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삼성 포수 이병헌, 영어공부로 기회 잡고 어깨 힘으로 승승장구 > 멤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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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삼성 포수 이병헌, …

수년간 2군서 무명 생활…외국인 투수에게 도움 주려고 회화 공부

올해 25경기 이상 출전 포수 중 도루 저지율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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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포수 이병헌
(대구=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삼성 라이온즈 포수 이병헌이 2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5.21.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포수를 평가하는 기준은 올해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을 도입하면서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까지는 기술적으로 포구해 볼을 스트라이크로 바꾸는 "프레이밍" 능력이 중시됐으나, 이는 ABS 도입 후 무용지물이 됐다.


반면 주자를 잡아내는 수비 능력은 좀 더 중요해졌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베이스 크기가 커지면서 주자가 달려야 하는 거리가 소폭 짧아졌고, 이에 각 팀의 도루 시도는 큰 폭으로 늘었다.


도루가 많아진 만큼, 상대 팀의 기동력을 차단해야 하는 포수의 책임감도 커졌다.


이런 점에서 삼성 라이온즈는 포수 이병헌(24)의 성장이 반갑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삼성에 입단한 이병헌은 지난해까지 1군 26경기에 출전한 무명 선수였다.


뒤늦게 기회를 잡은 이병헌은 22일까지 올 시즌 28경기에 나와 도루 저지율 0.375를 기록했다.


KBO리그 25경기 이상 출전한 포수 중 도루 저지율 1위다.


2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wiz와 홈 경기에선 9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해 3회초 2루 도루를 시도하는 상대 팀 배정대를 강한 어깨로 잡아내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타격 실력도 나쁘지 않다. 그는 22일까지 타율 0.292로 맹활약했다.


삼성 내부에선 강민호의 후계자를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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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승환과 이병헌(오른쪽)
[삼성 라이온즈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사실 이병헌은 지난해 초까지 앞이 보이지 않았다.


삼성엔 리그 최고의 포수 강민호와 김태군(현 KIA 타이거즈)이 버티고 있었고, 이 밖에도 많은 유망주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도무지 1군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이병헌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2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이병헌은 "팀 내 경쟁이 치열해 힘들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강민호 선배 등 좋은 포수들이 많아서 오히려 좋았다"며 "선배들이 훈련하는 모습, 경기 전 루틴, 경기 후 어떤 생활을 하는지 직접 보고 익히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단순히 치고 던지는 훈련에만 매몰되지 않았다.


틈틈이 영어 공부를 했다. 외국인 투수들이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병헌은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심정으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영어 공부를 했다"며 "영어가 내 인생을 바꿀지는 꿈에도 몰랐다"라고 웃었다.


삼성은 2023년 7월 김태군을 KIA로 트레이드하면서 강민호의 백업 포수가 필요했다.


박진만 감독은 포수 자원을 두루 살피다가 외국인 투수들과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이병헌을 낙점했다.


이병헌은 강민호의 체력 안배 차원에서 주로 외국인 투수들이 등판할 때 백업 역할을 했다.


이병헌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남다른 타격 실력과 안정적인 포구 능력, 송구 능력을 펼치며 박진만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올 시즌엔 팀 내 두 번째 포수로 나서 뛰어난 공·수 능력을 펼치며 차세대 주전 포수로 성장하고 있다.


이병헌은 이름과 관련한 사연도 들려줬다.


그는 "유명한 영화배우와 이름이 같아서 불편하지 않나"라는 말에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라며 "밝을 병(炳)자에 법 헌(憲) 자를 쓰는데, 법조인으로 세상을 밝히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할아버지 바람대로 법조인이 되지는 못했지만, 야구 선수로 팬들에게 기쁨을 드리고 있으니 많이 좋아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자의 이름을 지어준 이병헌의 할아버지는 올해 3월 세상을 떠났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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