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딸딸이
경방의 분들이 워낙 글솜씨가 출중하셔서 감히 글 올리기가 민망하고 제 경험이라고는 일천한 까닭에 조심스럽게 총각시절 경험을 올려봅니다.
제가 속으로는 여자를 무진장 좋아하걸랑요.
문제는 남들 앞에서 열라 젠틀한 척 하고 속으로는 딸딸이치는 그런 류의 인간입니다.
어느날. 그러니까 2000년이 지난 1월달에 영어학원을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저녁반인지라, 나이 좀 든 분들과 직장인들도 꽤 있었더랬죠.
아! 근데 정말 연초부터 맘먹고 영어공부 가열차게 함 해볼려고 하는데 교실 가운데 단아하게 검은색 목 폴라에 야사시한 금 목걸이 한 아가씨가 앉아 있는것 아니겠어요?
당시 여친도 없고, 미스 손이 상당히 고생하고 있었던 터라 속으로 정신적 딸딸이를 치며 혼자 좋아하고 있었죠.(저 변태라고 하셔도 할 말 없음다.)
대충 분위기를 보니 직장인 삘이 나더군요.
제가 학교를 오래 다녀서 간만에 제 나이때의 직딩을 보니 왠지 성숙한 맛이 느껴지더라고요.
두둥~ 기회는 오고야 말았습니다.
옆에 앉아 있던 남학생 역시 그 아가쉬가 맘에 있었던듯 먼저 저에게 스터디를 제의하고 마침 3명이 수강하던 터라 자연스럽게 그 아가씨를 엮어서 스터디 그룹을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집에서 안바르던 동동구르모도 발르고 은근 멋있게 보이려고 수업시간을 기다리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첫번째 스터디때 이야기를 해보니 한 외국계 은행을 다니는 아가씨인데 새침하고 단아한 것이 정말 가심 설리게 하였습니다.
제가 학생인 처지여서(당시에) 좀 올려보기 힘든 상황이긴 했는데..그 스터디가 정확히 1년을 가게 되었고. 그 동안 정말 매일 만났죠. 공부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영어 성적은 죽을 쒔지만 정말 그때같이 열심히 한 적이 없습니다. 코피를 매일 쏟고, 저희 어머니께서도 너 왜그러냐 할 정도였으니까요.
저는 생각했죠. 이번 기회 잘 타면 장가 갈 수 있다 뭐 이런 소박한 꿈을 꾸며.
어느 날 둘만이 교실에서 스터디를 11시까지인가 하고 나오는데 불을 끄면 갑자기 어두워지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문을 닫다가 제가 모르고 손이 그 분의 가슴을 툭하고 건드리게 된 거에요. 뭔가 물컹 하더군요. 근데 저는 좋다기 보다는 이거 어떻게 해야하나 잠시 고민을 하는데 때마침 불은 어둡지, 복도에는 둘만있고 밑의 똘똘이는 신호를 보내지 정말 난감하더이다. 이걸 그냥 밀어붙여서 뽀뽀를 콱 해둔지느냐. 아니면 이미지 관리하느냐.
사실 그 전에 이 아가씨도 저에게 가끔식 호감을 보이긴 했거든요.(뭐 저의 착각일수도 있겠습니다만)
결국, 저는 이미지관리를 위해 꾹 참고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근데 그 녀가가 저의 공부하다 헝클어진 남방의 칼라를 정리해주는 거에요. 아~ 정말.
진짜 저는 제가 싫어요. 이런 안타까운 인생의 장면은 좀 없어져야 합니다. 왜냐면 제가 엘리베이터에서의 기회를 또 날려버렸다는 사실..흐미.
그 후로 여차저차해서 장가를 가게되었고. 저의 일방적인 통지로 인해 스터디 그룹도 끝나고, 그렇게 좋아한다는 고백 한마디 못한채 그녀와 작별아닌 작별을 해야 했죠.
마지막엔 지금 처와 그 아가씨와 양다리를 하게 되었고, 지금 처와의 결혼을 결심한 저로서는 그녀를 잊어야만 할 처지에 오게 되었습니다. 물론 둘 사이엔 팽팽한 감정만 있었지, 육체적으론 전혀 아무일도 없던 터였죠. 오히려 그런 것이 더 오늘날 잊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번 내뿜고 즐긴 여성이라면 생각이야 날 수 있지만, 저처럼 이렇게 각인되지는 않을 겁니다.
암튼간에 마지막 스터디를 마치고 나의 이런 사정을 전혀 모르는 그 녀에게 설렁탕을 사주고 버스정류장 앞에서 인사를 하던 그 모습이 떠오릅니다.
사랑했지만 사랑할 수 없었던 뭐 그런..
아직도 1년간의 스터디를 통해 매일 만나며 알게 모르게 정을 키워오던 그 아가씨가 잊혀지지 않네요. 흐메 이거 내 힘쎈 마눌이 보면 나 죽는디..
사실, 저 몰래 그녀 싸이 가서 사진 캡처하고 그러거든요. 갑자기 연락도 못하고 장가를 가게 되어 욕이나 하지 않을까 몰라요.(그 역시 저의 착각일순 있겠지만.)
여러분, 저같이 살지 마시고 지를땐 확실히 지르는 배포를 가지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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