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이스포츠 월드컵 우승, 크레이지 라쿤
크레이지 라쿤이 OWCS 아시아, 댈러스 메이저에 이어서 이스포츠 월드컵에서도 정상에 올랐습니다.다른 한국 팀들이 조별 예선에서 흔들리고, 토너먼트에서도 고전했지만 라쿤은 달랐습니다.
조별 예선은 무실세트 전승, 8강에서 ENCE를 4:0, 4강에서는 한 때 라이벌이었던 팀 팔콘스를 4:1, 결승에서는 토론토 울트라를 4:1로 이겼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23세트를 치루는 동안 단 두 세트만을 내주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우승하면서 현 시대 최강의 자리를 더욱 굳혔습니다.
무엇보다도 4강에서 팀 팔콘스와의 경기가 대박이었습니다.
팀 팔콘스가 조별 예선에서 OA.LGD에게 패배하면서 조 1위에서 밀려나는 바람에 결승이 아니라 4강에서 맞붙었는데,
올 해 라쿤 상대로 승리한 유이한 팀이자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는 팔콘스를 4:1이라는 일방적인 스코어로 이겼습니다.
일방적인 스코어였지만 라쿤이 쉽게 이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3세트 플래시포인트 맵 수라바사에서 2점을 먼저 내 준 다음에 2점을 따라붙은 상황이었는데,
디바가 먼저 터지면서 시작한 한타에서 급하게 합류하기 위해 선택한 립의 솜브라가 트레이서를 해킹해서 잡으면서 게임을 뒤집었고,
4세트 샴발리 수도원에서는 마지막 한타에서 눈보라에 얼어버린 맥스의 디바를 나노 강화제로 살려내고 역습을 가하면서 승리했습니다.
이후 5세트에서는 멘탈이 이미 나간듯한 팔콘스가 C9로 자멸하면서 라쿤이 결국 가장 큰 라이벌의 키를 유압 프레스로 부수는데 성공했습니다.
4강전은 힘들었지만, 결승전은 압도적이었습니다.
토론토 울트라가 제타 디비전을 풀세트 끝에 꺾고 결승에 올라왔지만, 조별 예선에서 3:0으로 라쿤이 이겼었기 때문에 라쿤의 승리가 예상되었고,
토론토가 4세트 밀기에서 130.42m를 먼저 밀린 상황에서 뒤집는 괴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큰 위기 없이 라쿤이 트로피의 주인이 됐습니다.
이번 우승으로 립 선수는 커리어 10번째 우승과 함께 오버워치 역사상 가장 많은 상금을 획득한 선수에도 등극했습니다.
이제는 누구도 립 선수가 GOAT라는데 이견을 달 수 없을 것 같네요.
작년 오버워치 리그 우승자를 3명이나 보유하고 있음에도 지난 댈러스 메이저에서 유럽에게까지 밀려 탈락을 했던 토론토 울트라였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제대로 명예회복에 성공했습니다.
라쿤과 팔콘을 제외하면 가장 강한 팀이라고 평가받은 팀들을 토너먼트에서 연거푸 꺾으며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12강에서는 조별 리그에서 팔콘을 꺾었던 LGD.OA를 4:1로,8강에서는 홈 팀이자 한국 용병이 합류하면서 경기력이 일취월장한 Twisted Minds를 4:0으로,4강에서는 풀세트 끝에 제타 디비전마저 꺾으며 결승까지 올라갔습니다.
플로리다 메이헴이 오버워치 리그를 우승할 때도 유용하게 썼던 썸원의 넓은 탱커 풀을 이용한 탱커 미스매치 전략이 이번에도 효과적이었는데,
거기에 적절한 영웅 밴픽으로 상대에게 불리한 탱커 매칭을 강요하면서 더욱 위력이 강해졌습니다.
거기에 전년도 MVP 메리트의 히트스캔 폼도 좋았고, 외국인 3인방인 루펄, 슈가프리, 베가의 적절한 활약이 더해지면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데 성공했습니다. 사실상 북미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운영되는 팀인데, 이번 성적이 북미씬 다른 팀들의 성장에도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의외의 선전을 한 팀이 토론토 울트라라면, 프나틱은 가장 기대에 못 미친 팀이었습니다.
