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즈 켄시 2025 월드투어 JUNK 공식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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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요네즈 켄시의 소감
대만에서의 소감
한국에서의 소감
영국에서의 소감
프랑스에서의 소감
미국에서의 소감
월드 투어를 마치고 며칠이 지나자 생활은 평소의 리듬을 되찾기 시작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외국에서 만난 캔들이나 선물 받은 만화책(방드 데시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샀지만 딱히 쓸 일 없을 것 같은 샷 글라스를 곁눈질하며 밀린 일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출국 전보다 제법 따뜻해진 날씨에 맞춰 카펫을 걷어내고 방을 깨끗이 정리했더니, 투어가 끝난 것과 맞물려 방 안에는 기분 좋은 해방감이 감돈다. 창밖 하늘에는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다.
공연 기간 자체는 올해 초부터 3개월 정도였지만, 준비 기간까지 합치면 반년 이상 투어에 매달린 셈이니, 아마 내 활동 역사상 이렇게 오랫동안 라이브와 마주한 것은 처음일 것이다. 솔직히 시작 전에는 매우 귀찮았다. 그때의 나는 쌓여가는 다른 일들과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뒤틀리고 앞뒤가 맞지 않는 16면체 주사위 같은 몸이 되어, 속으로는 "될 대로 되라지" 하고 투덜거리며 살고 있었다. 마감일이 빽빽하게 붉은 글씨로 적힌 달력을 보며,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유바바가 치히로의 이름을 빼앗는 장면처럼 붉은 글자들이 스르륵 벗겨져 새하얗게 변하지 않을까, 하고 남의 일처럼 멍하니 생각했던 심야가 떠오른다.
투덜대고 있어도 몇 번 자고 일어나면 붉은 글씨로 적힌 그날은 반드시 오는 법이라, 졸린 눈을 비비며 불규칙하게 굴러가듯 맞이한 투어 첫날, 나 자신도 깜짝 놀랄 만큼 왜인지 라이브가 즐거웠다. 나는 라이브를 그다지 잘하지 못한다는 자의식을 지워버리듯 모두의 함성이 터져 나왔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에 응할 수 있었다. 어라, 하고 의아해할 틈도 없었다. 다른 일들이 모두 터져버린 것도 아니고, 붉은 글자들이 나를 둘러싼 상황도 전혀 변하지 않았는데, 무대에 서면 완전히 해방되어 모든 것이 나를 축복해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공연을 거듭할수록, 주사위를 뒤죽박죽으로 만들던 접착제가 녹아내려, 마땅히 있어야 할 형태로 천천히 정돈되어 가는 듯했다. 결코 나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알 수 없었다.
그 답은 아레나 투어를 마치고 돔 공연에 접어들어, 앙코르 마지막 곡인 "LOST CORNER"에서 차를 타고 돔 내부를 도는, 어린 시절의 내가 알았다면 눈이 튀어나올 만한 일을 저질렀을 때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손을 뻗으면 쉽게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모두가 있었고, 그 대부분이 터질 듯한 미소로 나를 맞아주었다. 나는 그 순간, 거의 번개에 맞은 것처럼, 당신들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던 거야, 하고 생각했다. 마치 "학의 보은" 이야기처럼 혼자 방에서 다음 곡, 또 다음 곡을 계속 만들어 온 나에게, 그 가까운 거리는, 모든 장벽을 넘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와 준 모두"를 느끼기에 너무나 충분했다.
이렇게 쓰면, 과거 지금까지의 라이브에 와주었던 사람들을 슬프게 할지도 모르겠다. 십수 년간 활동해 놓고 이제 와서? 라고 생각할 테고, 실제로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유레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라며 스스로 머리를 쥐어박고 싶어진다. 다만, 결코 삐딱하게 받아넘기면서 라이브를 해온 것은 아니다. 나는 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마주해왔다고 생각한다. 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라이브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고, 그때마다 고맙다고 혼잣말하곤 했지만, 그런 당연한 사실을 강하게 실감하기까지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바로 나였다. 해맑게 웃는 사람도, 불편한 듯 무표정하게 굳어 있는 사람도, 혹은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듯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 사람도, 모두 다 나를 이곳으로 데려와 주었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타이밍이 드디어 지금이었던 것이다.
창밖으로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다. 지쿠악스를 핑계 삼아 산 메탈빌드 캠퍼가 이쪽으로 바주카를 겨누고 있다. 모든 라이브 공연과 모두의 얼굴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다. 각막 1센티미터 앞도 아니고, 비상구를 알리는 녹색 등도 아닌, 그 사이에 있는 여러분과, 이번에 나는 처음으로 제대로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성장하고 어른이 되면서 여러 가지를 놓치고 살아왔지만, 오랫동안 계속하는 동안 잃어버리는 것은 앞으로도 끝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그 순간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건 그것대로 괜찮다. 여러분, 계속 그곳에 있어 주었구나. 와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또 만나요.
-요네즈 켄시가 X에 올린 월드투어 끝맺음 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