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안 해본 사람의 페르소나 3 리로드 후기(스포)
(짤은 타르타로스 250층이건 최종보스건 가리지 않고 마스커레이드 한 방으로 죄다 인간 내면의 바다로 돌려보내준 캐리머신 바나디스... 고맙다 카스미!!)
페르소나 4 골든으로 시리즈를 입문한 관계로 P3는 해본 적이 없었는데,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마참내 리로드가 나와서 허겁지겁 플레이했습니다. 원작은 안 해봤는데, 스포일러는 당할 대로 당해서 초회차인 것도 초회차가 아닌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플레이 하게 되었습니다... 느낀 점 위주로 주저리 주저리 적어보려고 합니다. 스토리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스포는 거의.. 없습니다. 아마도.
1. 편안한 전투
원작을 안 해 봐서 전투 파트는 리로드에서 뭐가 달라졌는지, 뭐가 달라지지 않았는지 100% 확답을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아 이건 누가봐도 리로드에서 추가한 거네...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꽤 많았습니다. 어디서 듣기로는 P3 원본에서는 동료들 직접 지시도 못한다던데, 리로드는 P5, 추가적으로 로얄까지 굉장히 다분히 의식한 형태로 변했습니다. 초반부는 P4 수준이라 불편하지만 그래도 리메이크는 아니니까... 하고 참아넘겼는데 웬걸 초중반부에 시프트(=바톤터치)가 해금이 되면서 아주 익숙한 P5의 그 느낌으로 돌아와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P5처럼 스킬 사용 이전에는 한 턴 내에 페르소나 교체 제한도 없어졌구요. P5하다가 P4하면 바톤터치 없는 거랑 페르소나 실수로 바꾸면 턴이 날아가는 그게 제일 불편한데 리로드 제작진들이 니즈를 정확히 판단한 것 같아서 너무 기쁩니다...
여러모로 페르소나 5를 의식한 티가 많이 나는데, 총공격으로 마무리하면 P5식으로 캐릭터가 폼재면서 영어 인용구 뜨는 그거... 총공격 카드라고 하나요? 그 연출도 있고(아쉽게도 페르소나 5만큼 스타일리시하지는 않습니다..) 테우르기아라고 게이지를 모아 쓰는 유사 쇼타임들이 잔뜩 생겼는데 말 그대로 필살기고 연출도 제법 괜찮아서 쓸 때마다 굉장히 즐거웠던데다가, 제 마음대로 타이밍을 정해서 쓸 수 있던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컨센트레이션이랑 차지도 들어가서 진짜 필살기다운 딜이 나와요. 딜스킬이 아닐 경우에도 굉장히 파괴적인 버프를 걸어줍니다. 주인공이 초반부에 금방 해금 가능한 게 체력 절반 회복 + 마하스쿠카쟈를 걸어줍니다. P4에서는 이게 요스케 최종각성기였는데 말이죠... SP도 안 먹고, 캐릭터마다 게이지 회복을 많이 시켜주는 행동이 달라서 그 조건을 만족하면 금방금방 사출할 수도 있습니다.
내비는 진짜 개사기입니다. 후타바도 한 전투 지원 했는데, 후카는 그냥 전투를 하드캐리할 수 있는 수준... 기본적으로 상대 턴 포함해서 한 턴을 견디면 본인 SP를 사용해서 선택한 대상 내성을 그냥 전체 오픈하는 기술을 들고 나오고, 기본 테우르기아로 전체 히트라이저/HP 회복/SP 회복을 걸어줍니다. 회복량도 깔끔하게 반 넘게 채워줍니다. 후타바도 10랭크쯤은 되어야 이정도로 해줬는데...
