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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르포] 안개 자욱해도…

육군 5사단, 이동식 레일로봇 카메라·수풀투과 레이더·AI TOD 등 시범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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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작전을 수행하는 육군 5사단 장병
[육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천=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 지난 22일 오전 찾은 경기 연천군의 열쇠전망대에는 짙은 안개가 자욱했다.


맑은 날이면 6·25 대표 격전지인 화살머리·백마 고지는 물론 북한군 감시소초(GP)까지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지만 가까이 있는 철책만이 희끗희끗 모습을 드러냈다.


군사분계선(MDL) 너머에 있는 북한군은 언제든 움직일 수 있다. 안개 때문에 경계작전에 실패했다는 핑계는 허용될 수 없다. 맨눈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악조건, 육군 5사단 장병들은 첨단장비의 도움을 받아 경계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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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사단 경계작전에 시범 투입된 이동식 레일로봇 카메라
[육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방탄복과 방탄모를 착용하고 긴장감 속에 최전방 일반전초(GOP) 철책을 따라 걸었다. 어른 키보다 약간 높은 위치에 깔린 레일을 따라 정체를 알 수 없는 네모난 박스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장병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도 신속하게 감시하기 위한 "이동식 레일로봇 카메라"였다. 수 킬로미터에 걸쳐 깔린 레일을 초속 5m의 속도로 움직이는데 경고 방송도 할 수 있다고 한다.


레일로봇 카메라는 잠시 멈추더니 이상이 없다는 듯 곧 왔던 길을 따라 돌아갔다.


5사단은 경계작전을 위해 이동식 레일로봇 카메라 등 유·무인 복합체계를 최근 시범 도입했다.


가시광선 대신 저주파를 이용해 해상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수풀 뒤 숨은 북한군의 동태도 탐지할 수 있는 "수풀투과 레이더"도 설치됐다.


또 기존에 활용하던 열상감시장비(TOD)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영상 속 표적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AI TOD"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


2015년부터 경계작전에 투입된 광망 센서는 경계 사각지대를 줄이고 있다. 녹이 슬다 못해 허옇게 바랜 철책을 둘러싼 얇은 전깃줄 모양의 광망을 움켜쥐거나 끊으면 대대 지휘통제실로 이상 신호가 전달되고, 가장 가까운 경계 근무자가 현장으로 출동한다.


광망은 오소리 등 야생동물이 물어뜯을 땐 물론이고 바람 부는 날 철책을 건드리기만 해도 이상 신호를 전달할 만큼 예민하다. 출동해서 "이상 무"를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행여 북한군이 귀순하는 등 상황이 벌어진다면 조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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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사단 GOP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DMZ) 전경
[육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물론 첨단 장비만으로 경계작전에 성공할 수는 없다. 취합한 정보를 확인해 판단하고 현장에서 대응하는 것은 결국 장병들이다.


손영주 5사단 36 GOP 대대장은 "작전을 종결짓는 핵심은 결국 사람"이라며 "부하들이 GOP 작전환경을 잘 견디도록 도와 완전성 있는 경계작전을 펼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안개가 차츰 걷히자 북측 시설도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북한군 GP는 맨눈으로도 얼핏 보일 정도로 가까워 당황스러웠다.


망원경으로 보이는 북한 GP 옆으로 인공기가 나부꼈고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담배라도 피우는 듯 잠시 건물 밖으로 나왔다가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한 장병은 "언젠가 북한군들이 북한 GP 인근 지뢰매설지역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고라니를 잡아 둘러메고 의기양양하게 복귀한 것을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저 해프닝처럼 들리지만, 평소와는 다른 북한군 움직임에 당시 장병들은 한껏 긴장하며 그들의 행동을 주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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