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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후 딸이 재심 청구…재판부 "본연 역할 못한 사법부 일원으로 깊은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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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서울고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주홍 기자 = 박정희 정권 시절 간첩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재일동포 2세에게 50년 만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23일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로 1, 2심에서 유죄를 받았던 고(故) 최창일 씨에게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죄의 근거가 된 최씨의 수사기관 진술과 법정진술 모두 불법구금으로 인한 것이었다고 보고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최씨가 북한의 지령을 받기 위해 탈출했다는 점에 대해선 증거가 부족하다"며 "국가 기밀 누설에 대해서는 그 대상이 된 정보가 국가기밀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간첩으로 기소돼 형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어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가 돼야 할 사법부가 그 임무를 소홀히 했다"며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한 대한민국 사법부의 일원으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2세인 최씨는 1973년 한국으로 들어왔다가 육군보안사령부에 간첩으로 지목돼 연행됐다.


가혹행위 끝에 최씨는 "북한에서 지령을 받았다" 등의 진술을 했고, 1974년 법원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광복절 특사로 풀려날 때까지 최씨는 6년간 옥살이를 했다.


최씨 사망 후 사건을 알게 된 최씨의 딸은 2020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지난해 재심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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