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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전] 새 번역본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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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원본 수호전 1~6 세트 - 전6권

 

정가 : 133,000원

정보 : 2780쪽

 

글항아리에서 이번에 내놓은『원본 수호전』은『수호전』의 다양한 판본 중 120회본을 완역한 것이다. 기존 번역본들과 달리 소설 속 시詩와 사詞, 인물 묘사 등을 원전에 근거하여 빠짐없이 우리말로 옮겼고, 충실한 각주 작업을 덧붙임으로써 고전·학술 번역에 가깝게『수호전』을 ‘원본’ 그대로 소개했다. 제목이 ‘원본 수호전’이 된 이유가 거기에 있다.(글항아리에서는 2012년에 70회본 『수호전』을 전6권으로 내놓은 바 있는데 이번 판본은 그와는 완전히 다른 120회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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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古典 『수호전』의 진면모 

120회본 빠짐없이 완역 

 

• 의복, 장신구, 생김새 등 원전의 인물 묘사 제대로 번역 

• 이야기 전개의 중요한 축인 시詩와 사詞도 번역해 원문과 함께 게재 

• 생소한 단어, 고유명사, 관직, 별명 등의 유래와 의미를 매회 말미에 수록 

• 『수호전』에 등장하는 지명, 역사적 사실과의 비교 등 충실한 각주 작업 

 

『수호전』판본의 다양함 

 

현존하는 『수호전』의 판본은 매우 복잡하고 그 수량 또한 많기에 현재는 『수호전』 판본에 관련된 분야가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을 정도다. 『수호전』의 ‘원본’ 혹은 ‘조본祖本’ 또한 명나라 시기 문헌에서 명확한 기록이 없고 학자들조차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는데, 몇 가지 중요한 관점을 정리하면 ‘나관중 원본’ 설과 ‘115회 간본이 원본에 가깝다’는 설, ‘곽본郭本이 조본이며 혹은 최초의 간본刊本’이라는 설, ‘시내암 본이 원본 혹은 조본’이라는 설, ‘『경본충의전京本忠義傳』이 조본’이라는 설 등이 있다. 이 문제 또한 현재까지도 학계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논쟁을 지속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호전』의 판본은 회수로 구분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100회본, 120회본, 70회본(71회본)이 있고, 104회본(25권본), 110회본(106회본), 115회본(113회본 혹은 114회본), 124회본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만약 문자의 번잡함과 간략함으로 논한다면 『수호전』의 각종 판본은 ‘번본繁本’과 ‘간본簡本’ 양대 계통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러한 분류법은 루쉰魯迅이 제기한 것으로 그는 『중국소설사략中國小說史略』에서 “현존하는 『수호전』은 실제로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간략簡略이고 또 하나는 번잡繁縟이다”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번繁’과 ‘간簡’은 문자의 번잡함과 간략함을 말한 것으로 고사의 내용과 사건 경위의 상세함과 간략함, 많고 적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100회본은 모두 번본이고, 120회본, 70회본도 기본적으로는 번본에 속한다. 간본에 해당되는 것은 104회본, 110회본, 115회본, 124회본 등이다.

 

‘120회본’을 택한 이유는 그것이 ‘전全’이기 때문 

 

이들 가운데 현재까지 가장 유명하면서 사람들에게 유행한 판본은 100회본, 120회본, 70회본이라 할 수 있다. 100회본은 가정嘉靖 연간(1522~1566)의 무정후武定侯 곽훈郭勛의 집에서 전해온 것이다. 만력萬曆(1573~1620) 연간 저명한 사상가인 이지李贄(1527~1602, 호가 탁오卓吾)가 평점評點을 가해 펴낸 『이탁오선생비평충의수호전李卓吾先生批評忠義水滸傳』이 곽본郭本에 기초하고 있다. 이 판본에는 송강이 조정의 부름을 받아 요遼를 평정하고 방랍方臘의 난을 진압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데, 전호田虎와 왕경王慶을 토벌하는 내용은 없다. 이지 사후에 그의 제자인 양정견楊定見이 이 판본을 소주蘇州로 가져왔다. 소주의 서적상인 원무애袁無涯와 통속문학가인 풍몽룡馮夢龍이 이 판본을 간행하면서 동시에 전호와 왕경을 토벌하는 고사 20회를 삽입하고 내용을 증가시켜 제목을 『충의수호전전忠義水滸全傳』이라 했다. 이 120회본은 ‘원무애간본袁無涯刊本’ 즉 『이씨장본충의수호전전李氏藏本忠義水滸全傳』 혹은 『출상평점충의수호전전出相評點忠義水滸全傳』 120회본인데, ‘전전본全傳本’ 혹은 ‘양정견본楊定見本’이라고도 부른다. 이후 숭정崇禎 14년(1641)에 김성탄의 『관화당제오재자서시내암수호전貫華堂第五才子書施耐庵水滸傳』이 간행되었다. 김성탄은 120회본에서 송강이 조정에 불려 들어간 이후의 내용을 잘라버리고 70회본을 만들었는데, 300여 년 동안 70회 김성탄 평본評本이 유일한 통행본通行本이었으며, 다른 판본들은 시장 밖으로 배척당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회차’의 『수호전』을 출판하고 있는데, 역시 주류는 70회, 100회, 120회본이다. 역자는 이들 가운데 송강 무리가 조정의 부름을 받아 전호와 왕경 토벌에 나서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저본으로 삼았다. 상해고적출판사上海古籍出版社에서 1995년 출판한 『수호전전水滸全傳』 120회본이다. ‘전전全傳’의 의미는 ‘전체 이야기’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문장의 세련됨, 구성의 체계화 등의 문제를 떠나 『수호전』 탄생 이래로 거의 모든 고사가 포함된 120회본을 채택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 ‘전全’이기 때문이라 하겠다.

