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베데스다에 화가 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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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휴가차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동생 부부집에서 신세를 진 적이 있다.
동생 부부따라 이런저런 관광을 하다 역사가 오래된 5성 호텔에도 들렀다.
난 좋은 건물에 가면 반드시 그 화장실에 가서 작건 크건 일을 보곤 하는데, 화장실에서 그 건물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는게 내 지론이었기 때문이다.
그 호텔 화장실은 과연 넓고 광택도 나는 잘 관리된 곳이었지만 기구 자체는 연식이 느껴져 세련미보다는 빈티지 느낌에 가까웠다. 그래도 특유의 갬성이 있어서 나른 편안히 일을 보기로 했는데..
아뿔싸.. 휴지가 없다! 5성 호텔 화장실에 휴지가 없는 것이 말이 되는가? 비데까진 바라지도 않았었다. 사실 내가 들른 미국 화장실엔 거의 모두 비데가 없었다. 비데가 익숙한 한국인임에도,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큰 일 보는 것엔 문제가 없었다. 휴지로 다 닦으면 되니까.
하지만 휴지유무는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다. 일을 볼 수 있냐 없냐의 문제기 때문이다.
물론 공중 화장실, 작은 상가 건물의 공공 화장실이었다면 휴지가 없는건 늘상 있는 일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오히려 휴지를 미리 준비안한 내 탓일 수도 있다. 화장실에도 급에 따라 감수해야할 리스크가 다르며 안이한 댓가를 치른 셈이다.
하지만 파이브 스타 고오급 상업시설 건물에 휴지가 없을 리스크를 지라는 건 반인륜적인 요구다. 도무지 납득을 할 수 없었고 이해를 넘어 화가 나기까지 했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화장실을 안내해준 현지인 프런트 직원이 동양인 혐오아닌가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잠시 스치기까지 했으니까.
다행히 바지를 내리기 전에 휴지가 없는 것을 발견해서 피치 못할 상황까진 가지 않을 수 있었다. 다른 칸들에도 휴지가 없었던 것을 보아 뭔가 관리 미스가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프런트에 이를 알리니 매우 송구해하며 다른 화장실을 안내했고 난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었다.
매우 훌륭한 호텔이고 다른 이용자들은 늘 그렇듯 이 호텔에 매우 좋은 평가를 내릴 것이다.
하지만 내게 이 5성 호텔은 화장실에 휴지도 없는 여인숙으로 인상이 깎여들어가고 말았다.
[휴지]라는, 건물 전체에 비하면 진짜 0.001%도 안되는 요소 하나가 경험을 망쳐서 싸그리 싸잡혀 말려들어 [품격]에 의문을 들게만든 것이다.
베데스다는 역사와 명성을 지닌 게임 명가로 유저들에게 꾸준한 사랑과 신뢰를 받아온 개발사다. 그들이 내놓는 게임은 AAA급으로 늘 많은 관심을 얻으며 화제의 중심이 된다. 그런 그들이 오블리비언이라는 그들의 근본이 되는 작품의 리마스터작을 갑자기 내놓았다. 게이머들은 열광하며 너도나도 관심을 보였고 높은 메타 점수와 함께 좋은 평가를 내렸다.
근데 그럼 뭐하나. 휴지가 없는데.
한글화도 없고, 지역락까지 멕이고, 시디키마저 등록 불가랜다. 한국만.
마이크로소프트라는 모기업이 소유하는 베데스다 호텔이 관리하는 오블리비언 리마스터 화장실 변기에, 시디키 휴지가 없다. 한글화 비데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래 한글화라는게, 비데란게 돈이 드니까 이해해. 아니 아무리 그래도 휴지는 있어야지. 인디 변기도 아니고 AAA급 변기에 왜 휴지가 없나. 웃기게도 한국인이 이용하는 변기에만 휴지가 없다. 러시아인 변기도 휴지가 없는데 얘네는 외부휴지를 따로 들고가면 이용가능 한데, 한국인 변기는 그 휴지도 지참 불가랜다. 위조여권 vpn 쓰면 된다는데 왜 그래야하는지도 모르겟다.
아니 그럼 애초에 한글로 화장실 안내표지판을 만들지나 말던가. 최소한 화장실 문에 한국인은 휴지 없음 이라는 종이라도 써붙여야하는거 아닌가?
이따위 화장실이 있는 건물에 무슨 품격을 느껴야 한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 놈들이 한국인 엿먹이려는 거 말고는 왜 이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왜 한국인은 똥을 못싸게 하는거야 망할 베데스다 놈들아
돈 낸다고. 돈 내고 너네 변기에 똥 싼다고!!!!!!
왜 눈코입귀 막고 있다가 단체 샤우팅이 뚫고 들어가니까 마지못해 공지하는건데?
아 진짜 화난다
너네 집 변기 콱 막혀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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