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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계급, 친구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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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의 끝자락인 어느 늦은 겨울 밤,
해창 막걸리와 금전산성 막걸리, 복순도가 그 중 어느 것이 더 맛있는지 셀프 테이스팅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언제부터 혼자 술을 마셨지?’

난 alcoholic이자 heavy smoker다
술은 버번과 막걸리를 좋아하고 나름 건강을 위한다고 바꾼
전자 담배를 하루 한 갑 씩, 일할 때는 두 갑 씩 피워대며 가끔은 혼자 시가를 태우는
어느새 슬쩍 나온 배와 나빠진 건강을 걱정하는
어디에나 흔하게 볼법한 흔한 30대 남성이다

그런데 시간을 십몇년만 돌려보면,
난 소주는 2잔 억지로, 술 맛도 모르고 좋아하지도 않았으며 담배는 에세 순 하루 3까치를 피우던 패션 스모커였다

뭐가 달라졌을까? 문득 떠올려보니 그건 친구라는 존재를 만나는 횟수가 달라져서인 듯하다. 내 마음의 외로움을 이제는 술과 담배로 채우는 것 같기도…

학창 시절의 친구와 지금의 친구는 분명 다르다
돈도 집도 직장도 신경쓸 거 없이, 이야기 만으로 하루 밤을 지새우던 그 시절의 친구는 서로가 서로에게 전부였었다

알바비로 삼겹살 사먹으며 사치를 부리고, 없는 돈에
땅콩과 막걸리 한 병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던 그 시절의 친구들은 이제 몇 남지 않았다

두어 달에 한번 만나 안부를 묻고, 직장 이야기, 옛날 이야기 좀 하고,  그런 친구라고 부르는 관계만이 실처럼 남아있다

대학 시절 절친이라 생각했던 친구들이 어느새 이전에는 신경 안쓰던 돈과 직장, 집 문제로 멀어져가고
어느새 친구에는 계급이 생겨간다

어떤 친구는 연 1억을 벌고 어떤 친구는 연 4천도 못 번다
난 대구탕과 바를 사랑하지만 어떤 친구는 그 자리가 부담스러워진다
어떤 친구는 프라이빗 오마카세를 사랑하는데 어떤 친구는 그런 자리를 난생 처음 가본다

있는 친구가 사는 것도 한두번, 결국 버는 돈이 계급을 만들고 또 한 명의 친구가 연락이 잘 안되게 된다

어떤 친구는 멀리 살아 서울에서 보는게 힘들고, 그 친구 동네에서 보는 것도 한 두 번이다. 지방에서 일하는 친구는 초반에 몇 번 올라오다 친구 집에서 몇 번, 모텔에서 몇 번 자더니 어느새 멀어진다

서울 공화국에서는 사는 곳이 계급을 만들고 결국 또다른 친구가 연락이 잘 안되게 된다

어떤 친구는 대기업에, 어떤 친구는 중소에 다닌다
회사 생활하는 건 다 대동소이함에도 사람 관의 관계는 달라져간다
어느 순간 중소에 다니는 친구는 이야기에 안끼기 시작하더니 스리슬쩍 멀어진다

한국에서는 직장이 계급을 만든다

함께라면 무엇도 두려울 것 없던, ‘친구‘라는 단어에 돈과 집과 직장이 계급을 스며들게 한다

절친이라 생각했던 친구들 중 반절 이상은 자연스레 연락이 끊겨버린다. 남은 반 중 반은 얼굴 보기가 힘들고 나머지 반, 소위 비슷한 급의 친구들만이 어느새 친구라는 이름으로 헛소리를 주고 받는다

어느새 멀어진 거리에 혼자만의 취미가 그 자리를 메꾼다
게임도 하고 혼술과 요리도 하고, 책도 읽고 조용히 웹소설을 썼다가 폭망하고 접기도 한다 혼자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려보고, 전기 자전거를 사서 더 멀리도 나가본다

마음을 채우는 게 친구가 아니게 되는 건, 나이를 들어간단 뜻인 듯하다

p.s : 막걸리 중에는 금정산성이 제일 나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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