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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철학, 사회학이 발달하면서 역사학 또한 옛날과 달리 크게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과거, 역사라고 하면 주로 문헌 자료를 중심으로 했었고, 문헌 자료 또한 당대의 인물이 남긴 1차 사료를 제일 중시했었지요.
당대인이 남긴 1차 문헌 사료는 역사의 정설을 이루었고, 한번 정설이 생기면 그 패러다임을 깨는 데 여러 증거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로마 2대 황제 티베리우스에 대한 평가인데요.
당대의 지식인 계층이자 "역사를 기록하는 자" 에 속하는 원로원과의 관계가 최악이여서, 티베리우스가 엄청난 폭군이라 인식된 시절도 있었습니다. 티베리우스의 명예는, 유럽 곳곳에 남아 있는 비석문, 그리고 당대의 통화량 등 유물 자료를 폭넓게 조사한 결과, 로마의 강건함을 이끈 명군이라는 평가로 되찾아졌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문헌 자료들이 인터넷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므로서 일반인조차 옛날과는 다르게 관심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사료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같은 경우 그 방대한 분량이 전부 번역되어 공개되어있고 우리가 자유로이 열람할 수 있지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역사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점점 일반 대중의 지식과는 괴리되어가기 시작합니다. 사실 아이러니가 아니죠. 과학, 철학, 사회학 전부 고도로 발달하면서 전부 대중과 괴리되었는데, 역사학이라고 굳이 다를 이유가 없었던 겁니다. 기존의 통념과 반대되는 새로운 학설이 학계에 제시되어도 그 통념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니까요.


조선왕조실록이 완역되기 전, 연려실기술이라는 조선 시대의 야사를 모은 모음집이 한 때 정설처럼 퍼져나간 시절이 있었습니다. 정사와 야사를 구분하지 않는 이러한 이야기 모음집은 사료로서의 가치는 떨어지지만 "재미가 있어서" 대중에게 잘 먹혔던 것이죠. 이러한 경우, 실제 역사와 대중이 안다고 생각하는 역사는 차이가 발생합니다.


때로는 대중은 통념에 따라 역사를 피상적으로 이해합니다. 예컨데 한참 핫했던 떡밥인 광해군의 중립 외교 같은 것이 있겠죠. 저서 조선의 힘을 저술하신 오항녕 교수께서는 광해군 및 인조시기의 떡밥에 대한 고찰 및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통념과는 달리 실제 사료와 당시의 경제에 관한 자료를 수집해서 체계적으로 설득에 나선 것이지요. 이런 류의 새로운 역사를 제공하는 시점은 항상 환영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유쾌하지만은 않은 이야기도 나옵니다. "식민지 근대화론" 같은 것 말이지요.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자본주의의 맹아 같은 것이 너무 민족주의적인 해석이 강해서 이에 대한 반발로 나온 데이터 중심의 역사관인 셈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저는 이것이 잘못된 관점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또 다른 견해가 나오니까요. 역사는 이렇게 서로 많은 관점들이 부딪치고 충돌해가며 오늘도 새로이 관념을 바꾸어 갑니다.


소설인 삼국지연의에서, 오나라는 거의 꼽사리에 가깝습니다. 주된 이벤트는 위나라와 촉나라가 벌이고, 그나마 촉이 오를 침공한 이릉 전투 정도 때에나 오나라가 비중을 받고, 그 이후는 거의 드문드문 언급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오나라를 눈여겨보고 새롭게 해석한 학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오나라의 인구 구조나 세금, 사회상 등을 연구하고 나서 손권은 생각 이상으로 뛰어난 군주라는 결론을 냅니다. 이러한 해석은 대단히 일리가 있으며 (일리가 있다는게 정답은 아니지만) 통념은 항상 도전을 받는 다는 점에서 가치를 가집니다.


하지만 또 모든 기존 학설이 연구를 게을리한, 대중의 관념에 의지한 학설인 것은 아닙니다.
삼국지는 확실히, 삼국지연의라는 엄청난 흥행의 소설로 인해서 대중이 가지는 이미지와 실제 역사가 상당히 다른 축에 속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미 배송지라는 위대한 역사가가, 정사에 엄청난 양의 참고 문헌을 첨부했고, 본인도 논평함으로서 신뢰도를 평했습니다. 배송지 또한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의 시각이 다 옳지도, 그가 모든 것을 다 정리하지도 않았겠지만 적어도 삼국지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가진 문헌 자료를 남겼기에 이를 배제하고서는 삼국지를 논하기 어렵습니다.


아래 글에서 제시된 바가 있는 "제갈량 권신설" 또한 생각할 관점을 주는 이야깃거리지만, 촉한의 정치체계를 논하는 분들의 말에 따르면 유선은 사실 제갈량이 살아 있었을 때도 권력을 이양한 적이 없으며, 엄격한 황제 휘하의 위계질서로 촉한이 이어져나갔다 평합니다. 제갈량은 능력있는 재상으로서 최선을 다해 나라를 운영한거지, 무슨 유선을 핍박하여 권력을 강탈한 권신이라는 건 대단히 잘못된 이야기라는 것이지요.

죽은 사람은 자기 변호를 하지 못하고, 흘러간 과거는 되돌아 갈 수 없기에 역사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각자 남긴 기록과 문헌, 그리고 그 사람의 자취를 좇으며 최대한 진실에 가깝게 도달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마음을 열고 역사를 대하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공명에 대한 팬심을 버리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가 실 역사에서도 아름다운 충정을 가진, 한 명의 노력하는 인간이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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