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리의 예술 (8.7)
작곡가, 음악학자,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위원이자,
영화 이론가로서 특히 영화에서 소리의 문제에 주목하며 독보적 이론을 펼쳐온
미셸 시옹의 대표작
『영화, 소리의 예술: 역사, 미학, 시학』(이윤영 옮김)이 번역 출간되었다.
『영화에서 목소리La Voix au cinema』(1982)를 비롯해
영화를 ‘소리의 예술’로 분석하는 저서들이
영어, 독일어 등 10여 개 언어로 번역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저자 미셸 시옹은
2003년 이 책 『영화, 소리의 예술』을 통해 자신의 이론을 종합한다.
그는 이 책의 영어판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30년 이상 몰두한 주제,
즉 소리의 예술로서 영화에 대해
나 스스로 결정적인 책으로 간주하는 작업이다.”
130년 가까이 되는 세계 영화사에서
영화의 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든 혁명을 하나 꼽자면,
1927년 소리의 도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소리의 도입은 영화제작 방식부터
영화관 같은 영화 상영의 조건에 이르기까지
영화 산업을 재정립했을 뿐 아니라,
관객이 영화를 수용하는 양상까지 크게 바꿔놓았다.
무엇보다 영상 자체가 바뀌게 되었다.
일례로, 소리가 들어오면서 영화에 실제 시간이 도입되었다.
실제보다 약간 빠르거나 느린 화면이
관객의 눈에는 크게 거슬리지 않는 것과 달리,
관객의 귀는 왜곡된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소리가 지닌 커다란 중요성에 비해
그에 관한 연구는 영상 연구보다 부차적으로 다루어졌는데,
소리에 제 몫을 찾아주기 위한 시옹의 책들 가운데에서도
『영화, 소리의 예술』은 특별한 위상을 갖는다.말과 음악, 소음이라는 소리의 서로 다른 세 양태는
각기 영상과 결합해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는가?
소리는 영상에, 영상은 소리에 어떤 작용을 하는가?
영화의 소리에 관한 여러 주제를 제시하며
749편에 달하는 풍성한 사례들을 하나하나 검토하는 이 책은,
소리의 관점에서 영화사 전체를
다시 쓰는 광범위한 작업을 수행하는 한편
소리가 들려오는 공간의 문제나 목소리, 음향효과,
영화음악, 침묵까지 아우르는 소리의 차원을
다각도로 살펴보며 ‘영화의 초상’을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