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포 리:판타지오 클리어 후기
먼저 저는 이 게임에 상당한 기대를 했습니다.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트레일러를 봤는데 시작 설정과 줄거리가 흥미로웠거든요
여러 종족이 얽혀 사는 중세풍 판타지 세계에 갑자기 국민들의 "투표"를 통해 "왕" 이 선출되는 마법이 발동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주인공이 선거에 뛰어든다
저는 이 대목에서 수작 서양 게임 등에서 볼 수 있는 사색적인 스토리 텔링을 기대했습니다만. 얄팍하기 그지 없더군요. 표를 받기 위해서, 선행을 한다고 생각해서 퀘스트를 수행했는데 알고보니 선악을 판단하기 힘든 미묘한 문제였다든지. 일종의 포퓰리즘이 될 수 밖에 없는 투표제의 한계를 마법을 통해 은유한다든지. 이런 걸 기대했습니다만
흔해 빠진, 이제는 염증이 나는 얄팍한 일본 게임풍 스토리. 평면적인 캐릭터. 경험치와 아이템 퍼주기용 양산형 퀘스트.
제작사의 다른 작품인 페르소나 시리즈는 관련 작품이나 동인지가 쏟아질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있었고, 진여신전생 시리즈는 개성적인 악마 디자인이나 특유의 세기말적인 분위기 등이 인상에 남았습니다만
이번 작품은 분위기도 애매하고 캐릭터도 전부 매력이 없습니다. 차별 받는 세상,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겠다는 줄거리인데 주인공이 상처 받거나 게임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가 기분이 더러워질만큼의 차별받는 세상을 전혀 그려내지 않았고 일본 라노벨 풍의..."흥...너 같은 녀석 인정하지 않겠다구! 이 퀘스트 보상은 버리는 거니 너나 가져!"" 라는 식의 가벼운 정서가 이어집니다. 비록 후반부에 조금 어두워지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밝은 색감으로 그러져 있는 도시나 마을들의 배경을 보면 무겁다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페르소나 시리즈의 일부 파트처럼 마치 학원물, 하렘물을 보는듯한 경쾌한 분위기도 아니고 애매하기 그지 없어요. 진지하려는데 몰입이 안되는 일본풍 판타지 라노벨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주인공과 감정적으로 제대로 얽히는 히로인이나 악역조차 없어서 주인공이 좀 무색무취해졌어요
게임 시스템의 경우 제작사의 주특기가 극한까지 세련되게 진화했습니다. 괜히 걸리적거리는 부분이나 부당하게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마력 관리 등으로 스트레스 받을 수 있는 던전 공략에, 최대한 유저를 배려한 편의 시스템으로 균형을 맞춘 느낌.
소모 아이템을 한 번에 여러 개 먹이는 기능이 없다든가 아키타이프 별로 사용하는 장비를 표시해두는 기능이 없어서 중고 장비를 관리하는데 헷갈린다든가 하는 사소한 찐빠가 있긴 합니다만
이만큼 완벽하게 유저를 편하게 해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적재적소에 인터페이스와 편의 시스템을 잘 갖춰두었습니다.
게임 그래픽이 2024 버전의 첨단이라고 하기엔 좀 모자라지만 대신 최적하가 매우 잘된 듯 보이고요. 제가 2060super 인데 렉은 커녕 쿨러 풀로드 굉음조차 안 들리더군요. 완전 최신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핵심 컨텐츠인 전투의 경우 본래 제작사가 만드는 턴제 프레스 관리 RPG에서 알맹이는 거의 달라진 점이 없고, "아키타이프" 라는 핵심 직업육성 시스템은 악마소환/악마육성의 열화 버전이라고 느꼈습니다. 악마들처럼 귀엽지도, 멋있지도 않은데 수집하는 맛도 없는. 그렇다고 재미가 없다는 건 아니고, 잘못 되었다기보단 라이트하다고 보는게 맞겠네요.
전투의 연장선이자 또 하나의 컨텐츠라고 할 수 있는 던전 탐색은 난이도 조절이 잘 되어 있는 편이고 탐색을 단조롭게 느끼지 않도록 퍼즐...퍼즐이라기보다 "샛길 찾기" 를 적극적으로 배치해두고, 다른 턴제 RPG과 달리 MP 리소스를 빡빡하게 만들어 자원 관리를 항상 염두에 두고 전투 운영을 하게 만드는 등 절묘한 밸런스가 느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제작사가 잘하는 걸 잘한 느낌입니다. 던전 돌면서 싱겁지는 않은데 짜증나지도 않는다 라는 인상을 주기가 쉽지 않거든요.
캐릭터의 매력이 떨어지고 스토리도 얄팍하다보니 서브 컨텐츠라고 볼 수 있는 후원자 시스템은 상당히 지루한 편이었고 마을이나 던전을 이동할 때마다 별 의미도 없는 "숙박" "야영"을 거쳐야 하는 점은 집중력을 깨트렸습니다. 여러 마을이나 지역을 돌아다니지만 자유도가 거의 없어 "세계를 모험한다" 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요. 중간 중간 판타지 세상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거나, 지역마다 독특한 먹거리가 존재한다거나 하는 식의 작은 요소요소들을 배치해놓았습니다만 그저 겉핥기 느낌
트레일러에서 소개하는 거창한 설정과 달리 게임은 오히려 아틀라스 작품 중에서 라이트한 편에 속하며, 페르소나나 진여신전생에서 더 진화했으되 깊이가 진화했다기보다 쾌적함이 진화하여 라이트해진 작품. 기존 작품들의 팬이 아니라 오히려 아틀라스 입문자들에게 더 권해볼만한 작품이었습니다.
만듦새는 괜찮았는데 선형적 RPG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되는 스토리/캐릭터가 별로였기에 아쉬웠던 작품이었습니다. 선형적 턴제 RPG라는게 최종 시나리오에 다가갈수록 우오오 하고 고조되는게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하품이 나더라고요.
제 평가는 게임성 8.5점 편의성 및 최적화 9.5점 그래픽 8.5점 스토리 7점
업계 리뷰는 무슨 고티급 점수던데 그 정도 게임은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아틀라스식 RPG를 처음 접하는 유저라면 아주아주 재밌게 할 수 있는 게임이고 아틀라스에 익숙한 유저들은 살짝 분위기가 다른 아틀라스 게임을 한다는 느낌으로 해볼만 해요
참. 메타포만 해보시고 페르소나 시리즈를 잘 모르는 분들은 메타포 나무위키를 조심하십시오...메타포 스포일러에 페르소나 스포일러를 잔뜩 섞어놨습니다
추천61 비추천 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