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리스 드래프트는 재밌는 다전제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24 시즌부터 일부 리그에서 시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피어리스 드래프트가 25 시즌에서는 보다 본격적으로 도입될 예정입니다.
25시즌 Lck Cup(가칭)과 25시즌 첫번째 국제대회 First Stand(가칭)에서 사용이 확정되었으며
이전 세트에서 양팀이 사용한 챔피언 10개가 모두 밴 자동 밴 되고 밴 목록이 매 세트 누적되는 하드 피어리스 드래프트가 도입될 예정이며
25시즌에 치뤄지는 나머지 대회는 위 두 대회 반응에 따라 도입 유무가 결정될 예정입니다.
그래서 저는 피어리스 드래프트가 재밌는 경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에만 주목해서 글을 써볼까 합니다. 비전문가 방구석 롤붕이가 예상하는 것이라 실제와 아주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24시즌 LPL. LCK CL등의 결과값이 있긴하나 LPL은 소프트 피어리스라서 25시즌에 사용되는 하드 피어리스와는 다소 다르고, LCK CL은 1군 리그와는 경기의 특성이 다른 2군 리그라서 경기와 밴픽 양상을 그대로 1군 리그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어 참고하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다전제 후반부로 갈 수록 메타챔, OP챔, 각 선수들의 모스트픽은 대부분 자동 밴되거나 직접 밴되는 식으로 사용 불가능이 될 것입니다. 때문에 기존에 주목받지 않았던 2,3 티어 챔피언들이나 장인픽 조커픽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겠죠. 여기까지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챔피언들이 메타를 거스르는 새로운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저는 이 부분이 다소 회의적입니다. 이유는 다전제 후반부로 갈 수록 한 세트 한 세트의 중요도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무언가 실험실을 열거나 메타를 비틀기에는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챔피언은 바뀔지언정 경기 양상 자체는 선수들이 꺼낸 챔피언 숙련도에 따라 결정되는 흐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고, 이는 재미있는 경기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오히려 줄인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감코진과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주요 챔피언들이 밴되면 다전제에서 뉴메타 연구소나 그에 준하는 새로운 날빌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는 생각하고 이는 아마 피어리스를 긍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가장 바라는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롤의 역사가 오래되고 체계가 굳어진 만큼 날빌이 통하기도 어렵죠. 롤과 장르가 다르긴 하지만 스타1에서도 다전제 날빌은 하이 리스크 였는데, 팀 게임인 롤에서 날빌은 만들기도 어렵고 통하기는 더 어렵겠죠.
그리고 피어리스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뉴메타 날빌이나 조커픽의 하드 캐리로 세트를 가져오더라도 경기를 끝내지 못하면 다음 세트로 흐름이 이어지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롤 다전제에서는 위의 요소들이 등장하면 다음 세트에서도 상대팀은 이전 세트의 흐름을 의식할 수 밖에 없었는데 피어리스에서는 기껏 전략을 쓰더라도 1회용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새로운 전략을 시도할 가능성을 더 줄이는 요소로 작용하기 좋죠.
개인적으로 전략 요소가 존재하는 게임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요소가 나온 후 극적인 승리를 가져가는 것이 나오는 것과 패배한 쪽에서 그것에 어떻게 대응 하느냐를 지켜보는 것이 다전제를 감상하는 가장 큰 재미요소라고 생각하는데요(n연 시리즈가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피어리스 드래프트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이러한 것을 보기가 많이 어려워지겠죠. 그럼 이러한 단점을 메울 요소를 피어리스 드래프트가 가지고 있냐라고 보면 그렇지 않다 생각합니다. 라이엇이 피어리스 드래프트 전면 도입을 선언하지 않는 이유도 이러한 부분이 어느정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보이고요.
피어리스 드래프트가 도입되면 감코진의 밴픽 싸움 요소도 많이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의 다전제는 경기 이전에 여러가지 분석을 통해서 예상되는 밴픽 시나리오를 짜오되, 한 세트 한 세트 경기 결과에 따라 밴픽을 유동적으로 수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면, 피어리스가 도입된 이후에는 그날 경기 전체의 밴픽 흐름을 예상해 모든 경기의 밴픽 시나리오를 미리 짜오는 것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대신 시나리오만 잘 짜온다면 상대 픽 1~2개 때문에 밴픽 구도가 망가져서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해야 하는 일은 줄겠지요.
마지막으로 피어리스가 도입된다고 해서 프로경기에서 보기 힘들었던 챔피언이 나온다던가 하는 일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롤이 패치로 인해 메타가 지속적으로 변하는 게임이긴 하나 어느정도 정립된 운영과 승리 공식 자체가 변하지는 않는 게임이기 때문이죠.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2티어 3티어 4티어급 챔피언들은 자주 등장하겠으나, 프로 경기에서 한번도 등장하지 않은 브라이어 같은 챔피언이 깜짝 등장하기는 어렵다는 얘기죠. 프로 경기에서는 조합 밸런스, 라인 상성, 메타 적합도 등을 솔랭에 비해 더 고려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과연 피어리스 드래프트는 더 재밌는 정규리그와 다전제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추천115 비추천 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