이런 개선점이 상당히 많아서 그런지 전투-던전파트는 페르소나 시리즈중에서 역대급으로 쉬웠습니다. 노말로 했는데 체감은 P5 세이프티 수준.. 페르소나 시리즈는 최선의 플레이를 위해서는 던전 전체를 하루만에 공략해야되는데(시간슬롯을 쓰니까요) 페르소나 3에서는 어차피 밤 커뮤는 두 개 밖에 안 되고 섀도 타임으로 새 시간을 쓰니까 압박도 덜한데 주인공 파티 유지력이 너무 좋습니다. 셔플타임에서 회복할 수 있고, 유카리 특성 열면 메디아라한이 SP 11로 써지고, 흡마 스킬도 버프 잔뜩 먹어서 사용마다 20씩 SP 훔쳐오고, 정 안되면 테우르기아 쓰면 후카가 SP 채워주고... P4 P5에서는 진짜 더 이상 진행 못한다 싶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던전 접은 경험이 있는데 리로드는 그냥 20층이고 40층이고 원하는만큼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테크니컬이 안 먹히면서 P5와 달리 물리 스킬이 훨씬 강세가 되었는데 HP는 채우기 더 쉬우니까요... 그래도 전 이쪽이 더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부터는 조금 아쉬웠던 점... P5에서는 괴도단이 선봉대에 비해 약간 떨어져서 같이 잠입한다는 컨셉으로 던전 진행중 파티멤버 교체가 자유롭고, 커뮤 열면 경험치 공유랑 전투중 교체도 해주는데 리로드에서는 셋 다 안 됩니다. 타르타로스는 내려가는 계단도 없고 도라가도 없어서 던전 탈출도 어렵고 멤버 교체도 어렵습니다. 리로드 제작진도 이걸 의식해서 주인공 렙에 비해 떨어지는 파티 멤버들 레벨업 수단을 만들어놓긴 했거든요? 근데 확률이 겁나 낮은 거 하나(+최대 두명이 한계) + 마찬가지로 낮은 확률인데다가 230층 쯤에서나 해금이 되어서 별 의미가 없는 것 하나 이렇게 있어서 진짜 의미 없습니다.... 더군다나 P3는 중간에 파티멤버 이탈이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꽤 있는 게임이라 1군 선정을 잘못하면 좀 골치아프겠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캐릭터간 테우르기아 조건 달성 난도가 좀 많이 차이납니다. 미츠루는 상태이상이라 상태이상 안 먹히기 시작하면 테우르기아 채우기도 힘들고 컨센트레이션 나오기 전까지는 화력도 밀리고 그러는데 유카리 같은 애들은 힐이 조건이라 그냥 힐하면 쭉쭉 올라서 세턴 내지 네턴마다 쓸 수 있어서 뭔가 좀 그랬습니다.
그리고 바톤터치에 부가효과가 없어서 쓰는 맛이... 사실 잘 안 납니다. P5에서는 딜도 올려주고 체력이랑 SP도 올려주고 해서 하면 무조건 좋았는데 리로드에서는 그냥 쓰면 쓰는거고 아님 말고라...
그리고 무엇보다 타르타로스...... 겁나.... 재미없어요... 개개의 전투는 연출덕택에 재밌는데, 타르타로스 던전 자체는 진짜 노잼입니다. 250층 중에서 보스전 이벤트방 계단방 다 빼고 한 170층 정도는 걍 절차생성된 랜덤 던전인데, 진짜 반쯤 졸면서 했습니다. 더군다나 전투 난이도가 쉬운데다가 물리 스킬 크리티컬을 넣을 방법이 너무 많아서 후반부에는 약점이고 뭐고 참격 무효/반사가 아니면 그냥 마스커레이드 2번 3번 쓰면 다 쓸리더라구요. 스킬셋을 맨 위짤처럼 넣으면 크리티컬 확률이 체감 95% 이상이라 거의 무조건 크리티컬이라 딸깍 딸깍하고 다음 섀도 뒤통수치고 딸깍 딸깍 반복... 이게 게임인지 노동인지...
2. 역시 편안한 일상 파트
마찬가지로 편의성이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P3 말고 P4와 비교했을 때도 훨씬 편해요. 커뮤 열린 사람이 어딨는지 맵에서 보여주고 퀘스트 위치도 찍어주고요. 시스템적으로는 뭐 늘 먹던 그 커뮤니티 시스템이라 추가적으로 덧붙일 말은 거의 없습니다. 아, 커뮤니티 전체가 풀더빙 되어있는 건 좀 신기하긴 했습니다. P4에서는 더빙 없었고, P5에서는 1랭크랑 10랭크만 더빙이었는데, 리로드에서는 전체 더빙이니... P6에서는 100% 완전 더빙 기대해도 될까요....??
다만 좀 아쉬웠던 건 음표가 되게 비직관적이었습니다. P5는 물론이고 P4에서도 음표 한 개, 두 개, 세 개가 명확히 나뉘어져 있었는데 리로드에서는 이게 좀 훨씬 세분화되어있는 느낌이에요. 해당 아르카나 페르소나를 들고 커뮤를 해도 세개가 나오고 안 들고 해도 세개가 나오고(P5까지는 그냥 페르소나 없으면 얄짤없이 2개만 줬던 것들) 한다든가 그냥 일반 음식을 먹든 돈 더 내고 특별한 음식을 먹든 똑같이 음표 두개라든가... 이게 효과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소한 불만으로는 학력 올리기가 너무 빡세요... 선생님들 질문 잘 대답해도 매력만 오르고 학력은 기초 능력치 자체가 너무 낮은지 랭크업이 너무 어렵습니다.
