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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헌팅해보신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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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학원에 가려고 아침에 버스를 탔습니다. 중간 쯤에 어떤 여자분이 타더군요.
그 분이 눈에 확 띄게 예뻤고(나중에 알고보니 여대생,스튜어디스 지망생) 그래서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녀 역시 저랑 눈을 마주치더군요.
아참 필자의 나이는 20대 중반, 키는 170대 초반(ㅎㄷㄷㄷ), 얼굴은 여자가 저랑 같이 다니면 부끄럽지 않은 정도. 그리고 헌팅 당일 불행히도 수염 제모를 안한상태-_-;; 그것 때문에 말 거는거 주저하는데 일조했습니다.
 
우선 그녀와 저의 자리에 대해 설명을 하겠습니다.
--------
| Y      |
|         |
|         |
| X      |
|         |
|         |
--------
 <버스 도표, Y:그녀, X:나>
 
음 저는 앉아있고, 그녀는 서 있었죠. 위치는 참 좋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시선 교환이 가능했으니까요. 저도 모르게 눈이 가는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게다 가끔 그녀도 쳐다보는걸 느꼈습니다. 그러나 출근 시간이라 사람들도 조금 많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가 내려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운좋게도 그녀 역시 같은 정류장에서 내리더군요. 거의 본능적으로 그녀가 앞서게 하고 조금씩 그녀를 따라갔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가야할 곳과 그녀가 가야할 곳이 달라졌습니다. 전에도 한 번 비슷한 상황에서 사인이라 생각하고 헌팅을 시도해 보았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어 그냥 잊고 갈려다가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녀 역시 거의 동시에 저를 쳐다보더군요. 이걸 OK 사인으로 간주하고 제가 갈 길에서 U턴하고 그녀를 따라갔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말을 걸었죠. 제 예상대로 호의적인 반응이었습니다. 번호를 주는 걸 조금 망설이더니(예의상) 받아냈습니다.
 
알고 보니 그녀 역시 학원에 가는 것이었고 제가 가는 곳과 그닥 멀리 떨어져있지 않았더군요. 끝나는 시간에 전화를 해보니 역시 그녀도 집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와 다시 만나 그녀가 가는 목적지까지 한참 동안 걸었습니다. 커피샵을 가진 못했지만(그녀가 곧 약속이 있었고 핑계는 아니었습니다)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전화가 오더군요-_- 안끊고 계속 받는거 보니 불길합니다. 아마 남자친구 같더군요. 역시 마지막에 헤어지기 전에 영화나 같이 보는거 어떠냐고 물으니 남자친구 있다고 친구로 지낼 순 있다고 그러더군요. 흠...반전이었죠. 좀 후회스러웠습니다. 마지막에 다음 약속을 잡는게 아니었는데 말이죠. 좀 당황스럽더군요. 예상은 했지만. 엄청 망설이다가 다음 날 연락을 하니 전화를 받긴 하더군요.
 
그녀에게 작업을 걸기 어려운 암초는 그녀의 남친이 아닙니다. 발신정지 시켜놓은 상태라 자기는 연락을 못하는겁니다. 그러니 그녀가 절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수도 없고요. 음...그냥 전번 딴 것에 만족해야 할까요ㅠ
 
 p/s: 아울러 헌팅을 뒤늦게 시작한 것을 후회합니다. 아주 가끔(!) 눈길 주는 여자들 소심해서 놓친 경우(특히 약간 미소지으며 절 쳐다볼 때)가 있어서요. 여자가 말 먼저 거는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 장난삼아 스피노자의 말을 빌리자면, 그의 저서 <<에티카>>는 이런 말로 끝을 맺지요. "모든 고귀한 것은 힘들 뿐만 아니라 드물다"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당신이 맘에 드는 여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게다 그녀 역시 당신에게 호의적이라면 더욱 드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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