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신화: 오공 - 서유기 세계의 손오공을 훌륭히 완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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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플레이하면서 가장 화를 많이 낸, 그렇지만 멈출 수 없었던 게임]
오공을 플레이하면서 들었던 인상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플레이하면서 정말 화가 많이 났는데 도저히 플레이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던 게임이란 겁니다.
불편한 시인성 때문에 보스 몹의 패턴은 보이는 둥 마는 둥 하지, 시인성을 제외해도 보스몹은 선딜도 작은데 모션도 작으면서 호밍도 엄청난 공격을 7,8연타씩 내려치질 않나, 뻑하면 화면 전체에 보스몹 팔모션 움찔하는거 보고 반응해야하는 스킬이나, 선딜로 스킬 사용 소리 듣고 반응해야하는 즉발 cc기를 쏘아대지. 그렇다면 필드전은 재미있었느냐하면 맵은 단조롭고 배치에는 의도도 보이지 않고, 요즘 게임스럽지 않게 화톳불은 또 있는둥 마는둥. 거기에 제 최악의 경험은 6챕터에 갔는데 1챕터에서 히든 보스를 잡아서 얻는 아이템이 있어야 정규루트 진행이 가능하더군요. 도저히 방법이 안보여서 공략 찾아봤다가 진짜 욕 나왔습니다.
그런만큼 분명 오공은 문제가 많고, 아쉬운 부분 때문에 메타에서 고득점을 할 수는 없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취향이 맞는 사람이라면 진짜 손오공이 되어 서유기 세계의 수많은 요괴들을 해치우고 다니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재미있는 액션 게임이라는 부분만큼은 확실하다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네가 사기를 친다면, 나도 사기를 치겠다. 그리고 그것이 신화적인 싸움이다]
제가 요 근래 플레이한 액션 게임들을 사기를 기준으로 분류를 하자면 "나는 사기를 치고 상대는 사기를 치지 않거나"(젠레스 존 제로), "상대는 사기를 치고 나는 사기를 치지 않거나"(몬스터 헌터, 아머드코어 6), "서로 사기를 치지 않는다면"(엘든링, 다크소울 3), 검은 신화: 오공의 경우는 상대와 나 모두가 사기를 치는 계통의 게임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손오공의 분신술, 둔갑술, 순간이동에 가까운 이동에 더해 요괴 소환, 상대를 시간 정지 시키는 기술에 이르기까지 오공이 가진 화려하고도 강력한 기술들은 하나하나 가히 액션게임에서 사기라고 할 법한 것들로 가득한 그야말로 제천대성이라 부를만한 위용을 뽐낸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을 다양하게 조합해가면서 상대에게 소위 사기를 쳐서 공격을 몰아치는 액션의 즐거움은 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매력 중 하나입니다.
그런 손오공이 강한 만큼 그를 상대하는 적들 역시 강력합니다. 가능한 스포를 피하기 위해 그들이 누구인지 패턴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플레이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겠습니다만, 각각의 챕터들에 등장하는 오공에 등장하는 보스들은 이것이 중국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게임 개발의 체급이 무엇인지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겹치는 형태의 보스나 재활용하는 경우도 보기 힘든데, 각각의 보스들이 저마다 각각의 개성을 뚜렷이 가지고 있고, 심지어는 일반적인 게임들에서 보여주는 패턴보다 훨씬 다양하면서도 화려하고 웅장했기 때문에 그것을 보면서 신화적인 존재들의 강함을 느낄 수 있고 이를 물리쳤을 때의 쾌감과 성취감을 제공합니다.
[그림은 아름답고 사실적이다. 하지만 그래픽이 좋다 말하기는 어렵다]
검은 신화 오공이 공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꼽은 장점 중 하나는 최적화가 아쉽더라도 그래픽이 수려하단 점입니다. 분명 검은 신화 오공의 그래픽은 보기에 아름다운 것은 사실입니다. 캐릭터들의 털, 들판의 풀이나 나뭇잎, 떨어지는 눈 같은 부분들이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가 되어있죠. 그런데 과연 그런 그래픽이 좋은 그래픽이라 말할 수 있느냐는 게임에서 그래픽은 목표가 아니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란 점에서 의문이 붙습니다. 특히나 이 게임은 인터렉티브 무비라기보다는 헤비한 액션 게임에 가까운 게임이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검은 신화 오공은 단순하게 보기에 좋은 화려하고 사실적인 그래픽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것을 유저가 플레이할 때 어떤 "경험"을 체험할 지에 대한 고민은 많이 부족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액션게임에서 목표는 일반적으로 상대를 전투를 통해서 압도하고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고 이는 상대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고, 자신의 공격을 상대에게 적중시키는 행위를 통해 달성됩니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그래픽이 충족시켜줘야하는 기능은 상대 공격이 어느 위치에 있는가, 내가 적중당했는가 혹은 상대에게 적중했는지와 같은 정보를 명료하게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스트리트 파이터 6의 가일 기술 소닉 붐의 경우 기술명과 달리 느린 속도로 팔을 휘젓고 초록으로 가득찬 둥근 원판을 발사하는 스킬입니다. 세키로의 아시나 잇신은 강하게 팔을 휘두른 뒤에 이를 바람이 간격을 두고 뒤따르는 형태로 공격합니다. 이처럼 잘 만들어진 액션 게임은 으레 사실적인 모션과 동시에 게이머에게 비일상과 극복하기 위해 구분이 명확하게 되는 패턴이 조합된 대상을 창조해냅니다.
오공은 그에 반해 전투에 필요한 정보를 그래픽이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플레이하면서 다소 아쉬웠습니다. 광원, 그림자에 따라 적의 상태가 잘 보이지 않는 것은 그냥 상수였고, 어디가 맞고 어디가 안맞는지 타격 판정 구분이 안되는 경우도 꽤나 많게 느껴진데다가, 특수한 공격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오브젝트가 적의 후속 공격을 보이지 않게 차단해서 "이게 게임이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오공의 그래픽은 목적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 저는 "사실적이지만 좋지 못한 그래픽이다"라는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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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류나 소울라이크가 아닌 제 1의 오공라이크의 시작이길 기원하며]
현재의 오공이 인왕에 비유되는 것은 비슷한 시스템을 갖고있지만 인왕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모자란 부분이 보이는 것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사실 오공 자체의 플레이도 너무 즐거웠고, 아직 잡지 않은 보스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이들을 순회하는 시간을 한 번 가져보고 싶더군요. 길찾기만 어렵지 않다면 말이죠.
다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모든 방면에서 우수한 게임을 만들기 보다는 엣지있는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어낸 게임 사이언스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그리고 다음에 나오는 게임에서는 그 게임이 소울라이크이냐 인왕 스타일의 게임이냐는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온전히 이 게임은 오공라이크라는 소리를 듣는 시작이 이번 게임이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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