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연고+실업리그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님블뉴런 윤서하 팀장 인터뷰
https://m.sports.naver.com/esports/article/109/0005087684?sid3=79e
이터널 리턴 e스포츠 팀장을 맡고 있는 윤서하 팀장 인터뷰입니다.
내용이 알차고 생각해볼만한 거리가 많아서 정독을 추천드립니다.
지역연고와 함께 현재 한국에선 거의 존재하지 않는 개념인 실업리그에 대한 비전을 얘기하고 있어서,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몇가지 주목할 대목을 꼽아보자면,
내셔널 리그 관련 내용 중
지역연고 대회인 "내셔널 리그"를 발표했습니다, 그 배경은?
현재 ‘마스터즈’라는
대회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이터널 리턴 이스포츠가 한 단계 더 나아가려면 리그가 하나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에
진행했던 리그인 ERL보다는 확실하게 무언가 컨셉이 있으면 더 매력적인 대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최근 떠오르는 키워드인
지역연고제에 착안해서 내셔널 리그의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번 내셔널 리그가 다른 정부 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것으로 오해하시는데, 내셔널 리그는 님블뉴런이 직접 타 지역들과 협업해서 진행하는 대회입니다. 따라서
지역을 설득하는 과정이 절대 쉽지 않았는데, 중앙 정부에서 진행하는 것도 아닌 한 게임사에서 진행하겠다는 대회에 얼마나 많은
지역이 손을 내밀어줄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실제로 작년부터 굉장히 많은 지역들을 만나 내셔널 리그가 진행된다면
참여해줄 수 있을지를 물어봤었고, 실제로 해당 시점에서는 충분한 팀이 모일 가능성이 높지 않았음에도 흔쾌히 믿어주시고 참여를
결정해주신 지역들이 있었기에 파일럿 시즌인 2024 내셔널 리그의 개최를 목전에 두고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님블뉴런은
한국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한국의 게임사인만큼,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려고 합니다. 여태까지 협업을
자주 해왔던 경기도, 대전, 부산 등을 비롯하여 이스포츠 경기장이 있는 광주, 다양한 이스포츠 사업을 전개해오는 인천 등의
지역들이 이스포츠를 통해 도시가 알려지고 경제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면 앞으로 각 지역이 더욱 이스포츠에 많은 지원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셔널 리그가 국가에서 지원하는 사업이 아닌 게임사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대회이긴
하지만 각 지역의 관심도는 꽤 높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주말에 펼쳐진 시즌3 파이널 현장에 일부 지역 관계자들이
방문하여 선수와 미팅을 진행하거나, 저희에게 출전한 팀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요청해서 저희가 선수들에게 물어보고 답변을
드리거나 한 적도 있습니다. 이런 지역연고팀 선수 구성의 경우 지역과의 연결고리를 조금 더 강화하기 위해 거주지 등에 제약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대부분의 지역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과감하게 그런 제한을 두지 않고 팀을 구성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시즌3 파이널이 종료된 만큼 다음 시즌 마스터즈에서 시드권을 가질 팀들이 정해졌는데, 금주부터 더 많은 팀들이 구체적으로
선수들과 논의를 진행는 것으로 알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더 많은 팀을 공개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업리그에 대한 전망에 관한 내용 중
이터널 리턴 내셔널 리그가 표방하고 있는 것은 프로리그가 아닌 실업리그인 이유는요.
리그 구조를 짜며 현실적인 고민들을 많이 했습니다. 여태 이스포츠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현실적으로 우리보다 큰 규모의 게임들도 프로리그 운영이 안되거나, 프로팀이라고 하더라도 거의 월급 없이 합숙만 한다던지 생각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게임에 애정을 갖고 플레이해주는 선수들에게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제시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불확실한 화려한 미래보다는 조금은 현실적이고 지금보다는 한 단계 나은 미래를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지역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번 내셔널 리그가 실업리그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실제로 팀에 들어가는 지원들이 일반적인 프로팀에 비하면 규모가 부담스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프로팀처럼 합숙이 필수 조건이 아니고, 오히려 선수들이 학업이나 본업을 계속하면 참여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에 선수도 팀도 크게 희생하거나 투자하는 것이 없이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옆나라 일본이나 서양권에서는 실제로 전업 프로가 아닌, 이렇게 부업으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는 케이스들이 상당히 많은데 오히려 이것이 더 건전한 모델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옆나라인 일본에 FPS 프로팀이 굉장히 많은데, 대부분 합숙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많은 선수들의 경우 본인의 대학을 그대로 다니거나, 직장 생활이나 개인 사업을 영위하면서 프로 생활을 하고 있구요. 이런 구조나 분위기가 시작 단계에 있는 이스포츠 종목이 거쳐가야하는 단계, 혹은 요즘 많이 나오는 단어인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향해야하는 방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선수 개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전업으로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서 도전하는 시간들이 실제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때에 대한 리스크로 돌아오게 됩니다. 체육쪽과 비슷하게 프로게이머 또한 학업이나 본업을 아예 배제하고 연습에만 매진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는데, 자신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올인하는 것은 어지간한 확신이 없는 한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터널 리턴과 같이 아직 큰 규모로 이스포츠를 하지 않는 게임은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다만, 이 중간 단계를 실업팀 구조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로팀과 실업팀, 아마추어 팀의 구조가 탄탄하게 다져진다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합니다. 어떤 선수가 마스터즈 등 오픈 대회에서 활약하고 실업팀에 입단한다고 했을 때, 학업이나 본업을 병행하면서 선수 생활을 하다가 다시 게임을 그만두고 학업이나 본업에 전념할 수도, 아니면 자신의 가능성을 보았을 때 일부 전업 프로팀에서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전업 프로팀에서 은퇴를 하는 선수들이 발생했을 때도, 자신의 미래 설계를 하면서 여태까지 해왔던 이터널 리턴 선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선택지가 실업팀이 될 수 있습니다. 혹은 개인 스트리밍을 하는 스트리머들도 이런 실업팀이라면 본인의 스트리머 생활을 병행하면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스트리머들도 도전할 수 있는 그런 대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게임에 애정을 갖고 플레이해주는 선수들에게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제시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불확실한 화려한 미래보다는 조금은 현실적이고 지금보다는 한 단계 나은 미래를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이 대목이 인상깊었습니다. 한국에선 무조건 프로가 아니면 스포츠와 리그를 안하는 수준이었는데, 이터널 리턴은 실업리그의 의미 그대로 본업과 병행하며 선수 활동을 지원한다는 취지가 맘에 들었습니다.
애초에 게임 규모도 그렇고 가장 큰 e스포츠 종목인 롤조차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허황된 비전을 남발했다면 믿음을 가질 수 없었겠죠. 팀은 과도한 연봉보단 대회에 필요한 지원을 하면서 비용 부담이 덜하며, 선수는 프랜차이즈 프로그램을 통해 얻는 수익은 모두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지역연고라는 타이틀로 지자체 협업을 통한 지원을 이끌어내고,실업리그라는 시스템으로 비용절감과 지속가능한 리그 운영을 만든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윤서하 팀장이 말한 비전을 응원하고 기대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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