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 "기억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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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곤란한 상황에서 꺼내곤 하는 "기억나지 않는다" 는 전가의 보도이며 그만큼 국민들이 보기 싫은 대답이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이준석 같은 젊고 새로운 보수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하는 정치인이 이런 선배들의 구태의연한 대답 방식을 똑같이 따라하는 것을 보면 많은 실망감이 들 수밖에 없는데요,
최근 이슈가 되는 명태균씨를 중심으로 한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사건을 지켜보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게 무슨 일인지 맥락을 알고 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은 2022년 5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전날에 벌어진 일들을 재구성한 아래 JTBC 뉴스 6:39초 부분을 확인해 보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글이 길어지는건 별로라 정말 간단히만 요약하면
- 명태균은 평소에 자기가 김영선 공천을 받아냈다고 자랑하고 다님. 특히 영부인과 통화해서 확인받았다고 자랑
- 대통령 취임 전날 새벽, 이준석이 "김영선 경선해야 된다더라" 라는 카톡메시지를 명태균에게 발송
- 깜짝 놀란 명태균은 날 밝을때까지 기다린 후 영부인과 통화(추정) 및 대통령과 통화
- 이 때 나온 녹취가 윤석열의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 명태균은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 이후 다음날 실제로 김영선은 전략공천됨
윤석열의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하다 토사구팽당하고 내가 개고기를 팔았노라 고백하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이준석의 현재 포지션이라면, 사실 대통령 부부가 명태균이라는 비선이 조종하는 공천개입의 정황이 드러난 이 엄청난 사건에 대해 연일 맹공을 퍼부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준석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라고 발뺌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그 때 본인이 당대표였고 대통령 내외의 공천 개입과 관련된 핵심 당사자였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준석이 자기 한 몸 불사르면서 "당시 대통령과 영부인이 공천개입 한 것 맞다" 라고 한다면 윤석열을 확실히 옭아맬 수 있겠지만 자신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그렇다고 "당시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그런거 없었다" 라고 하기에는 그렇게 변호해줄 이유가 없지요. 그게 사실이 아닐 경우는 더더욱 그렇고요.
그러니 이준석의 답변은 "기억이 안 난다" 밖에 없긴 합니다. 이해는 합니다.
그러나 처지를 이해한다고 해서 그것이 이준석을 정당화시켜주지는 못하죠.
결국 정황상 당대표 이준석은 충성스럽게 대통령 당선인 윤석열의 지시사항을 따랐으며,
명태균이라는 협잡꾼이 중간에 끼어들여 대통령 내외와 함께 국회의원 공천권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상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것을 용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검찰은 이 사건을 두고 명태균과 김영선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오늘 지금 이 시각 두 사람다 소환되어 영장실질심사 진행중입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는 대통령 부부에 대한 공천 개입으로 수사가 확대되어야 하겠지만 그 부분은 현재 불확실하며, 당시 당대표 및 비대위원장이었던 이준석과 김종인에 대한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다 라는 검찰 입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핵심은 건드리지 못하고 가지치듯 공격이 들어오는데 대해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누가 이준석을 보호하고 대변해 줄까요.
젊고 유능한 보수 정치인으로 여러 토론 프로그램 등에서 실력있는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최근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진정성있는 노력으로 반전을 써내려가며 멋지게 국회에 입성한 이준석이지만
자신이 포지셔닝하고자 하는 젊고 실력있으며 강단있는 정치인의 모델에 비해서는 권력에 순응하며 꼬리를 내리던 모습이 너무 많았고, 부정을 눈감아주던 정황들이 드러났으며, 그것을 "기억이 안 난다" 라고 대응하는 모습은 이준석에게 가졌던 기대감들을 상당부분 놓게 만드네요.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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