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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7년 만에 소원 풀었습니다.- 2

다시 예전 스무살때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당시 그 친구는 학교를 떠났고, 저 또한 일류대를 가고 싶다는 욕심으로 자퇴하고 재수를 했고

그 해 겨울, 그 친구는 결국 교대는 못 가고 모 대학 정치학과를 갔습니다. 저는 재수 성공해서

원하던 곳에 갔구요.

이 때 즈음해서 알게 된건데, 이 친구 정말 좋은 조건의 남자를 만나고

싶은 맘이 강했던지, 사귀던 남자가 있어도 차가 좋거나 학교가 좋거나 하는 남자가 나타나면

바로 갈아타더군요. 그러나 돈 많은 남자는 그럭저럭 만날 수 있어도 학벌을 엄청 따지는

이 친구는 결국 100% 내 사람을 못만나고 오늘날까지 표류하고 있었습니다.

계절 바뀔때 마다 전화올 때, 단골 레파토리는 제가 다니는 학교친구 소개시켜 달라는

소리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어린 나이에 벌써 영혼이 많이 부박해 버린 친구였습니다.



저 나름대로 새로운 대학교에 적응하면서 몇 명의 여자친구를 만났습니다.

감성적 조건, 지성적 조건 모든게 잘 맞아서 서로 사랑하게 되었지만, 은말한 조건에 있어서는

크게 부합되는 사람은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다들 그 나이에 맞게 날씬한 타입이어서

이미 제 맘 속에 궁극적 섹시의 기준이었던 그녀같이 탄탄하고 풍만한 엉덩이와는 괴리가

있더군요. 그러니 연락은 자주 안해도 그 친구가 생각날 때가 많았고 한번씩 자위를 할때

그 친구를 맘 속으로 범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으실 겁니다.


"그러면 그 여자는 왜 너랑 사귈려는 시도나 표시가 없었고 계속 친구 먹냐??"


후훗 ^^ 저는 뚱뚱하기 때문입니다. 계속 쭉 뚱뚱해 왔습니다. 사람 만나는거 좋아하고

별 고민없이 사는 스타일이라 맨날 밤에 고기에 소주 들이키고, 배 두드리며 자는게 취미니

살이 찔 수 밖에요. 그 친구는 뚱뚱한거 싫어 했지요. 그래도 나름 대화할때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재주, 또는 배려가 있어서 좋은 사람들을 사귈 수는 있었지만

조건 따지는 이 친구한테는 꽝인 사람이 저였던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 친구는 저에게 연락하는 이유가 오직 하나.. 제 학교 친구들을 소개받기 위함

이겠네요. (씁쓸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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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툭치며) "민지야 ~"

"어머"


"야~ 태현아. 와............. 정말....................."


"뭐? 배고프다! 밥 먹자"



저는 이 짧은 대화를 주고 받고 그 친구의 왼손을 꼭 잡고 나왔습니다.

손잡을 생각을 한건 아닌데 나도 모르게 잡고 나와서 인근 스파게티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여기서도 엄청 놀란 눈으로 저를 계속 쳐다 보더군요.

그렇습니다. 제가 한 1년 동안 복싱에 미쳐있어서 살이 엄청나게 빠져 버렸습니다.

날씬한 몸에 마법의 구두.. 거기에다 살에 묻혀 있던 얼굴이 세상에 드러나자..

꽤나 호남형인 얼굴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꼭 입고 싶었던 댄디한 스타일을 옷까지 !


말이 옆으로 빠지지만..

혹시 살 찌신 분들. 정말 이 악물고 살 빼시기 바랍니다. 예전에는 항상 내가 맘에 들어서

꼬셔야 하고, 자신감도 없고 그래서 연애가 쉽지 않았는데, 살이 빠지니까 여자들이 먼저

붙는 경우가 많더군요. 이거 기분 엄청 좋습니다. 이런 식의 자신감이 쌓아다 보니

이 친구를 만나도 바로 손을 잡아 버리고, 그 이후에도 꺼리낌이 없었던 것 같네요.


암튼 이 친구 휘둥그래.. 에서 싱글벙글입니다.

참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이미 이 친구가 뭘 좋아하고.

어떤 동경을 가지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제 이야기 할때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

시켰습니다. (어쩌면 이때부터 무의식 중에 오늘 꼭 해야한다는 의식이 있었는지도..)


밥 먹고, 술을 마셨습니다.

일단 제 단골인 소곱창 집에서 같이 오십세주를 두 통 비웠습니다. 정말이지, 작업에는

오십세주 짱짱짱 ^^ 일단 술이 오른 상태에서

제 단골인 완전 퇴폐적이고 낡아빠져 버린 바로 들어가서 얼마전에 선배가 시켜서 같이 먹다가

킵해 놓은 스카치 블루를 시켜서 저는 얼음 넣어 홀짝 홀짝, 이 친구는 깔루아 듬뿍넣어서

홀짝 홀짝 마시며 본격적으로 진지한 이야기에 들어가고, 한 시간쯤 뒤.. 이 친구는 울더군요.

음습하고 낡아 버려서 이제는 완전히 자신을 포기한, 마치 다들 대마초를 필것 같은 이 분위기는

은근히 사람을 나른하고 몽환적으로 만들어서 누구에게 안기고 싶게끔 합니다. 얼굴이 익은

바텐더 형님이 앞에 있음에도 그 친구의 허리를 감싸고 머리를 제게 기댄채로 서로 속삭였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 지는 것 같아 안 읽으실 까봐 여기까지 쓰고 또 마지막 편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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