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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OO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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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정치와는 상관 없는 글로 생각했던 뻘글이긴 한데, 요 한 달 사이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뭔가 연관 된 듯한 일이 연달아 일어난 탓에, 정치글로 분류했습니다.

한 달 전쯤 인터넷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본 글이 있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아프리카의 독재자"라는 제목이었습니다.

"뭐? 그런게 가능한가? 독재자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리가 있나?"
라고 생각하면서 클릭한 결과 나온 내용은….

표현의 자유는 보장한다. 그러나 표현 이후의 자유는 보장해줄 수 없다.

세상에 이게 뭔 소리야….

처음 봤을 땐 그냥 웃기지도 않은 헛소리라는 생각뿐이었는데, 며칠 정도 지나고 나서 문득, 이거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OO의 경우, 법에서는 처벌하는 규정은 있지만, 금지하는 규정이 있던가? 라고 생각하면서 나무 위키의 OO항목을 찾아봤습니다.
XX 혹은 징역 △△년에 처한다, 벌금에 처한다 등등 처벌하는 규정은 있었지만, "OO를 금지한다"는 식의 규정은 없더군요.

대한민국의 법에 따르면 OO의 자유는 보장한다. 그러나 OO 이후의 자유는 보장해줄 수 없다.

결국 제 머릿속에서는 이런 결론이 나오더군요.
아니아니, 그럴리가 없잖아? 라는 생각이 떠올랐는데, 주관적인 판단, 양식, 상식, 고정관념, 편견에 의한 오류가 발생하지 없도록 법 조항의 문자만 집중해서 살펴보고, 그 결과 저 결론엔 오류가 없는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범죄로 분류되는 행동을 금지하는 규정이 아예 없는 건 또 아니라서, 일단 제가 찾아본 걸로는 이름 자체에 "금지"가 들어가는 청탁금지법이 있더군요. 이 법의 경우는 ~해야 한다, ~해서는 안된다 하는 식의 규정이 많더군요.

그리고 여기서 다른 나라의 법은 어떤지 궁금해져서, 검색해봤습니다. 한국 법의 경우 나무위키라는 편리한 물건이 있지만 외국 법에 대해선 딱히 그런 게 없어서 위키피디아는 있지만, 나무위키처럼 관련 법령이 적혀있지는 않더군요. 그래도 인터넷을 통해서 찾아보니 일본과 미국 캘리포니아 법 조항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쪽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OO을 행한 경우 처벌하는 규정은 있었지만, OO를 금지하는 규정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 법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면, 이건 대한민국 법이 이상해서 금지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이유가 있어서 일부러 금지하지 않는 건가 싶었습니다. 한번 이쪽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니, 그쪽 방향으로 계속 생각이 꼬리를 잇더군요. 공무원의 부정청탁은 발생해서는 안되는 일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OO는 꼭 그런 건 아니어서 법적으로 금지하지는 않았다는 건가? 라는 의문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머리를 굴려가며 생각한 결과, 이른바 대부분의 범죄에 대해서 처벌은 하되, 금지하지는 않는 식으로 해석이 가능하게 법을 만들어 놓은 이유는 바로, 법의 빈틈을 이용하고 법을 악용하는 경우에 대비한 최후의 수단이 아닐까 하는 거였습니다. 어떤 식으로 생각하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요즘 세상사를 보면, 일반적인 상식대로 생각한다면 분명히 잘못한 건데, 법적으로 따지면 난 잘못한거 없어! 법대로 하자고 법대로! 라는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이 꽤 많지요. 그런 경우를 막기 위한 이유로, "금지조항"을 넣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심슨이었나 사우스파크였나, "법은 당신을 처벌하지만, 당신을 보호해주지 않습니다." 라는 대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뒤에 말을 더 붙일 수도 있을 것 같더군요.

"법은 당신을 처벌하지만, 당신을 보호해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을 막지도 않습니다."
라는 식으로 말이죠.

예전에 보면서 킬킬 거렸던 짤인데, TRPG 게임에서 숙련된 마스터를 상대로 규칙을 악용하는 룰치킨 짓을 하면 안되는 이유라는 글에서 봤던 짤입니다. 룰을 악용하는 짓은 너만 할 수 있을 것 같냐? 라는 전개지요. 그리고 생각해보면 이건 현실에서도 그대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A: 법대로 해 법대로!
B: OK. 그런데 내가 널 이 자리에서 OO하는거,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다는 건 알지?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사실 들키지 않으면 장땡이란 말이 옛날부터 널리 퍼져서 다들 알고 있는 상황이니, 어쩌면 다들 머리로는 몰랐을 지도 모르지만 가슴으로는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권리가 있으니까 했다고? 오냐 알았다. 누군 권리가 없을 것 같냐?"

은하영웅전설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오지요.
"정치의 부패란 정치가가 뇌물을 받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의 부패일 뿐이다. 정치가가 뇌물을 받아도 이를 비판할 수 없는 상태를 바로 정치의 부패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야기해보면 이렇게 말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의 범죄는 불법이나 위법이 아니다. 선과 악 어느 쪽을 행할지는 그 개인의 자유이다.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법에 있음에도 그 처벌을 집행하지 않는 사회야 말로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다."

쓰고 보니 왠지 종교적인 느낌도 나는 말이 되었군요.

이런 식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PGR에도 글을 올리려고 한게 한 달 전 쯤인데, 그 며칠 사이에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이 논리와 관련된 듯한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건 전혀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사실, 법에서도 OO를 금지하는 조항이 제대로 있는데, 제가 못 찾았을 뿐이었다고 한다면, 순전히 뻘글이 되어버리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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