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취재진에 날 선 반응…
"통한의 실점"에 인천전 비겨…아쉬웠는지 기자회견서 "단답" 일관
이정효 광주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특유의 지도력과 거침없는 입담으로 "한국의 모리뉴"라 불린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의 이정효 감독이 취재진에 날 선 반응을 보여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26일 "이정효 감독의 기자회견과 관련, 경기 감독관의 보고서를 검토하겠다. 현장을 녹화한 영상이 있다면 이 역시 입수해 경위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2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4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를 마치고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후반 1분에 터진 최경록의 헤딩 골로 앞서간 광주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까지 무실점을 이어가 승리를 손에 쥐는 듯했으나 경기 종료 직전 실점해 무승부만 거뒀다.
마지막 순간 페널티지역에서 경합 도중 공이 빅톨의 팔에 맞는 장면이 비디오판독(VAR) 끝에 확인됐고, 무고사가 페널티킥을 성공해 인천이 기사회생했다.
기자회견 처음에 열심히 뛴 선수들과 원정 경기를 찾아 열렬히 응원한 광주 팬들을 칭찬한 이 감독은 아쉬움을 삭이지 못했는지 이후 취재진 질문에 짧은 답변으로 일관했다.
"승리를 눈앞에 뒀다가 놓쳤는데 어떻게 경기를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이 감독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을 불러 모아 어떤 이야기를 나눴냐고 묻자 "말할 수 없다"고 했고, 수비수로 풀타임 출전한 스트라이커 허율의 경기력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에는 "보셨지 않았냐"라고 반문했다.
설전도 있었다. 한 기자가 공식 기자회견인데 이에 임하는 태도가 불성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이 감독은 "지금 나와 뭘 하자는 것이냐"라며 맞대응했다.
이정효 광주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언쟁이 계속 이어진 가운데 유독 "태도"를 물고 늘어지는 이 기자에게 이 감독은 "지금 싸우자는 건가. 정중하게 따로 시간을 내서 물어보라"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나는 내 기분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이라며 "내가 경기를 봤을 때는 무실점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실점했는데도 무실점으로 보는 이유가 뭔지 질문이 나오자 이 감독은 "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회견 마지막에 광주로 돌아가는 기차 시간이 촉박해 빠르게 현장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양해 발언"을 꺼냈다.
연맹 관계자는 "이 감독에 대해 연맹 차원의 징계가 이뤄질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우리도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연맹에 따르면 상벌 규정, 언론 가이드라인, 대회 요강 등에는 기자회견장에서 불성실하게 답변한 데 따른 처벌 조항은 없다.
다만 1-1 무승부로 끝난 경기인데 "무실점"을 강조한 게 마지막 페널티킥으로 이어지는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걸로 판단된다면 징계가 이뤄질 수 있다.
물론 이 감독은 자신의 "기분"에 따른 분석이라고 선을 그었고, 경기 막판 예상치 못한 실점이 나오기 전까지 안정적인 수비가 이뤄진 점을 높게 평가한 걸로 볼 수도 있어 실제 징계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광주 관계자는 이 감독의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현장을 찾아 "오늘 회견을 촬영했고, 광주로 돌아가 감독님께 설명하겠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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