럽연합(EU)에서는 폐콘크리트, 고로슬래그, 실리카흄 등 총 10가지의 혼합재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시멘트 제조 시 혼합재의 비율을 36%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내 시멘트 업계의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혼합재 사용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피터 호디노트 전 유럽시멘트협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은 실용화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원료 전환과 연료 전환 등 이미 개발된 탄소중립 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호디노트 전 협회장은 "유럽은 클링커 사용 축소와 순환자원 재활용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한 뒤 궁극적으로 CCUS 기술을 대규모로 도입하는 탄소중립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한국 시멘트업계도 다소 정체된 순환자원 재활용률을 유럽 수준으로 빠르게 상승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시멘트 업계에서는 화석연료를 가연성 폐기물로 대체하는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져 독일의 경우 100% 연료 대체가 이뤄진 시멘트공장도 등장하고 있다. 반면 국내 시멘트업계의 연료 대체율은 35%에 불과하다.
김 위원장은 "석회석 사용을 줄이고 대체 원료 사용을 늘리는 "원료 전환"과 순환자원을 유연탄 대체 열원으로 사용하는 "연료 전환"은 현재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라며 "오랜 기간과 비용이 드는 CCUS 기술 확보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이미 개발된 기술이 산업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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