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따실 줄은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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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상 반말로 작성한 점 양해 바랍니다.
나의 어머니는 56년생, 세는 나이로 올해 칠순을 맞이하셨다.
평생을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만 타고 다니시던 어머니는, 올 초 아버지 장례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와 여동생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운전면허를 따야겠다.”
양평에서도 동쪽 끄트머리, 행정구역상 경기도지만 광주나 이천보다 강원도 원주나 횡성이 더 가까운 외진 곳에서 사시는 어머니는, 아버지께서 입원하신 다음부터는 장을 보거나 기차역에 갈 일이 있으면 콜택시를 불러 타고 다니셨다.
동네에 단 한 대 있는 콜택시를 하도 자주 불러서, 이제는 차가 나가서 없으면 기사분 가족들이 자기들 차로 마중을 나오는 VIP가 되신 어머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를 직접 운전하겠노라고 자식들에게 일종의 선언(?)을 하신 것이다.
어머니는 핸드폰을 오직 전화와 문자 용도로만 쓰시다가 몇 년 전 손녀가 생기고 나서야 뒤늦게 카카오톡을 배우셨고, 그보다 먼저 도전했던 컴퓨터는 배우기를 진작에 포기하셨으며, 스마트 TV를 사드려도 일반 채널만 시청하실 정도였기에, 나는 어머니께서 하신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몇 번 도전하다가 포기하시겠지.’
어머니가 운전학원을 등록할 때도, 필기시험을 응시생 중 최고 점수로 합격하셨을 때도, 나는 어머니가 운전면허를 따신다는 사실이 현실로 와닿지 않았고, 그저 나이 드신 노모께서 하시겠다는 일을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는 이후 기능 시험에서 연거푸 고배를 드셨다. 듣기로는 T자 구간에서 자꾸 떨어진다고 하는데, 나는 시험에 떨어지고 풀이 죽은 어머니께 “다음에는 붙을 수 있을 거에요. 긴장하지 마시고 마음 편하게 먹으세요.”라는 식으로 매번 매크로 같은 응원을 하면서, 속으로는 내적 갈등을 겪고 있었다.
‘요즘 연세 많으신 분들 운전과실로 인한 사고 뉴스가 많은데... 면허를 반납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괜히 면허 따고 다니시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지...’
‘아니야, 대중교통도 없는 시골에서 다니시기 너무 불편하기도 하고, 답답하고 무료하게 사시는 것보다는 여기저기 다니시면 활력도 찾으시고 좋지 않을까...’
내가 별 시덥지 않은 고민을 하는 와중에 어머니는 네 번의 도전 끝에 기능 시험에 합격하시더니, 도로 주행 시험은 두 번 만에 합격하시고 기어코 운전면허를 따버리셨다.
“잘됐네, 축하드려요.”
‘으레 떨어졌겠거니’ 하고 전화를 드렸다가 적잖이 놀라서인지, 나는 축하의 마음조차 제대로 어머니께 전하지 못하고 담백하다 못해 싱거울 정도로 맥빠진 말들만 골라서 하고 말았지만, 어머니는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아들, 엄마 차 사줄거지?”
나는 당장에라도 원하시는 차를 사드리겠다고 호언장담을 드렸지만, 어머니는 동네에서 타고 다닐 작은 중고차면 된다고 답하셨다. 이럴 줄 알았으면 1만 Km도 타지 않은 아버지 차를 처분하지 말 것을. 아니, 어차피 어머니가 타고 다니시기엔 좀 큰가.
전화를 끊고 곧바로 중고차 사이트를 검색하면서 온갖 상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나이 칠순에 운전면허 반납이 아니라 취득이라니. 예전에 비슷한 뉴스를 방송에서 본 것 같은데 이게 되네. 장모님 차도 낡았던데 어머니 차만 사드릴게 아니라 장모님 차도 사드려야 하나. 그냥 내가 타던 차를 어머니 드리고 내가 새 차를 살까. 곧 이사도 하고 개업도 해야 하는데 통장 잔고가 괜찮으려나. 중고차 가격이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네...
손가락으로 애꿎은 태블릿만 튕기고 있는 내게, 아내는 장모님 차는 괜찮으니 어머니 차만 사드리라고, 처음부터 면허 따시면 차는 사드릴 생각 아니었냐면서 괜히 이상한 차 사고 돈 아낄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핀잔을 주었고, 나는 빙긋 웃으면서 아내에게 말했다.
