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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을 어머니의 뱃속에서 살다
세상을 향한 첫발을 딛는 순간
퉁퉁 부은 얼굴과 통통한 손발
누굴 닮았을까 난 웃음꽃이 핀다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으로
무럭무럭 자라난 난 이제 가족들의 자랑
커다란 축복 아래 아장아장 걷던 내가
처음으로 뱉은 말은 아빠 엄마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쏘다녔지
화산처럼 타오르는 사랑에 눈 떴지
어찌 잊나 달콤했던 그날의 첫 키스
아침이슬 보다 촉촉했던 너의 입술
사랑도 잠시 수능이란 현실에
부딪쳐 난 밤을 새며 쏟아내던 코피
고삐 풀린 망아지는 이제 대학 새내기
1년이나 다녔을까 군대가 날 불렀지
꽃 피듯 살아온 인생
꽃 지듯 살다 갈 인생
돌아보니 아름다웠던 인생
이젠 미련이 없네
그래 나라의 부름에 난 주저 없이 갔지
값진 일이지만 어머니는 울었지
대한의 건아라면 그 누구나
한 번쯤은 치러야 할 관문이겠지만
논산에서 너와 헤어지기 싫어
울며 밤샌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두 손엔 이별통보 편지를 들고
연병장을 뒤로 걷는 힘찬 구보
제대와 동시에 집안 꼴은 엉망
학업보단 취업이 우선시된 상황
어렵게 구한 직장은 철이 없던 학창
시절 선생님의 수학 문제처럼 안 풀린다
상승과 추락 롤러코스터를 탄다
아등바등 살아가는 구슬픈 인생사
전세금을 마련하니 사랑이 없다
사람은 찾았는데 연예하면 퇴짜
꽃 피듯 살아온 인생
꽃 지듯 살다 갈 인생
돌아보니 아름다웠던 인생
이젠 미련이 없네
어머니의 등쌀에 선을 보고 결혼을
하고 나니 꿀 맛 같던 신혼도 잠시
아이를 낳고 나니 더욱 무거워진
아버지란 위치는 돌덩이를 지고 사는 자리
돈 천 원 아끼겠다고 대학교 식당을
전전하며 먹던 점심 맛 은 아주 허당이었지만
어쩌리 때 이른 퇴근길
천 원짜리 과자를 사 들고 집 들어 서니
못난 애비를 반기는 토끼 같은 자식
호두과자를 어찌나 맛나게 먹던지
이놈들을 보니 더욱 빨리 뛰어야지
쑥쑥 커나가는 나만의 공주님
집을 마련하고 이제는 허리 좀 필까
했더니만 결혼 자금에 또 등이 휜다
평생 번 돈을 다 내주고 보니
내 마누라 머리 위에 내린 하얀 서리
꽃 피듯 살아온 인생
꽃 지듯 살다 갈 인생
돌아보니 아름다웠던 인생
이젠 미련이 없네
이제는 좀 마누라랑 살갑게
살려하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쑤시고
자식 놈들 찾지 않는 썰렁한
이 내 맘도 손주 녀석 재롱 보니 다 풀리고
용돈을 주는 재미에 하루 이틀
살다 보니 관속에서 누우라고 손짓하고
아버지와 내 어머니도 이렇게 살았구나
생각하니 하염없이 눈물 흐르고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
외로운 가로등 아래로
비라도 내리면 내 마음 갈 곳 잃어
쓸쓸한 인생이여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
외로운 가로등 아래로
비라도 내리면 내 마음 갈 곳 잃어
쓸쓸한 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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