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돈 잘 버는 사람만 있나 싶었는데
1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돈 벌기가 너무나 쉬운 것처럼 느껴집니다.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는 시대가 도래했고, 은행 예적금 이자 따위는 푼돈 취급받기 일쑤죠. 수십에서 수백 퍼센트에 이르는 주가 급등이나 수천 퍼센트에 이르는 코인 수익 인증이 심심찮게 등장하곤 합니다. 당장 어제만 해도 이곳 피지알 게시판에만 해도 10배 오른 주식과 3배 오른 주식 관련된 글이 올라왔네요.
그런 글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남들은 다 왕창 버는 것 같은데 나만 못 쫓아가는 기분이 들죠. 혼자 뒤처지는 기분입니다. 심지어 박탈감마저 느끼죠. 눈앞에 엄청난 기회가 있고,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데도, 망설이다가 보장된 수익을 날리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급한 마음에 멋도 모르고 뛰어들다가 오히려 손해만 보기 일쑤죠. 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위 스샷은 지난주에 찍은 겁니다. 저랑 비슷한 금액을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제 수익률이 어떤지를 알려주지요. 실은 이런 기능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알람이 떠서 보게 되었지요. 여하튼 그 결과에 따르면 제 전체 수익률은 3.8%인데, 무려 상위 20%에 해당하는 우수한 성적이라네요. 다시 말해 주식 투자를 해서 3.8%의 수익조차 내지 못한 사람이 80%나 된다는 뜻입니다.
되게 놀랐습니다. 남들은 다 잘 버는 줄로만 알았거든요.
물론 제가 소액 투자자라 그런 것도 있을 겁니다. 훨씬 많은 돈을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저보다야 수익률이 낫지 않겠습니까. 플랫폼의 특수성이나 시기상의 문제도 고려해야겠죠.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저 숫자는 충격이었습니다. 천만원을 투자했다 치면 고작 38만원 벌었다는 이야기인데 내가 상위 20%라고? 정말로?
인터넷 세상은 신기합니다. 나보다 잘난 사람만 있는 것 같고, 나보다 좋은 차 타는 사람만 있는 것 같고, 나보다 비싼 집에 사는 사람만 있는 것 같고, 나보다 훨씬 더 풍요롭고 풍족하게 사는 사람만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꼭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그러고 보면 이 글마저도 저보다 수익률이 낮은 이들에게는 자랑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추천72 비추천 73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