 

폭력의 책인가, 혁명의 책인가 

 

명·청 시기에 『수호전』은 여러 차례 금서가 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기에, 중국 역사상 『수호전』처럼 굴곡이 많고 논쟁의 대상이 된 서적은 드물다. 『수호전』이 처음 간행된 시기부터 현재까지 논쟁의 초점은 바로 ‘회도誨盜(도둑질을 가르치다)’ 서적이기에 억제하고 금지시켜야 하느냐 혹은 ‘수호’ 무리의 ‘충의忠義’를 칭찬하며 널리 알려야 하느냐가 가장 주된 관점이었다. 가정 연간에 전여성田汝成(약 1503~?)이 ‘회도’ 설을 제기한 이래 이것이 청나라 말 이전까지 『수호전』에 대한 평가의 주된 흐름을 이뤘다. 이것은 ‘수호’의 무리가 민가를 습격하고 강탈하는 강도들이지 공평한 정의와 굴복하지 않는 의기, 협객俠客의 풍모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평가였다. 김성탄은 한발 더 나아가 ‘반충의反忠義’라는 의견을 제기했는데, 그는 “충의라는 말을 ‘수호’에 붙인다면, 충의는 천하의 흉물이고 악물이란 말인가? 그러므로 충의라는 말을 ‘수호’에 부여한 자는 반드시 군주와 아비를 원망하는 마음을 품고 있으니 살피지 않을 수 없다”며 거세게 비난하기까지 했다. 『탕구지蕩寇志』의 저자인 유만춘兪萬春(1794~1849) 또한 ‘반충의’ 설을 전개했다. 이렇듯 청대 말까지 『수호전』에 대한 주류적 관점은 도적질을 금지시켜야 하는 ‘반면교재反面教材’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1900년대 5·4운동부터 1940년대 말까지 고문학에 대한 새로운 학술 정립의 흐름이 형성되면서 『수호전』에 대한 평가 또한 후스胡適와 루쉰을 필두로 새롭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정부에 대한 반항’이라는 설이 대두된 것이다. 후스는 “송강 등은 네 명의 큰 도적을 평정하여 공을 크게 세웠는데, 도리어 정부의 모함에 빠져 죽임을 당했다”고 하여 하층민과 정부 간의 대립에 중점을 두면서 ‘정부에 대한 반항’ 관점을 제기했다. 더 나아가 “송강은 산채를 점거하면서 비록 민가를 습격하여 약탈을 자행했지만 부자들을 강탈하여 가난한 자들을 구제했다”고 하는 루쉰의 관점은 이후에 『수호전』을 ‘농민 봉기’의 틀에서 바라보는 학설을 형성하는 데 일조하게 되었다. 심지어는 송강, 이규李逵, 노지심魯智心 등은 ‘농민 봉기의 영수’로 숭배받기까지 했으며, 신중국 수립의 특수한 배경에 따라 『수호전』을 ‘농민 봉기’ 설에 연계시키면서 칭송과 함께 교과서에까지도 실리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의 바탕에는 역사 유물론과 계급투쟁의 관점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수호전』에서 드러난 불평등과 부조리한 사회 현실을 지주 계급에 대한 농민 계급의 모순 투쟁으로 국한한다면 이는 문학을 정치이념의 도구화로 삼는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다시 근래에는 『수호전』이 폭력을 전파하고 살인 방화를 서슴없이 묘사했다는 이유로 그 파괴성을 부각했으며 『수호전』의 전파를 금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견해까지 나오게 되었다. 이렇듯 『수호전』은 수백 년 동안 시대 요구와 정치 체제에 따라 금서와 찬양 혹은 정치적 왜곡이라는 반복적인 부침을 겪었다.