3. 꽉 차 있는 메인스토리, 많이 아쉬운 서브스토리
많은 분들이 시리즈 스토리 최고작으로 꼽는 게임 답게 메인스토리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P5 로얄도 스토리가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P3는 스토리가 확실히 다르긴 하네요. 특히 후반부가 훨씬 흥미로웠습니다. 동료들 초각성이 주인공과 큰 상관없이 일어나는 것도 좀 신선한 느낌이었어요. P3 이후에는 대부분 동료들 랭크 10을 찍어야 초각성을 하고 스킬이 해금되는데, P3는 그냥 자기들이 알아서 깨닫고 알아서 테우르기아를 해금하더라구요. 처음에는 주인공이 단순한 들러리가 된 느낌이라 약간 불호라고 생각했는데, 이쪽이 사실 좀 더 그럴 개연성 있는 전개인 것 같다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다만... 서브스토리들이 많이 아쉽습니다. 특별과외활동부 소속 동료들에는 그래도 일상 이벤트나 특수 이벤트가 꽤 많이 만들어져 있어서 괜찮은데, 커뮤 스토리들이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구색만 맞춘 느낌이 드는 친구들이 꽤 있습니다. 밀도가 굉장히 낮아요. 그냥 누구 만나서 인사하고 밥먹었다, 랭크 업... 인 랭크들이 너무 많고 전개도 너무 빨라서 스토리를 따라가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달 커뮤인 미식왕... 얘는 한 6렙까지는 어디가서 뭐 먹었다 하고 끝나기만 하더라구요. P3 만들 때 10개 파트가 안 되는 데 시간과 돈이 없어서 그냥 대충 잘라넣은 게 아닌가 하는 킹리적 갓심이... 그리고 타나카.. 이 친구는 P4 P5에서 많이 봐서 내적 친밀감이 쌓였는데 정작 P3 커뮤는 그냥 혼자 주저리 주저리 떠들다가 10랭크가 되더라구요. 그래도 태양 커뮤처럼 좋은 스토리가 없는 건 아니고, P4 P5도 영 아니다 싶은 커뮤가 없었던 것도 아니니 뭐 익스큐즈 할 만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영겁 커뮤가 확장판? 에서 추가된 걸로 아는데, 리로드에도 영겁 커뮤가 있더라구요? FES 전개는 없는 걸로 아는데 DLC로 낼 생각인지... 하여간 그 영겁 커뮤는 제가 알던 페르소나 시리즈의 커뮤 느낌인 걸 보면 그냥 P3 본판 만들 때 아틀러스 회사가 좀 많이 힘들었구나.. 하는 생각만 들긴 합니다.
그리고 메인스토리도 4월부터 5월? 까지는 좀 많이 붕 떠있는 기분입니다. 처음 각성까지는 굉장히 스무스한데, 그 이후로 한 달 정도를 진짜 아무 설명도 없이 학교를 다닙니다... 만월 타임리미트 생기기 전까지는 게임의 동력이 아예 부재한 느낌.. 저야 다른 페르소나 게임을 해봤으니 일상 타임슬롯을 알차게 써서 커뮤도 열고 열심히 파라미터를 올려놔야 한다고 알고 있으니까 견딜만 했는데 처음 하시는 분이면 이게 뭐임? 하고 그냥 꺼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4. 여담
노래는 뭐 페르소나 답게 좋습니다. 특히 리로드에서 새로 만든 전투 브금이 굉장히 신나고 폴로니안 몰 일상 브금도 좋더라구요. 약간 아쉬웠던 건 1월 일상파트에 엔딩곡을 어레인지 한 걸 주구장창 튼다는 것 정도... 3월에만 틀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테우르기아 해금하면 기존의 전통적인 교복 + 완장이 아니라 어레인지한 제식 장비로 옷을 갈아입는데 디자인이 겁나 맘에 듭니다. 교복에 완장 하나 차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폼나게 장갑 같은 것도 끼고 다니고 검은색 자켓 같은 것도 입는데 최종보스전 애니메이션 파트에서 자켓 보니까 디자인 잘했다 싶네요. 무기 스킨 같은 것도 있었으면... SEES 제식 장비들 디자인이 이쁜데 능력치가 낮아서 써먹을 수가 없네요.
그리고 이상하게 아이기스가 겁나 이쁩니다... 모델링이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한 차원 위에 있는 느낌. 전용 애니메이션 파트도 여러개 받았고 영겁 커뮤도 들어가 있고... 이 정도로 제작진들이 애정을 쏟은 거 보면 곧 DLC로 에피소드 아이기스 내주지않을까요???? 좀 기대중입니다..
전반적으로 P3를 해봤으면 훨씬 재미있게 했을 것 같은 게임이었습니다. 안 해봤는데도 재밌었는데, 해봤으면 게임이 감탄의 연속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저도 오늘부터 P4 리메이크를 기대해보려고... 합니다. 한 2030년 안에는 내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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