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 1 : 유럽의 등불이 꺼지다
오롯이 ‘전쟁’에 집중한 만화 시리즈, ‘궁극의 전쟁사’의 탄생!
늘 외세에 시달렸기 때문이었을까, 한국에서 전쟁은 입 밖으로 내면 안 될 금기처럼 다루어졌다. ‘전쟁사 불모지’라는 평가처럼 전쟁사만을 연구하는 학자는 손에 꼽을 정도이며, 밀리터리와 전쟁사가 하나의 테마를 차지하는 외국 서점들과 달리 한국 서점에서 전쟁사 책은 역사 매대 구석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을 펼치는 시대에 전쟁을 외면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셈이다. 역사의 쓸모가 지나간 일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다면 작금의 상황은 어느 때보다 전쟁사를 살펴봐야 할 때다.
왜 제1차 세계대전인가?
궁극의 전쟁사 시리즈가 제1차 세계대전을 첫 단추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제1차 세계대전은 지리멸렬한 참호전의 반복이었다고만 알려졌다. 하지만 그 참호 위에 거대한 풍선 같은 비행선인 체펠린이 떠 있었다는 사실과 풍선 같은 비행선을 쉽게 격추하지 못한 이유는 대부분 모른다. 또한 전쟁 당시 독일, 러시아, 영국의 수장은 모두 사촌 관계였으며, 총구를 맞댄 러시아와 독일의 황제는 전쟁 직전까지 서로를 애칭으로 부르며 전보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참호에 밤이 찾아오면 각국 병사들은 서로를 식별했음에도 총을 내려놓고 임시 휴전을 맺은 뒤 철조망을 수리하고는 참호로 뛰어 돌아가 화력 요청을 했다는 사실 등은 대부분 알지 못할 것이다. 여러 면에서 제1차 세계대전은 현대의 시작이자 현대전의 시작이었다.
‘현대’를 만든 전쟁, 제1차 세계대전
“전쟁... 전쟁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핵전쟁 이후 세계를 다룬 유명 게임 〈폴아웃〉의 메인 카피다. 제1차 세계대전은 현대를 만든 전쟁이라는 의미를 가지지만 아직 완결된 전쟁이라고 볼 수도 없다. ‘총력전의 탄생’, ‘서구의 패권 재정립’, ‘제2차 세계대전의 단초’ 등은 우리의 현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여전히 재래식 무기와 선전전, 전선 싸움 등 현대전의 양상이 바뀌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재를 알기 위해서든지, 아니면 미래의 전쟁을 막기 위해서든지 그 시초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