 

시詩와 사詞 ‘최초’로 제대로 번역, 원문도 제공 

 

우리나라에서도 『수호전』은 꽤 오래전부터 읽혀왔다. 기존에 출판된 『수호전』은 번역이든 평역이든 중요한 문구 혹은 단어가 빠져 있거나 생략된 경우가 많았다. 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원전에서는 그 생김새뿐만 아니라 옷차림의 세세한 부분까지 상세히 묘사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번역하지 않고 대충 얼버무리는 경우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수호전』 읽기의 묘미를 절반이상 포기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명나라 때의 작품인 『수호전』은 당시 사람들의 관심사에 따라서 의복과 장신구에 대한 묘사에 무척 공을 들였으며, 단순 분량만으로 봤을 때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에 역자는 원전의 생동감 있는 표현과 세밀한 묘사들도 빠짐없이 번역함으로써 원전의 맛을 그대로 살리려 노력했다.

보충 설명이 필요한 부분도 주석을 통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간략하게 설명했다. 또한 『수호전』은 인물이 등장할 때 혹은 이야기 전개를 바꾸거나 보충 설명을 시詩나 사詞로 대체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역자는 원전에 수록된 시를 빠짐없이 모두 번역하고 원문을 첨부했다.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생소한 단어, 고유명사, 관직, 특히 중심 인물들인 108명 사내들이 등장할 때마다 저마다 불리는 자신들의 별명이 있는데, 이들 별명의 유래와 의미를 매회 말미에 별도로 작성했다. 이는『송사宋史』를 비롯한 기타 정사 및 여러 자료들을 참조하여 보충 설명한 것이다. 역자가 중점적으로 참고한 자료는 『송사』 및 왕리치王利器 교주校注 『수호전전교주水滸全傳校注』(2008), 지친冀勤의 『수호전교주본水滸傳校注本』(2014), 성쉰창盛巽昌의 『수호전보증본水滸傳補證本』(2010)이며 그 외에 각 경전과 제자백가 등이다.

 

체제 전복에 이르지 못한 한계 

 

『수호전』은 역사와 허구가 뒤섞인 작품이기에 일부 등장인물과 관련 내용이 정사인 『송사』에 짧게나마 기록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와는 달리 역사적 사실의 탐구를 병행해야 할 역사 소설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수호전』에서 쓰인 제한적인 사실 자료는 오히려 소설가의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는 공간으로 제공되고 있다. 배경이 되는 북송北宋 말기의 혼란한 정치 상황과 간신들의 권력 독점, 이에 따른 농민 반란 등은 『수호전』 탄생의 단초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들 뒤에 숨은 진짜 주범은 바로 송 휘종徽宗(1100~1126년 재위)이다. 『상서尙書』 「요전堯典」에서 말하기를 “(요임금이) 큰 덕을 밝히시어 온 종족을 일가친척으로 하시고, 온 종족을 화목하게 하신 다음에는 백성을 판별하여 선한 자를 표창하시고, 백성의 사무가 적절하게 처리되니, 온 나라를 화합하게 하시네. (요임금의 교화 아래) 백성이 모두 화목하게 되었네克明俊德, 以親九族; 九族旣睦, 平章百姓; 百姓昭明, 協和萬邦. 黎民于變時雍”라고 했다. ‘인정仁政’이라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이 생성되어 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군주가 백성이 바라는 바에 반하게 되면 천하를 잃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필부가 백성의 환영을 받으면 천하를 얻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호전』이 도적질을 가르치는 ‘회도’로 치부되어 금서가 되기도 했지만 부덕한 황제 치하에서는 이와 같은 울분과 폭력적인 정서가 만들어지지 않을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상서』 「태서泰誓 하下」에서는 “우리를 어루만져 보살피면 군왕이지만, 우리를 학대하면 원수다撫我則后,虐我則讐”라고 했다. 작품에서 108명의 우두머리 송강은 동료 장군들을 희생시키는 등 죽는 순간까지 “하늘을 대신해 정의를 실현한다”는 “체천행도替天行道”를 외치고 있다. 송강은 자신이 탐관오리에 대항한 것이지 황제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하며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절대적 충의’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로 인해 무능한 황제이자 부패와 타락의 주범인 휘종의 잘못과 죄는 뒤로 감추어지고 말았다. 이처럼 송강이 간절히 부르짖는 ‘충의’가 어떤 의도와 태도를 갖는지 불명확하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증오했던 간신배들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 모습을 우리에게 남겨주고 있다.

『수호전』의 내용은 이처럼 지극히 모순되고 복잡한 양상을 보이기에 독자들에게 풍부하고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를 마련해준다. 명나라 말기 통속문학가인 풍몽룡은 『수호전』을 ‘사대기서四大奇書’의 한 작품으로 명명했는데, ‘기奇’는 내용과 예술적인 측면에서 참신함을 가리키며 동시에 창조적 업적을 포함한다. 독자들이 『수호전』을 통해 ‘기이奇異’와 ‘신기新奇’를 맘껏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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