조별리그 첫 날 몇 수 아래라고 평가받던 버투스 프로에게 1:3으로 패배하더니,
이번 대회에 합류한 것만 해도 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NTMR에게 승승패패패를 당하면서 광탈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SSG에게 2 : 1로 지던 것을 역전해서 가까스로 승리한 다음,
NTMR을 상대로 패배 직전까지 몰렸던 버투스 프로가 역스윕을 하면서 3자간 세트 득실에 의해 조 3위로 간신히 12강에 진출했습니다.
첫 날보다는 둘째 날 경기력이 올라왔기 때문에 일말의 기대감이 약간 있었는데,
12강에서 ENCE에거 4:2로 패배하면서 한국팀이 8강도 못 가고 떨어지는 충격적인 성적표와 함께 이번 대회를 마감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프나틱은 이적생의 부진이 두드러졌습니다.
이자야키-이재곤 두 상하이 힐러 듀오는 프나틱이 퍼스트 킬을 낸 한타에서도 교환당하면서 번번히 팀의 발목을 잡았고,
어택은 나온 경기를 대부분 패배하면서 프나틱이 현재 최고의 OP 픽인 디바를 경기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오로지 새로 들어온 선수 중에 체크메이트만이 고군분투했지만, 혼자서는 경기를 뒤집을 수는 없었고요.
영웅 밴 시스템마저 프나틱에게는 악재였습니다.
동학의 레킹볼은 위력적이었지만 밴을 해버리면 그만이었습니다.
한 세트만 유지되는 밴이지만, 서브탱커도 못 쓰는 상황에서 주력 카드를 봉인당하고 한 세트를 내줘야 한다는 것은 매우 치명적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번 대회의 교훈을 바탕으로 곧 돌아오는 OWCS 코리아에서 선전을 해줬으면 합니다.
크레이지 라쿤을 잡았던 유이한 팀이 이렇게 부진해서는 안되니까요.
이번 대회에 처음 도입 된 영웅 밴은 굉장히 성공적이었습니다.
최근 밸런스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것을 고려해도 오버워치 이스포츠 역사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굉장히 다양한 조합들이 나왔고,
경기 내내 모든 세트에서 똑같은 조합의 미러전을 봐야 하는 끔찍한 장면도 거의 없었습니다.
영웅 밴은 전략적인 면을 강화하는데도 성공했습니다.
같은 포지션의 영웅은 밴이 안 되기 때문에 먼저 밴하는 팀이 하고 싶은 픽과 같은 포지션의 다른 영웅을 밴하면서 자신의 픽을 보호를 하는 전략도 나왔고,
밴을 통해 상대 조합을 유추한 다음 해당 조합을 카운터치는 조합을 들고 나와 첫 한타를 유리하게 가져가는 장면도 나왔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호평받은 시스템이니만큼 다른 대회에도 도입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랭크 게임과의 괴리감이 생기고, 선수들이 더 다양한 영웅을 해야 해서 특정 조합의 의존도가 높은 팀들에게 타격이 크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그 동안 오버워치 대회에서 거의 없었던 다양한 양상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압도적으로 더 큰게 아닌가 싶습니다.
올 해 오버워치 대회간의 텀이 굉장히 길었는데, 이번에는 다릅니다.
8월 9일부터 OWCS 코리아 스테이지 2가 시작되기 때문이죠.
이번 대회에는 EWC에 진출했던 한국팀 4팀 (크레이지 라쿤, 팀 팔콘스, 제타 디비전, 프나틱)에,
예선을 뚫고 올라온 4팀 (메타몽, 베스타 크루, 포커페이스, 올드 오션)이 참가합니다.
무엇보다도 주목받는 것은 올드오션인데요. 류제홍 선수가 참여한 팀으로 지난 스테이지 1과는 다르게 예선을 뚫는데 성공했습니다.
상위권 팀과 경기해서 이기기는 어려워보이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도 선수로 도전을 한다는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제 올 해 오버워치 대회도 반환점을 돌았고, 이제는 스테이지 2와 시즌 파이널만이 남았네요.앞으로도 대회 리뷰글로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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