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9
다들 무더운 여름 잘 지내셨으리라 믿습니다.
흔히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들 합니다만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면은 아무래도 따뜻한 살 내음이 그리워지는 계절이 아닙니까?
이번 얘기는 그리 오래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연상녀와 나눈 애틋한 그러면서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약간 시러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모 도청소재지의 정부기관(교유분야) 관련 꽤 큰 프로젝트를 수행중일 때입니다. 요즘 교육관련 프로젝트가 의외로 단위가 큽니다. 언젠가 한번 얘기한 대로 전문 대타인 제가 프로젝트 막바지쯤에 투입되었습니다.
한 한달정도면 될줄 알았는데 어쩌다 일이 늦어져서 한 6개월 정도 그곳에서 지내게 됐습니다. 완전 단독으로 상대하는 일인지라 모텔에 달방을 잡았습니다. 놀기 좋아하는 저인지라 유흥가 한 가운데 위치한 모텔을 잡았습니다.
거기 참 가관입니다. 밤에만 살아나는 곳입니다. 어둠이 내리면 살아나기 시작해서 아침에 출근하다보면 길에 술취한 여자, 오바이트 하는 여자, 그리고 하이에나들 뭐 숱하게 있습니다.
본사에서 좀 높은 분이 올 기회가 있어서 낮에 일을 하고 저녁에 간단한 음주가무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이분 취향이 연세도 있으신지라 카바레쪽입니다. 저역시 한때 스텝좀 땡긴 기억이 있어 겨우 어울릴 정도는 됩니다. 주중이라서 그런지 정말 물이 안좋습니다. 나이도 다 많으신 분들에 영 선수가 달릴 곳이 아니더군요.
그러나 어쩝니다. 상사분이나보니 아부는 해야겠고 그래 웨이터를 협박 반, 돈 반으로 어떻게 달래고 을러서 한 여자분을 엮었습니다. 상당히 세련되고 교양있고 몸매는 약 어느정도 점수로 따지면 70점 정도,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 웬만한 연예인도 80점 잘 안줍니다.
저는 사랑의 화살이 되어 두 분을 엮기위해 동분서주 드디어 바람뛰우기 성공, 그러나 아쉽게도 2차는 힘들다는 것, 그저 순전히 여자분의 어쩔수없는 사정이었습니다. 알고보니 그분이 그 동네에서 꽤 꽨찮은 룸살롱의 사장님인데 오늘 단합대회 왔다가 웨이터의 간곡한 부탁으로 합석을 하신겁니다.
계속 우기고 우겨서 결국 내일 점심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때 상사분은 모 호텔에서 숙박, 전 다시 환락의 동에에서 숙박.
다음 날 점심시간 드디어 조인트, 친구 분을 한 분 제게 소개해줄려고 대동하셨는데 바로 그 여인이 저의 가슴을 이리 시리게 할줄 그때는 몰랐씁니다.
첫인상이 참 단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외모와 몸매의 점수는 80점, 누누히 말씀드리지만 이 정도면 상당히 우수한 품질입니다. 정말 박음직해야 이 정도 점수 저는 줍니다.
직업은 패션계, 가끔 대학 출강도 하시고 공적인 일에 직함도 몇개 있는 그 동네에서는 방뀌꽤나 뀌시는 그런 분입니다. 얘기 수준 상당히 훌륭합니다. 높습니다. 그러나 저 이런 분위기 바로 다운 시킵니다.
제 경험으론 이런 분들일수록 가슴아픈 이야기 좋아합니다. 저의 가슴아픈 이야기란 연탄가스 중독, 진짜 배고파서 물배채운던 이야기, 10리길 통학이야기 이런겁니다.
이렇게 인연이 시작되고 저는 그분을 처음엔 선생님, 사석에선 누님이라 부르며 마치 친 누나처럼 지냈습니다. 솔직히 성적 대상이 되긴 햇지만 그리 열중할 상태가 아니었죠, 당시 일이 참 뻑셌습니다.
약 4개월정도 지내면서 그 분과 숱한 식사와 술자리를 했지만 신체접촉은 거의 없었죠. 그러던 어느날 노래방에서 상사 커플과 함께 있던 중 그 분이 먼저 키스를 해왔습니다. 제법 오래 키스를 했는 데 꼭 학창시절 선생님과의 키스처럼(물론 상상?) 그저 그런 진도를 제가 주도할 수 없는 그런 키스였습니다.
그날 야밤에 그 분을 데려다주고 밖에서 반시간 정도 기다린 후에 다시 만났씁니다.
꼭 얼굴을 다시 봐야겠다고 떼써서 핑계를 대고 다시 나오신 겁니다.
그날 밤이 한 몇년은 생각이 납니다. 모 대학교 교정이었는 데 딱 지금 쯤입니다.
참 밤이 아름답더군요. 잠시 얘기를 하고 헤어질 때 그 분 치마속에 손을 넣었는 데 그 떨림 참 오랜만의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소년시절로 간것 같더군요. 그걸로 접촉은 다 였습니다.
그러나 저 변태 기질 발동, 팬티를 벗겨서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며칠뒤 전화로만 통화한후 전 본사 복귀, 복귀후 제가 한 일주일 입원한 적이 있는데 상사께서 꾸러미하나를 가져오시데요. 그 누님이 회사로 보낸 소포인데 하여간 고급 과자류, 책, 만화류 등 병실에서 적적할때 쓸수 있는 건 다 들었더군요.
그리고 편지가 한장 있었습니다.
시만 하나 적어져 있었습니다.
가을 -김 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 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너무 청승맞은 가요. 지금도 계절이 바뀌면 한 번씩 연락을 합니다. 그렇게 전화로만 만납니다. 한번도 서로 간에
사랑한단 말은 없엇지만 또 다른 종류의 사랑이라고 믿습니다.
모두들 멋진 가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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