“정말로 따실 줄은 몰랐지.”
나의 어머니는 56년생, 세는 나이로 올해 칠순을 맞이하셨다.
평생을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만 타고 다니시던 어머니는, 올 초 아버지 장례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와 여동생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운전면허를 따야겠다.”
양평에서도 동쪽 끄트머리, 행정구역상 경기도지만 광주나 이천보다 강원도 원주나 횡성이 더 가까운 외진 곳에서 사시는 어머니는, 아버지께서 입원하신 다음부터는 장을 보거나 기차역에 갈 일이 있으면 콜택시를 불러 타고 다니셨다.
동네에 단 한 대 있는 콜택시를 하도 자주 불러서, 이제는 차가 나가서 없으면 기사분 가족들이 자기들 차로 마중을 나오는 VIP가 되신 어머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를 직접 운전하겠노라고 자식들에게 일종의 선언(?)을 하신 것이다.
어머니는 핸드폰을 오직 전화와 문자 용도로만 쓰시다가 몇 년 전 손녀가 생기고 나서야 뒤늦게 카카오톡을 배우셨고, 그보다 먼저 도전했던 컴퓨터는 배우기를 진작에 포기하셨으며, 스마트 TV를 사드려도 일반 채널만 시청하실 정도였기에, 나는 어머니께서 하신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몇 번 도전하다가 포기하시겠지.’
어머니가 운전학원을 등록할 때도, 필기시험을 응시생 중 최고 점수로 합격하셨을 때도, 나는 어머니가 운전면허를 따신다는 사실이 현실로 와닿지 않았고, 그저 나이 드신 노모께서 하시겠다는 일을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는 이후 기능 시험에서 연거푸 고배를 드셨다. 듣기로는 T자 구간에서 자꾸 떨어진다고 하는데, 나는 시험에 떨어지고 풀이 죽은 어머니께 “다음에는 붙을 수 있을 거에요. 긴장하지 마시고 마음 편하게 먹으세요.”라는 식으로 매번 매크로 같은 응원을 하면서, 속으로는 내적 갈등을 겪고 있었다.
‘요즘 연세 많으신 분들 운전과실로 인한 사고 뉴스가 많은데... 면허를 반납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괜히 면허 따고 다니시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지...’
‘아니야, 대중교통도 없는 시골에서 다니시기 너무 불편하기도 하고, 답답하고 무료하게 사시는 것보다는 여기저기 다니시면 활력도 찾으시고 좋지 않을까...’
내가 별 시덥지 않은 고민을 하는 와중에 어머니는 네 번의 도전 끝에 기능 시험에 합격하시더니, 도로 주행 시험은 두 번 만에 합격하시고 기어코 운전면허를 따버리셨다.
“잘됐네, 축하드려요.”
‘으레 떨어졌겠거니’ 하고 전화를 드렸다가 적잖이 놀라서인지, 나는 축하의 마음조차 제대로 어머니께 전하지 못하고 담백하다 못해 싱거울 정도로 맥빠진 말들만 골라서 하고 말았지만, 어머니는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아들, 엄마 차 사줄거지?”
나는 당장에라도 원하시는 차를 사드리겠다고 호언장담을 드렸지만, 어머니는 동네에서 타고 다닐 작은 중고차면 된다고 답하셨다. 이럴 줄 알았으면 1만 Km도 타지 않은 아버지 차를 처분하지 말 것을. 아니, 어차피 어머니가 타고 다니시기엔 좀 큰가.
전화를 끊고 곧바로 중고차 사이트를 검색하면서 온갖 상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나이 칠순에 운전면허 반납이 아니라 취득이라니. 예전에 비슷한 뉴스를 방송에서 본 것 같은데 이게 되네. 장모님 차도 낡았던데 어머니 차만 사드릴게 아니라 장모님 차도 사드려야 하나. 그냥 내가 타던 차를 어머니 드리고 내가 새 차를 살까. 곧 이사도 하고 개업도 해야 하는데 통장 잔고가 괜찮으려나. 중고차 가격이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네...
손가락으로 애꿎은 태블릿만 튕기고 있는 내게, 아내는 장모님 차는 괜찮으니 어머니 차만 사드리라고, 처음부터 면허 따시면 차는 사드릴 생각 아니었냐면서 괜히 이상한 차 사고 돈 아낄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핀잔을 주었고, 나는 빙긋 웃으면서 아내에게 말했다.
“정말로 따실 줄은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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